지난해 9월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부실에서 촉발된 연쇄 금융위기의 여파로 세계와 국내 경제는 1년 간 불황이란 터널을 건너고 있다.
세계적 불황 속에서 점포거래 시장도 예외일 수는 없었다. 영업 중이던 점포들은 급격한 내수 소비 감소로 심각한 매출 부진을 겪어야 했고 이를 견디다 못한 점주들이 매물을 시장에 던지다시피 내놓으며 점포거래 시장은 유례없는 매물 홍수 시대를 맞아야 했다.
공급이 급증함에 따라 점포 시세가 급락한 것은 당연한 사실. 2008년 8, 9월 전국 점포 매매가는 98년 외환위기 때보다 더 낮은 수준을 기록했고 이 와중에 해당 점포의 경쟁력을 가늠하는 척도로 자리잡았던 권리금은 그야말로 폭락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나락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최근 들어 경기 호전에 대한 전망이 서서히 힘을 얻으며 점포거래 시장도 오랜 동면기간을 뒤로 하고 도약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에 점포라인과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은 점포라인 DB에 등록된 2008년 9월과 2009년 8월 양 월에 등록된 서울 소재의 점포매물 2553건(2008년 9월 1536건, 2009년 8월 1017건)을 비교 분석해봤다.
분석 결과 지난 1년 간 권리금이 가장 많이 오른 지역은 노원구인 것으로 나타났다. 노원구의 올 8월 권리금은 1억7141만원으로 지난해 9월(7772만원) 대비 120%나 올랐다. 노원구는 권리금 급증에 힘입어 매매가 상승률에서도 1위를 기록했다.
노원구의 뒤를 이은 것은 9호선 호재로 권리금이 크게 오른 양천구와 강서구였다. 양천구와 강서구의 권리금은 각각 69.83%(6542만원), 61.99%(4690만원) 오르며 1년 전과 달라진 위상을 드러냈다.
이 밖에 지난 1년 간 권리금이 오른 곳은 마포구, 동대문구, 영등포구, 종로구, 성북구 등으로 각각 10~30% 가량 권리금이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지난해 9월 당시보다 권리금이 더 낮아진 지역도 상당수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 중 권리금이 가장 많이 떨어진 지역은 강동구였다.
강동구의 권리금은 지난해 9월까지 만해도 1억2315만원에 달했으나 이후 44.19%(5442만원) 떨어진 6873만원에 그쳤다. 이 지역 점포매물은 보증금까지 27.75%(1443만원) 하락한 끝에 7000만원 가까이 매매가가 떨어진 것을 알 수 있다.
이어 구로구와 동작구 점포의 권리금이 20% 대의 하락률을 보였다. 특히 동작구는 조사 대상 25개 구 중 유일하게 1억 원 이하의 매매가(올 8월 기준)를 기록하기도. 이 밖에 강남불패로 명성을 떨치던 강남 3구는 지난해 9월보다 권리금이 더 낮아진 분류에 모두 포함됐다.
점포라인 정대홍팀장은 “지난 1년 간 권리금 변동 추이가 구별로 매우 다르게 나타난 것은 불황이라는 환경이 신규창업자들의 점포선정 기준을 상권 간 위상보다는 실질적이고 안정적인 수익 창출 측면으로 돌아서게 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장경철이사는 “권리금이 떨어진 강남이나 상승세가 적은 마포, 동대문, 영등포 같은 서울 유명상권이 그래도 아직은 권리금이 다른 지역보다 높게 책정되어 있어 거래량이 적어진 것 같다”며 “경기가 좋아짐에 따라 권리금이 비교적 적게 드는 서울 외곽상권으로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늘어났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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