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포 권리금 시세가 오랜 방황을 마치고 반등세로 돌아섰다. 2008년 불황 이후 하락세를 보이던 서울 시내 주요 상권 내 점포 권리금이 올 1분기 들어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변화에 대해 업계에서는 점포 수요자들의 선택 기준이 ‘안정’에서 ‘수익’으로 옮겨가고 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점포거래 전문 업체 점포라인이 올해 1분기 들어 자사 DB에 등록된 서울 25개 구 소재 점포매물 1만 882개(2009년 6870개, 2010년 1분기 4012개)를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과 공동으로 조사한 결과 절반이 넘는 14개 구에서 권리금 호가(점주가 희망하는 가격)가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권리금이 오른 지역에는 강남, 서초, 송파 등 강남 3구는 물론 국내에서도 내로라하는 상권이 위치한 서대문구, 종로구, 중구, 마포구가 모두 포함됐다.
구체적으로 보면 권리금이 가장 많이 오른 지역은 성북구로 나타났다. 올 1분기 성북구 소재의 점포별 평균 호가는 1억2959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558만원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영등포구가 1억3866만원으로 3303만원 올라 뒤를 이었고 강남구 1933만원, 도봉구 1901만원, 서대문구 1315만원, 구로구 1218만원 순으로 호가가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송파구 864만원, 종로구 628만원, 서초구 542만원, 마포구 343만원으로 나타나 명동, 종로, 신촌, 홍대, 대학로 등 서울의 핵심 상권이 위치한 지역은 예외 없이 올랐다.
반면 지난해 타 상권 대비 저렴한 임대조건과 뉴타운·지하철 9호선 개통 등 각종 호재로 각광받았던 강북구, 은평구, 강서구, 양천구 등 11개 구는 최고 2450만원 떨어지는 등 하락세를 보였다. 호가가 가장 많이 떨어진 지역은 미아 뉴타운이 들어선 강북구였다. 강북구 소재 점포별 평균 호가는 올 1분기 들어 7492만원의 평균 권리금 호가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1분기 대비 2451만원 하락한 것으로 25개 구 중 가장 낮은 액수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뉴타운 건설 이후 구매력이나 유동인구 흡입력이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지만 수유역을 제외한 지역 내 상권의 활성화 정도가 기대에 못 미치면서 자연스레 호가가 떨어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장경철 이사는 “이번 조사 결과는 예비창업자들의 점포 선택의 기준이 경기 호전의 영향을 받아 안정성에서 수익성으로 옮겨가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불황기에는 소액이라도 안정적인 매출이 가능한 점포가 선호되지만 불황을 벗어난 시점에서는 다소 구입비용이 높더라도 매출이 많은 점포가 더욱 선호된다는 것이다. 장 이사는 “앞서 언급한 핵심 상권 내 점포는 높은 매출로 수익성을 높일 수 있으며 바닥 권리금이 견고하게 형성돼 있어 추후 점포 매각 시 권리금 회수도 어렵지 않다는 장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예비창업자들이 안정성보다 수익성을 선호하고 있다는 사실은 업종별 호가 변동추이를 보면 보다 분명해진다. 조사 대상 중 10개 주요업종의 매물 9060건(2009년 1분기 6508개, 2010년 1분기 2552개)을 선별해 분석한 결과 호가변동 추이는 1년 만에 정반대의 양상을 보였다. 1년 전은 불황의 여파가 한창이던 시기로 대부분의 창업자들은 점포 선택 시 수익성보다 안정성 측면을 우선 고려해왔다.
이에 따라 타 업종 대비 수익이 안정적인 것으로 인식되면서 불황기에도 오히려 시세가 오르는 등 승승장구했던 제과점·편의점 매물은 올 1분기 들어 2000~4000만원 가까이 호가가 떨어졌다. 제과점은 2009년 1분기 2억986만원에서 올 1분기 들어 1억7023만원으로 3963만원(-18.88%) 떨어졌고 편의점도 같은 기간 7756만원에서 5900만원으로 1856만원(-23.93%) 줄었다.
반면 불황으로 매출이 급감했던 외식업종과 주류업종은 경기 호전으로 매출이 나아지면서 권리금도 동반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호가가 가장 많이 오른 업종은 호프집이었다. 호프집 권리금 호가는 2009년 1분기 1억1291만원에서 1년 만에 1893만원(+16.77%) 오른 1억3184만원을 기록했다. 여기에는 50%에 육박하는 매출 증가세가 바탕으로 작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뒤를 이어 치킨전문점과 고깃집 등 외식업종의 상승세가 돋보였다. 치킨전문점 권리금은 7959만원에서 8570만원으로 1년 새 611만원(+7.68%) 늘었고 고깃집은 1억1802만원에서 1억2684만원으로 882만원(+7.47%) 상승했다.
점포라인 김창환 대표는“업종별 점포 호가가 이처럼 달라진 것은 여러 가지 이유로 매출이 어느 정도 살아나면서 외식업종이나 주류업종의 수익성이 상향됐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취급하는 상품별 특성이 다르고 마진율도 차이가 나기 때문에 같은 액수의 매출을 올리더라도 원가 부담이 높은 제과점이나 편의점에 비해 외식·주류업종의 수익성이 더 좋다는 것이 김 대표의 설명이다.
김 대표는“불황에는 다소 적더라도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점포가 선호되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리스크가 조금 있어도 수익성이 좋은 점포가 선호되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라며 “이런 부분들을 종합적으로 감안하면 경기가 호전되면서 예비창업자들의 점포선택 기준도 움직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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