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국내에서 가장 비싼 땅으로 7년 연속 평가된 서울 중구 충무로1가 24-2번지. 현재 이 땅에는 ‘네이처 리퍼블릭’ 명동월드점이 들어서 있다.
자영업 측면에서 볼 때 이 지역 땅값이 높은 평가를 받는 것은 도로 교통망과 지하철 등 기간 시설을 통한 접근성이 우수하고 유력시설이 집중돼 있어 유동인구가 전국에서도 가장 많기 때문. 자연히 상권 내 점포 권리금도 국내 최고 수준이다.
점포거래 전문기업 점포라인이 자사 DB에 등록된 서울 주요상권 별 점포매물 시세를 조사한 결과 명동 상권 권리금은 3.3㎡당 631만원 선으로 국내 최고였다. 특이한 점은 명동월드점을 포함해 전국에서 가장 비싼 것으로 평가된 표준 필지 10곳 중 4곳에 화장품 판매점이, 3곳에 의류전문점과 신발가게가 들어서 있다는 것이다. 여러 업종 중에서도 대다수를 차지하는 음식점은 1곳에 불과했다.
상위 10개 필지들이 충무로 1·2가, 명동 1·2가 등 모두 명동 상권 일대에 포진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화장품 판매점과 의류·신발 판매점이 명동 상권 내 요지를 대부분 점령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이 비단 명동 상권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유동인구량이나 소비자 구매력 측면에서 명동 상권과 대등한 것으로 평가되는 홍대 상권 초입이나 강남역 상권 대로변을 보면 이들 3개 업종이 경쟁적으로 입점해 있는 모습을 쉽게 관찰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땅값이 비싸면 소유주가 부담하는 보유세도 높기 때문에 명동 노른자위 땅에 세워진 점포는 매달 지불하는 임대료만 수천만원을 호가한다. 점포를 운영해 실제 수익을 내기가 매우 부담스럽다는 의미다.
실제 네이처 리퍼블릭 명동월드점의 경우 필지 소유주가 내는 보유세만 5000만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현 임차인인 네이처 리퍼블릭이 매달 지불하는 임대료도 지난해 기준으로 전국 최고 수준인 1억 원 선으로 알려졌다.
공시지가에는 밀렸지만 상권 위상으로는 명동에 크게 꿇릴 것 없는 강남도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최근 부각되고 있는 가로수길 상권 역시 지속적으로 권리금과 월세가 오르고 있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의류전문점과 화장품 판매점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부담에도 불구하고 화장품 판매점이나 패션관련 업종이 핵심 상권의 요지에 경쟁적으로 입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점포라인 정대홍 팀장은 “가장 먼저 생각해 볼 수 있는 요소가 아이템별 수익성”이라며 “수익성을 따지려면 매출액에서 제품 원가가 빠진 금액을 봐야 하는데 화장품이나 의류·신발은 대량 생산이 가능하고 재고부담이 크지 않아 수익성이 타 아이템에 비해 높다”고 설명했다.
즉 원가 비중이 높지 않기 때문에 판매량이 늘면 늘수록 수익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는 뜻이다. 실제 네이처 리퍼블릭 본사는 명동월드점에 대해 천문학적인 월세를 지불하고 있음에도 상당한 수익을 내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함께 제품개발과 마케팅을 위해 주요 상권 내 좋은 입지를 차지하고자 하는 기업의 임차수요도 또 다른 요인으로 지목된다. 명동 내 A급 입지에 자리한 점포 상당수는 기업들이 자사제품 홍보와 트렌드 변화, 소비자 동향을 파악하기 위한 안테나 샵으로 활용된다. 패션업계는 브랜드 이미지가 제품 못지않은 경쟁력으로 자리 잡고 있어 업체 간 마케팅 경쟁이 펼쳐지면 마치 전쟁을 방불케 한다.
특히 화장품이나 의류·신발은 트렌드에도 매우 민감한 아이템이다. 조금이라도 트렌드 변화에 뒤처지면 해당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자칫 부정적으로 바뀔 수 있기 때문에 안테나 샵의 존재는 기업 입장에서 수익성과 무관하게 필수불가결한 존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