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수가 늘어나면서 점포 수요는 늘었지만 오히려 권리금 시세는 지난해보다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매출이 떨어진 반면 월 임대료는 그대로여서 수익성이 악화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24일 점포거래 전문업체 점포라인(www.jumpoline.com)에 따르면 서울 소재 점포들의 평균 권리금 시세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 가까이 하락한 것으로 파악됐다.
올해 1~9월(9월 23일 기준) 매물로 나온 서울 소재 점포는 모두 6225개. 이들 점포의 평균 권리금 시세는 1억1018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1억1582만원, 7933개)에 비해 564만원(4.87%) 내린 것이다.
권리금 하락세는 서울 25개 구를 따로 살펴봐도 비교적 명확하게 드러난다. 25개 구 중 권리금이 내린 곳은 모두 14개 구로 절반을 넘었고 권리금이 오른 9개 구 중에서도 지난해보다 10% 이상 오른 곳은 3개 구에 그쳤다.
구체적으로 25개 구 중 권리금이 가장 많이 떨어진 곳은 양천구였다. 양천구 소재 점포들의 평균 권리금은 지난해 9890만원에서 올해 8075만원으로 18.35%(1815만원)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이어 용산구 권리금이 9985만원에서 8754만원으로 12.33%(1231만원), 광진구 권리금이 1억1170만원에서 9981만원으로 10.64%(1189만원), 강남구 권리금이 1억2852만원에서 1억1841만원으로 7.87%(1011만원) 각각 내렸다.
반대로 권리금이 지난해보다 오른 11개 구 중 증가폭이 가장 컸던 곳은 성북구였다. 성북구 권리금은 지난해 9246만원에서 1억702만원으로 15.75%(1456만원) 올랐다.
이 밖에 서대문구 권리금이 9771만원에서 1억1214만원으로 14.77%(1443만원), 노원구 권리금이 1억48만원에서 1억1149만원으로 10.96%(1101만원), 도봉구 권리금이 7981만원에서 8585만원으로 7.57%(604만원) 올랐을 뿐 나머지 8개 구 권리금은 소폭(0~6%) 오르는 데 그쳐 실제 올랐다고 하기에는 어려운 양상을 보였다.
이처럼 전반적인 권리금 시세가 하락한 것은 자영업자 수가 늘어나면서 경쟁이 심화됨에 따라 점포별 매출액이 감소했기 때문. 조사기간 기준 지난해 서울 소재 점포들의 월 평균 매출액은 2060만원이었으나 올해는 이 액수가 2011만원으로 2.38%(49만원) 줄었다.
일례로 권리금이 크게 떨어진 양천구나 강남구는 지역 내 소비가 활발해 자영업 여건이 다소 괜찮은 것으로 평가됐던 곳들이다. 그러나 안정적 수익을 추구하는 신규 창업수요가 이 점을 노리고 지역으로 집중되면서 '제 살 깎아먹기' 식 경쟁을 피하지 못해 결국 매출 하락폭을 키운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이 같은 매출 하락에도 불구하고 고정 지출되는 월 임대료는 지난해와 거의 비슷한 수준을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점포라인 조사에 따르면 서울 소재 점포들의 올해 평균 월 임대료는 지난해보다 2만원 오른 276만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매물의 평균면적이 지난해보다 12㎡ 가량 적다는 점을 감안하면 임대료 상승에 따른 실제 체감은 2만원을 넘었을 것으로 분석된다.
25개 구 중 임대료가 가장 많이 오른 곳은 노원구였다. 노원구 월 임대료는 지난해 187만원에서 올해 242만원으로 29.41%(55만원) 올라 상승폭이 가장 컸다.
이어 종로구 월 임대료가 335만원에서 409만원으로 22.09%(74만원), 서대문구 월 임대료가 232만원에서 280만원으로 20.69%(48만원), 금천구 월 임대료가 271만원에서 313만원으로 15.5%(42만원) 올랐다.
반대로 임대료가 가장 많이 내린 곳은 중구였다. 중구 월 임대료는 356만원에서 326만원으로 8.43%(30만원) 내렸다. 이어 광진구가 218만원에서 200만원으로 8.26%(18만원), 강동구가 247만원에서 232만원으로 6.07%(15만원), 양천구가 219만원에서 207만원으로 5.48%(12만원) 각각 내린 것으로 조사됐다.
종합해보면 매출 하락에도 불구하고 임대료가 오히려 더 올랐거나 내렸다 해도 10만원 가량 내리는 데 그친 곳이 대부분이다. 업종마다 마진율이나 매출액 대비 수익률이 달라 집계는 어렵지만 점포당 수익률 역시 평균 5% 가량 떨어졌을 것으로 추산된다.
점포라인 김창환 대표는 “지난해 초 베이비붐 세대를 중심으로 자영업자 수가 늘어나면서부터 예견됐던 상황”이라며 “지금이라도 이를 피하기 위해서는 업종 선택에서부터 차별성을 가지고 들어가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창환 대표는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음식업이나 판매업 등을 먼저 생각하지 말고 지금까지 쌓아온 경력 범위 내에서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며 “이 부분에서 답이 안 나와 경쟁이 치열한 업종을 선택해야 한다면 점포입지 위주로 인수창업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점포 입지나 기대수익에 대해 철저히 분석해보고 결정해야 하며 이 부분에 대한 경험이 없다면 점포라인 같은 전문가 집단의 조언을 받아서라도 리스크를 줄이고 성공률을 높여야 할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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