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박근혜 대통령이 내놓은 '점포 권리금 법적보호' 방안이 발표된지 10일이 경과했다.
이 방안의 요지는 자영업자들끼리 주고받는 권리금을 양성화시켜 법과 제도로 보호해줌과 동시에 과세함으로써 세수 진작효과를 보겠다는 것.
이를 위해 정부는 후속 조치들을 하나둘 꺼내고 있다. 대책 발효 후 10일이 지난 가운데, 권리금 거래 표준계약서를 도입하고 권리금으로 인한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보험상품을 개발하겠다는 이야기들이 나왔다.
아울러 상가임대차보호법을 고쳐 자영업자들의 영업기간 5년을 보장해줄 것으로 보인다. 또 환산보증금 4억원 이하인 임차인만 보호해오던 것에서 아예 환산 보증금 금액기준을 없앴다. 모든 자영업자들을 보호해주는 것으로 범위를 확대한 것이다.
이와 같은 일련의 과정 자체는 사회적 약자인 자영업자들 대부분을 보호하겠다는 의도가 분명히 드러나고 있어 일단은 자영업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실적인 문제와 충돌할 수 있는 부분도 분명히 존재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권리금 피해구제 보험상품이다. 피해보상을 해줄 수 있는 권리금을 산출하기 위해서는 객관적인 지표가 있어야 하는데 현재로선 점포의 카드매출 데이터가 유일무이하다. 그러나 자영업 특성 상 현금매출 또한 발생하기 때문에 자영업자들은 딜레마에 빠질 수 밖에 없다.
즉 권리금 피해를 보충하기 위해서는 카드매출 뿐만 아니라 현금매출까지 이실직고해야 하는데, 보험상품 가입 때는 상관없겠지만 소득세를 내야할 때는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다. 필요경비를 최대한 뽑아내 세금을 줄이겠지만 그것도 한도가 있다.
요컨대 권리금을 못돌려받을 피해를 예방하자니 세금이 늘고, 세금을 줄이자니 차후 보상받을 권리금액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물론 어느 한쪽을 선택해야겠지만 이 부분에 대한 자영업자들의 딜레마를 줄일 대책이 현재로선 전무하다.
문제는 또 있다. 이처럼 임차인 보호 위주 정책에서 소외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건물주 또는 점포 소유주들이다. 소유주들은 본인 재산인 점포에 대해서 본인 의지와 상관없이 임차인 영업기간을 5년까지 보장해줘야 한다. 반면 임차인이 5년은 커녕 2년만 채우고 나가겠다고 하면 별 수 없이 새 임차인을 또 구해야 한다.
사업수완이 좋은 임차인을 잘 만나 5년 간 안정적인 월세를 받을 수도 있겠지만 반대로 임차인이 5년 계약을 해놓고 1년 만에 가게를 빼버리는 일이 반복될 수도 있다. 현재 자영업 시장이 창업과 폐업이 되풀이 되고 있음을 감안할 때 이런 일이 벌어질 공산이 더 크다.
결국 소유주 입장에서는 임대수익률 저하가 불가피하다. 영업기간 5년을 보장해주는 것에서 나아가 임대인들에게도 최소한의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보완장치가 필요한 것이다. 이런 부분들이 고려되지 않으면 결국 골탕먹는 것은 임차인인 자영업자들이 될 뿐이다.
앞서 지적한 것 외에도 법 적용 과정에서 드러날 문제점들은 더 많을 것으로 보이지만, 권리금이라는 이슈 자체를 양성화 단계로 끌어올린 것은 기념비적인 사건이다. 시장에서는 권리금에 대해 법적 근거가 없다거나 믿을만한 산출근거가 없다는 주장을 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자영업자들은 끊임없이 꾸준하게 점포 권리매매를 지속해왔다.
실체가 분명한 점포 권리금을 부정하기 보다는 피해를 줄이고 세수진작에도 보탬이 되는 진정성있는 후속방안 연구가 더욱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