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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게재일 : 2016-07-27 조회수 : 4174
[포커스]권리금 양성화하면 ‘거품’ 빠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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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게재일 : 2016-07-27 조회수 : 4174
[포커스]권리금 양성화하면 ‘거품’ 빠질까

ㆍ‘권리금 계약서’로 실거래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부르는 게 값” 없어져


“그 조사 결과를 믿는 상인이 세상에 어딨습니까.”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림역 부근에서 요식업을 하는 ㄱ씨는 정부와 서울시의 권리금 실태조사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실태조사에서 강남 상권도 평균 권리금이 1억원이 채 안 된다는데, 나도 1억원에 들어왔다. 바로 건너편 고깃집은 권리금이 1억5000만원”이라고 말했다. ㄱ씨는 “권리금은 임차인들끼리 주고받는 돈인데, 서울시나 정부에서 조사한다고 하면 세금을 매기려는 줄 알고 줄여서 말하거나 실제로는 있는 권리금을 없다고 말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정부 조사와 실제 권리금과는 큰 괴리
 지난 5월 국토교통부는 서울 등 7대 도시의 권리금 현황을 조사했다. 전국 8000개 상가를 대상으로 한 이 조사에 따르면, 서울의 경우 임차상인 10명 중 6명꼴로 권리금을 거래했으며, 그 평균 금액은 약 5400만원이었다.


지난해 12월 발표된 서울시의 실태조사는 국토부 결과보다 약간 높은 수치를 제시한다. 1000개 상가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서울 전체의 평균 상가 권리금은 약 7900만원이었다. 가장 권리금이 비싼 서울 강남권의 평균 권리금은 약 9500만원이었다.


실제 상가 거래매물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한 ‘점포라인’은 수도권 점포 1만4000여개를 분석한 결과 서울 평균 권리금은 약 9200만원이라고 봤다. 점포라인 관계자는 “상가임대차보호법이 권리금을 보호하는 데 맞춰 건물주들이 보증금이나 월세를 올리고 있다. 이 수치도 예년에 비해서는 낮아진 것”이라고 말했다.


맘상모(맘편히 장사하고픈 상인모임) 등 임차상인들은 권리금이 높은 곳일수록 권리금을 둘러싼 건물주와의 분쟁도 많다고 말한다. 맘상모가 지난해 4월 회원 57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서울지역 맘상모 회원들의 평균 권리금은 약 1억5300만원이었다. 서울 강남구의 한 화장품가게 주인은 자신의 권리금을 4억원이라고 답했고, 홍익대 앞 식당 주인은 3억5000만원의 권리금을 주고 들어왔다고 말했다.


거품의 주원인은 ‘바닥 권리금’
통상적으로 권리금은 바닥 권리금, 시설 권리금, 영업 권리금으로 나뉜다. 시설 권리금의 경우 시설 설치비용에 감가상각비를 제한 금액, 영업 권리금은 매장의 1년 순이익을 따지는 식으로 계산한다. ㄱ씨는 “나도 내 권리금을 인정받기 위해 시설 설치비용이나 카드거래내역을 증거자료로 갖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지역 권리금’으로도 불리는 바닥 권리금이다. 현행 국토부의 감정평가 실무기준에서 ‘건물의 위치상의 이점’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또한 시설이나 영업의 경우 기존 임대인의 노력의 대가로 볼 수 있는 반면, 바닥 권리금을 임차인 개인이 다 가져가는 것은 부당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성영 토지자유연구소 객원연구위원은 바닥 권리금의 경우 부동산 불로소득에 해당하는 지대를 임차인이 건물주와 나누는 것으로 봤다. 이 연구위원은 “지대가 올라갔다는 것은 인구 증가나 인프라 공급 등 개인이 아닌 사회 전체의 노력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라며 “지대의 일부인 바닥 권리금을 기존 임차인이 모두 가져가는 근거는 실제로는 없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바닥 권리금의 경우 명백한 근거를 갖고 형성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권리금 거품’의 주원인으로 보고 있다. 그는 바닥 권리금의 존재가 마치 부동산 매매차익처럼 ‘권리금 차익’을 노리는 사람들을 양산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권리금 거품 때문에 권리금을 둘러싼 분쟁이 끊이지 않고, 분쟁으로 인해 도시재생사업을 지연시키는 효과도 갖고 있다고 봤다.


하지만 이미 권리금 보호가 제도화한 상황에서 바닥 권리금만을 인정하지 않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어렵다. 설령 법적으로 바닥 권리금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해도 수십년간 이어진 관행이 한순간에 없어질 수도 없다.


연구자들은 일제강점기에도 권리금 관행이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1930년 1월 7일 동아일보의 한 기사에는 “종로나 혼마치(현재의 충무로 일대)에서 장소를 잡으려면 권리금 등의 상당한 다액의 자본이 필요케 된다”고 언급된 부분이 나온다. 당시 언론을 살펴보면 지금의 바닥, 시설, 영업 권리금과 유사한 개념이 이미 일제강점기 때 정립돼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이 연구위원은 권리금 거품을 빼는 방안 중 하나로 권리금 양도세를 제안한다. 부동산 양도소득세처럼 권리금에 거래차익이 발생할 경우 환수하는 것이다. 이를 다시 도시재생이나 사회인프라 등에 투자해 사회적으로 형성된 바닥 권리금이 다시 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선순환을 이룰 수 있다는 논리다.


실제 권리금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차익이 많이 발생하는지 파악하려면 권리금 실거래가 실태를 과세당국이 파악해야 한다. 오앤이외식창업의 권영산 대표는 권리금 실거래 내역이 투명하게 공개되는 것만으로도 권리금 거품이 상당히 빠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바닥 권리금에 대해 ‘상권 프리미엄’이 반영된 것이라고 하는데, 상권 프리미엄은 이미 보증금과 월세에 반영돼 있다”며 “사실상 신규 임차인만 바닥 권리금을 임대인과 기존 임차인에게 이중으로 납부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권 대표는 “현장에서 상가 권리금을 막상 측정해보면 대부분 이전 임차인이 제시하는 것보다 낮아진다. 특히 주요 상권일수록 시설·영업 권리금보다 바닥 권리금의 비중이 높아진다”며 “권리금에 관한 기초적인 자료조차 없는 것부터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박정화 감정평가사는 “감정평가사들은 여러 가지 객관적인 방식으로 상가 권리금을 측정하고, 한국감정평가협회에서 실무지침도 만들어 놨다. 하지만 일반인들은 비용의 문제 등으로 인해 전문가의 자문을 받기가 어렵기 때문에 일반인들은 상대가 제시하는 권리금이 적정한지 알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명확한 근거가 없으면 부르는 사람은 값을 높게 부르려는 거래심리가 있다. 현재 권리금은 가게를 넘기려는 자와 인수받는 자 사이의 정보 불균등으로 적정한 가격 형성이 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권리금 실거래가를 파악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권리금계약서를 의무적으로 세무서에 신고하게 하는 것이다. 이럴 경우 권리금에 대한 세금 문제가 발생한다. 임차상인 ㄴ씨는 “원칙대로 하면 권리금에 세금을 내야 하지만 관행적으로는 임차인들끼리 영수증만 주고받는 선에서 끝내기도 한다”며 “혹여라도 새로 들어오는 임차인이 기존 임차인의 권리금을 당국에 신고하면, 상인들 사이에 ‘양아치’ 소리를 듣고 금세 소문이 퍼진다”고 말했다. 지난 5월 국토부 실태조사에 따르면 권리금 계약서를 작성한 비율은 11%에 불과했다.


서울 상가임대차 분쟁조정위원인 김영주 변호사는 “현행 법으로도 권리금을 수수하면 기타소득으로 신고하고 세금을 내야 하지만, 관행적으로 임차인들끼리 서로 권리금을 신고하지 않기 때문에 제대로 과세됐다고 볼 수는 없다”며 “그동안에는 임차인의 권리금을 보호하는 방향으로의 법 개정만 신경을 썼는데, 이제는 임차인들도 법적인 의무를 다하는 방식으로의 법 개정도 논의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권영산 대표는 “권리금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일시적으로는 기존 임차인이 이후 임차인에게 자신의 권리금을 전가할 위험성도 있다”며 “이번 국회에서 신중한 논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 지난해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 과정에서 권리금 의무신고제도도 법제화될 뻔했다. 19대 국회에서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상가권리금 보호에 관한 특별법안을 발의했다. 이 발의안은 이후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안에 반영됐다.


현재 권리금계약서 작성 비율은 11% 불과
 민 의원의 발의안 중에는 종전 임차인과 신규 임차인이 권리금 금액이 표시된 권리금 계약서를 작성하고 이를 건물주에게 통지하는 내용이 들어 있다. 또한 임차상인은 이 권리금계약서를 세무서에 신고해야 한다. 이 과정을 거치지 않은 권리금은 법적인 보호를 받지 못한다. 그러나 민 의원의 발의안이 반영된 상가임대차보호법에서는 권리금계약서 내용이 권장사항으로 바뀌었다.


한편, 현행 상가임대차보호법이 임차인들의 권리금을 완벽하게 보호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임영희 맘상모 활동가는 “개정안의 취지 자체는 동감하지만 현행 법에도 허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임 활동가가 지적하는 허점 중의 하나는 상가임대차보호법 10조 4의 ‘3개월 전’이라는 표현이다. 이 조항에 따르면 계약 종료 3개월 이내에 기존 임차인이 새로운 임차인을 구하려 했을 때 임대인은 기존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 기회를 방해해서는 안 된다. 문제는 임차인의 사정으로 계약기간을 다 채우지 못하고 가게를 비워줘야 했을 때 발생한다.


임 활동가는 맘상모 상담사례 중 하나를 소개했다. 5년짜리 임대차 계약을 맺은 커피숍 사장이 집안에 큰일이 생겨 목돈 마련을 위해 2년 만에 가게를 접어야 할 상황이 됐다. 하지만 건물주는 정해진 계약기간을 채우지 못했으니 자신에게 권리금의 절반을 넘겨주면 다음 계약을 인정해주겠다고 한 적도 있었다는 것이다.


또한 건물주가 1년 6개월 이상 건물을 비영리 목적으로 사용한다고 할 경우, 임차인은 권리금을 보장받기 어렵다. 여러 실태조사에 따르면 권리금과 월세의 비율은 약 30대 1이다. 임 활동가는 “건물주 입장에서는 18개월간 월세를 받지 못한다 하더라도, 12개월치 월세에 대해서는 부당이득을 취할 여지가 있다”며 “건물주의 권리금 약탈 동기를 없애기 위해서라도 비영리 목적 사용기간을 최소한 3년으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건물주가 재건축을 할 경우, 현행 상가임대차보호법에서도 임차인의 권리금은 안전하지 못하다. 김영주 변호사는 “현재 상가 재건축은 건물가치를 높여 보증금과 월세를 더 받겠다는 취지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상권이 잘 형성되지 않은 변두리의 상가건물은 아무리 오래돼도 재건축을 하지 않는다”며 “재건축만 하면 무조건 임차인을 쫓아낼 것이 아니라, 재건축 이후에도 장사할 수 있도록 권리를 보장해주는 방법 등 여러 가지 대안이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권영산 대표는 임차인들도 좀 더 ‘똑똑한 임차인’이 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새로 자영업을 시작하려는 사람의 경우, 자신이 지불할 권리금까지 감안해 매달 순수익을 계산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설투자의 경우 매월 감가상각 비용을 고려해야 한다. 만약 시설투자에 3600만원을 들였고, 시설의 감가상각 기간이 3년이라면 매달 100만원은 추가비용이 발생한다고 봐야 한다.


기타 바닥 권리금과 영업 권리금에 대해서도 은행에 이자를 갚듯 매달 일정한 금액이 빠진다고 치는 것이 현명한 판단이라는 게 권 대표의 진단이다. 권 대표는 “권리금을 모두 감안하더라도 순수익이 남는다면 자영업에 뛰어드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다. 하지만 권리금까지 감안할 때 순이익이 나지 않거나 매우 적다면 굳이 임차상인이 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권 대표는 “처음 1년간은 아무리 열심히 장사를 해도 예상했던 수익을 다 못 거두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최대한 보수적으로 자신의 순수익을 계산하는 것이 좋다”며 “신규 임차상인들이 권리금의 내용을 면밀히 따지기 시작하면 쉽게 자영업에 뛰어들 생각을 하기 어려울 것이고, 신규 임차인이 점점 줄어들면 기존 임차인들도 비싼 권리금을 계속해서 주장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봤다.


전문가들은 이후 국회에서 상가임대차보호법을 재개정할 경우 상가임대차보호법의 원형이 된 일본의 차지차가법을 참고하는 것이 좋다고 지적했다. 일단 일본과 한국의 권리금 개념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연구조교 다무라 후미노리는 양국의 권리금은 명칭만 같을 뿐 세부적으로는 큰 차이를 보인다고 했다.


현행법에는 권리금 보호 허점
 한국의 권리금은 기존 임차인이 자리, 시설, 영업적 이익의 대가로 다음 임차인에게 돈을 받는 것이다. 반면 일본의 권리금은 ‘장소적 이익의 대가’ 성격이 크며,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돈을 준다는 점이 다르다. 또한, 임차인은 계약이 끝나더라도 권리금을 돌려받을 수 없다.


이는 일본의 차지차가법이 장기간의 임차를 허용하고 있는 것과 관련이 있다. 일본의 차지차가법 23조에 따르면, 사업용 건물의 경우 임차권이 ‘10년 이상 30년 미만’ 또는 ‘30년 이상 50년 미만’의 기간 동안 보장된다. 일본에서도 임차상인들끼리 시설 권리금과 영업 권리금을 주고받는 경우가 있지만 일반적인 모습은 아니다.


이런 차이에는 역사적 연원이 있다. 연구자들에 따르면 일제강점기만 하더라도 일본의 권리금은 지금의 한국의 권리금과 유사했다. 하지만 2차 세계대전을 전후해 일본은 경제를 안정시키기 위해 임대료를 한동안 동결하는 조치를 취했다. 이때부터 임차인은 임대인에게 미래의 임대료를 미리 계산해서 일시불로 지불하는 관행이 생겼다. 대신 건물주는 임차인이 장기간 충분히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했다.


권영산 대표는 “한국과 일본의 사정이 다르지만, 임차인이 충분히 장사로 먹고살 수 있을 만한 기간을 보장하고, 임대인이 일방적으로 월세를 올리기 어렵게 만드는 등 여전히 차지차가법에서 배울 점이 있다”고 말했다. 임차상인 ㄱ씨는 “일본처럼 오랜 기간 동안 장사만 할 수 있다면 권리금 문제도 사라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 법도 5년은 보장한다고 하지만 환산보증금이 비싼 가게에 대해서는 건물주가 월세를 대폭 인상하는 방식으로 지금도 얼마든지 내보낼 수 있다”며 “임차인들도 불안하다 보니 최대한 뒷사람에게 권리금을 많이 뜯어내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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