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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게재일 : 2016-08-08 조회수 : 3777
[그 때 그 상권이 살아난다] 신촌·인사동·성수동·문래동 부활의 찬가 울려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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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게재일 : 2016-08-08 조회수 : 3777
[그 때 그 상권이 살아난다] 신촌·인사동·성수동·문래동 부활의 찬가 울려퍼진다

학창 시절 추억이 있는 곳, 연인과 데이트를 즐기던 곳, 편한 신발을 찾아 발품 팔던 곳…. 한때 사람들로 북적이다가 빛을 잃은 서울의 주요 상권이 다시 기운을 차리고 있다. 신흥 상권에 밀렸던 신촌·인사동은 요즘 젊은층은 물론 외국인까지 몰린다. 신촌 ‘걷고 싶은 거리’는 학창 시절을 떠올리는 40~50대 발길이 꾸준하다. 인사동은 대형 프랜차이즈 진입을 막고 전통미를 유지한 덕에 요즘 찾는 사람이 늘었다. 구두거리가 있는 성수동은 구두 대신 연예인이나 예쁜 카페를 찾는 젊은층의 발길이 이어진다. 연예인 기획사가 줄줄이 입점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아트 거리’로 변한 문래동 철공소 거리도 지역 명물로 부상했다. 다시 뜨는 그 때 그 상권을 집중 조명한다.


#1. 직장인 심모(40)씨는 요즘 서울 신촌에 자주 간다. LP판으로 올드팝을 들으며 수제맥주를 마시는 재미에 빠졌기 때문이다. 인근 대학교를 다녔던 심씨는 졸업 후 10년 간 신촌에 오지 않았다. 직장이 강남에 있는데다, 일본·중국인 관광객으로 부산한 신촌을 굳이 찾을 이유가 없었다. 심씨는 “친구가 요즘 재미있는 이벤트가 많이 열린다고 해서 우연히 들렀다”며 “거리도 깨끗해지고 즐거웠던 학창 시절을 생각나게 하는 가게도 있어 당분간 자주 찾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2. 지난해 말 서울 문래동에 처음 가 본 대학생 이모(21)씨는 7개월이 지난 현재 이곳 지리를 꿰고 있다. 사진 찍기를 좋아하는 이씨는 낡은 창고와 예술 작품이 어우러진 문래동의 독특한 분위기에 반했다. 사진 동호회 친구들과 이곳을 자주 찾는다. 갤러리 카페에서 예쁜 케이크를 먹고 인근 타임스퀘어에서 쇼핑을 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씨는 “미국에서 유학할 때 자주 찾았던 뉴욕 소호 거리 느낌도 나고 마음에 드는 카페·음식점이 있어서 명동처럼 붐비는 곳보다 이곳이 더 좋다”고 말했다.


한 때 풀 죽었던 서울 주요 상권이 부활하고 있다. 신흥 상권에 밀려서, 특색을 잃어서, 프랜차이즈 상가에 치여서 시들했던 분위기가 최근 달라졌다. 낡은 거리를 보수하고 저마다 개성을 되찾자 이곳을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신촌·인사동·성수동·문래동이다.


신촌·인사동은 2000년대 중반까지 서울의 대표 상권이었다. 특히 연세대·이화여대 등이 있는 신촌은 늘 대학생으로 북적이는 ‘젊은 상권’이었다. 하지만 인터넷 발달로 문을 닫는 옷가게가 늘고 ‘클럽문화’를 등에 업은 인근 홍대 상권에 밀리면서 빛이 바랬다. 2000년대 후반 현지 문화를 느끼려는 일본·중국인 관광객이 홍대 상권으로 발길을 돌리면서 사실상 침체 늪에 빠졌다. 평균 1억원이 넘었던 권리금은 지난해 말 8131만원으로 떨어졌다. 권강수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는 “세입자끼리 주고받는 권리금은 장사가 잘되는지 여부를 알 수 있는 지표 같은 것”이라며 “권리금이 떨어진다는 것은 장사가 잘되지 않는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신촌이 재도약의 계기를 잡은 건 2014년 들어서다. 신촌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서 옛 추억을 떠올리기 위해 신촌을 찾는 수요가 늘었다. 때맞춰 서대문구는 신촌 오거리에서 연세대로 이어지는 도로를 ‘걷고 싶은 거리’로 지정하고 정비에 나섰다. 주말에는 자동차를 통제했다. 평일에도 버스만 통행할 수 있다. 인근 홍대로 떠났던 소규모 상인들도 일부 돌아왔다. 프랜차이즈 매장이 몰리면서 특색을 잃은데다, 임대료가 치솟은 탓이다. 홍대 상권의 평균 상가 권리금(올 5월 말 기준)은 8328만원으로 올 들어 11% 떨어졌다. 관련 조사가 시작된 2008년 이후 가장 낮다. 이와 달리 월세는 6년 연속 올라 3.3㎡당 평균 11만원이다. 그간 신촌은 임대료가 떨어져 부담이 줄었다. 신촌 월세는 2014년 28%, 2015년 25% 내렸다.


특색 있는 소형 가게가 하나둘 늘어나자 찾는 사람이 많아졌다. 내리막길을 걷던 권리금은 올 들어 16% 뛴 9717만원으로, 홍대를 앞질렀다. 염정오 점포라인 상권분석팀장은 “중국인 관광객 사이에 화장품 등 브랜드 제품은 명동, 옷은 신촌이라는 게 관광 코스처럼 자리 잡았다”며 “복고 열풍이 불며 학창 시절을 추억하려는 40~50대의 발길이 늘어난 것도 활성화 이유”라고 말했다.


한때 삼청동에 밀렸던 인사동도 기운을 차리고 있다. 소규모 화랑·한옥·이색적인 음식점 등을 앞세워 승승장구하던 삼청동은 대형 프랜차이즈·플래그숍이 줄줄이 들어서면서 상권이 시들해졌다. 삼청동만의 독특함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2000년 초부터 매주 한 번은 서울 종로구 삼청동을 찾았던 황모(39) 씨도 지난 2년 간 삼청동에 한 번도 가지 않았다. ‘산·물·인심이 맑다’는 지명처럼 옛 정취가 느껴지는 독특한 분위기가 좋아서 자주 갔지만 변해버린 모습에 실망해서다. 그가 좋아했던 전통찻집은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으로 바뀌었고, 독특한 디자인의 화랑은 흔한 벽돌로 지은 음식점으로 바뀌었다. 황씨는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프랜차이즈 커피나 돈가스를 먹으러 삼청동까지 갈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올 들어 삼청동 권리금은 53% 줄어 평균 3000만원으로 반 토막 났다. 월세는 25% 뛰었다.


대신 한때 삼청동에 밀려 주춤했던 인사동을 찾는 사람이 늘었다. 인사동 권리금은 같은 기간 20% 뛰어 1억6142만원이다. 삼청동과 달리 전통미를 유지한 덕이다. 종로구는 인사동에 프랜차이즈 매장이 입점하지 못하도록 관리하고 있다. 2011년 224만원까지 떨어졌던 월세는 현재 357만원까지 올랐다.


성수동·문래동은 서울의 대표적인 공장지대였다. 공장에서 근무하는 근로자를 대상으로 소규모 상권이 형성됐다. 이들 지역은 최근 이미지 변신을 꾀하고 있다. ‘공장지대’에서 ‘예술의 거리’로 탈바꿈하고 있다. 봉제·원단·포장 가게 등이 모여 있는 성수동은 패션 디자이너의 눈길을 끌었다. 용접 관련 공장이 많은 문래동은 설치예술처럼 소음이 나는 작업 등이 필요한 예술가가 몰린다.


낡은 공장이 모여 있던 성수동은 자동차 정비가 필요할 때 찾는 곳이었다. 제조업이 꺾이고 서비스산업이 부상하며 문을 닫는 공장이 늘기 시작했다. 한 때 수제화 공방이 모여 있는 구두거리가 북적였지만 싸고 질 좋은 기성화가 쏟아지며 성수동 상권은 고개가 꺾였다. 성수동의 변화는 대림창고에서 시작됐다. 1970년대 정미소로 사용하던 이곳은 20여년 간 물건을 보관하는 흔한 창고였다. 요즘은 주말이면 패션 행사가 열리고 버버리·샤넬 등 유명한 명품 브랜드가 패션 프레젠테이션을 연다. 인근 금속부품공장은 그림·조명 아트 갤러리로 변신했다. 청담동과 다리를 사이에 두고 맞대고 있는 지리적 이점이 작용했다. 청담·압구정의 비싼 임대료에 부담을 느낀 이들이 성수동으로 몰리고 있다. 패션 브랜드 아틀리에도 들어서기 시작했다. 레이크 넨·송지오·슈콤마보니 등이 이곳에 있다.


여기에 연예기획사가 들어서며 날개를 달았다. 드림티엔터테인먼트(걸스데이·MC몽 등)는 지난해 9월 성수동에 있는 지상 9층 규모의 건물을 매입해 사옥으로 쓰고 있다. 최근 큐브엔터테인먼트(비스트·포미닛·비투비 등)도 성수동으로 둥지를 옮겼다. 이외에도 바나나컬쳐(EXID·신사동호랭이 등), 에코글로벌그룹(수현·다니엘헤니 등), 스타빌리지엔터네인먼트(오달수·김영애 등)가 성수동에 기반을 두고 있다. 연면적 1650㎡(대지 면적 900㎡) 4층 건물이 80억원에 매물이 나온다. 임대료는 보증금 5억원, 월세 3490만원 선이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절반 수준의 싼 임대료로 더 넓은 새 건물을 사용할 수 있으니 다리를 건너는 수고로움을 감수하고 성수동을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성수동은 2011년 들어 서울숲을 중심으로 고급 주상복합 아파트가 들어서며 상권이 들썩이기 시작했다. 낡은 공장도 지식산업센터(옛 아파트형 공장)로 이동하며 지저분한 거리가 정돈됐다. 여기에 패션디자이너와 연예기획사가 들어서며 근로자를 대상으로 식사를 팔던 밥집은 이탈리아 요리 전문점으로 바뀌었다. 1년 새 평균 권리금은 5% 올라 8872만원이다.


또 다른 공장지대 문래동도 예술성이 더해지며 빛을 보고 있다. 1960년대 제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에 따라 영등포 일대가 산업단지로 개발되면서 문래동에도 철공소·철강자재업체가 입점하기 시작했다. 업종 특성상 용접, 철제 절단, 철제 가공 등의 작업이 대부분이라 소음이 끊이지 않는 곳이었고 밥집 중심의 소규모 상권이 조성됐다. 2000년대 후반 들어 철강 산업이 꺾이며 문을 닫는 철공소가 늘었고 임대료가 떨어졌다. 빈 철공소에 예술가가 몰리기 시작했다.


생활이 쪼들리는 예술가들은 홍대에서 벗어나 문래동에 둥지를 틀었다. 홍대의 치솟는 임대료를 감당하기 버거웠던 이들에게 3.3㎡당 4만원 안팎의 저렴한 임대료는 큰 매력이었다. 여기에 끊이지 않은 소음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기계 소리가 끊이지 않는 덕에 마음껏 창작 활동을 할 수 있어서다. 문래동에 유독 조각이나 시각 미술을 하는 예술가가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때맞춰 서울문화재단에서 창작예술인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한 문래예술공장이 2010년 문을 열었고 이곳은 ‘문래동 창작촌’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잿빛 골목과 색색의 벽화의 조화는 독특한 풍경을 연출했고 이런 분위기에 끌린 젊은층의 발길이 이어졌다. 수제 함박스테이크 전문점, 북 카페, 브런치 가게 등이 문을 열었고 문래동 상권에 화색이 돌고 있다. 영등포 타임스퀘어의 입점도 영향을 줬다. 한 때 패션거리로 통했던 문래동 로데오거리를 대신할 대형 쇼핑몰이 들어선 것이다. 옷가게가 즐비했던 문래동 로데오거리는 2000년대 후반부터 빈 가게 늘어났고 옷 가게 대신 음식점이 들어섰다. 서울 동부권 최대 규모의 쇼핑몰이 문을 열며 이 일대를 찾는 발길이 늘었다.


그러나 성수동과 달리 문래동 상권은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래동 창작촌을 중심으로 예술가의 요람으로 자리 잡고 있지만 ‘제2의 홍대’가 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홍대는 주거 수요와 대학생 수요가 바탕이었다. 비슷한 상황인 성수동도 패션숍이나 연예기획사, 지식산업센터, 고급 주상복합 아파트 등 수요층이 든든하다. 하지만 문래동은 방문객에 의존하는 구조다. 상권의 특수성이 강한데다 예술가의 작업 공간이 골목마다 듬성듬성 있는 탓에 특정 수요만 몰린다는 것이다. 부동산자산관리 회사인 태경파트너스 박대범 본부장은 “시간이 흐르고 예술적인 감성이 더 짙어진다면 상권이 성장하겠지만 현재로서는 많은 사람이 몰릴 만한 구조는 아니다”라며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지갑을 열 만한 콘텐트가 부족한 것도 개선해야 할 점”이라고 말했다. 임채우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어느 곳이든 상권이 힘을 얻으면 대기업이 몰리게 마련이고 임대료 상승 등으로 언제든지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이 나타날 수 있다”며 “인사동처럼 지방자치단체가 나서거나 이색 거리 조성 같은 끊임없는 노력과 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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