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 1. 무점포형 청소대행업을 하는 A씨는 요즘 경기 불황에 폐업을 고민하고 있지만 폐업할 자금이 없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그는 창업 당시 정부의 정책자금 1000만원을 대출받았다. 만약 폐업을 하려면 거치분할상환 조건으로 받은 정책자금 전액을 상환해야 하기 때문에 매달 적자가 이어져도 목돈이 없어 폐업조차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사례 2. 부부가 함께 사철탕 전문점을 운영해온 B씨는 개고기의 위생 논란과 애완견의 식용화가 사회문제로 대두된 후 매출이 오르지 않자 석 달전 곱창 전문점으로 업종을 전환했다. 그러나 올 봄 조류인플루엔자(AI) 여파로 돼지 부산물(막창·곱창 등) 가격이 올라 업종전환 후에도 크게 상황이 나아지지 않자 결국 아내에게 매장을 맡기고 건설 일용직 근무에 나섰다.
“사장이 되면 나을 줄 알았는데 오히려 직장에 다닐 때보다 수입이 더 낮아졌습니다. 온 가족이 점포 운영에 매달리지만 수익은 혼자 직장에 다니는 수준보다 더 낮아졌습니다. 비정규직 ‘88만원 세대’가 남의 일 같지가 않아요.”
최근 ‘미국발 경제위기’에서 비롯된 대내외 경제 악재가 곳곳에서 터지면서 자영업자들의 위기감이 증폭되고 있다. 자영업자들의 폐업률이 과거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창업 기피 현상’마저 일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태다.
■자영업자 수 5년 만에 최저치
지난달 30일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경기 침체로 올해 상반기 자영업자 수가 5년 만에 600만명 아래인 594만5000명으로 줄었다. 중기청이 국회지식경제위 소속 한나라당 강용석 의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03년부터 2006년까지 연평균 75만6000명의 소상공인이 폐업 절차를 밟은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창업자 대비 폐업률은 85%에 달한다. 100명이 창업하면 85명이 문을 닫은 셈이다. 이처럼 각종 통계자료에서도 자영업자들의 위기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신규 창업 및 창업 후 운영자금을 지원하는 소상공인지원센터에서는 3개월과 1년 단위로 자금 지원 업체들을 실사하고 있다.서울 강남 소상공인지원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실사 결과 전년 대비 자영업자의 순이익 규모가 적게는 10%에서 많게는 20%까지 줄었다. 창업자금을 지원받는 자영업자들의 경우 대출 상환능력을 평가하기 때문에 비교적 건실한 자영업자임을 감안할 때 실제 자영업자들의 평균 매출 감소액은 이보다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점포 매물 늘지만 신규 창업자 수는 줄어
내수침체와 물가상승이 동반되는 ‘스태그플레이션’ 여파로 향후 자영업자들의 시장 상황도 비관적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전국 소상공인 102명을 대상으로 소상공인 경기동향 긴급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소상공인들의 매출 규모는 올해 초에 비해 30.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사업장 운영에 가족이 참여한 경우 인건비도 남지 않는 사례가 68.7%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조사 결과 상공인의 93.1%는 “최근 경기 상황이 올해 초보다 악화됐다”고 응답했으며 경기 악화의 원인으로는 ‘매출 감소 등의 내수 침체’(73.3%)와 ‘원재료비 인상 등 물가 불안’(61.4%) 때문이라고 답해 내수 침체와 물가 인상이 동시에 수반되는 스태그플레이션의 피해가 소상공인에 직접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점포 정보업체인 점포라인은 9월까지 매물과 거래가 모두 줄어들었고 권리금이 없는 무점포 매물이 이전에는 전체 매물의 10%였다면 올 하반기 들어 25%로 늘어났다고 전했다.
점포라인 관계자는 “전반적인 경기 침체로 운영할수록 적자인 매장이 늘면서 권리금을 포기하고라도 매물 등록을 하겠다는 자영업자가 많다”며 “9월 말부터는 올 초부터 이어진 불황을 이기지 못한 자영업자들이 손실을 감수하고 점포를 내놓는 경우가 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편, 중기중앙회의 조사에서 소상공인들은 카드 수수료 및 각종 세금인하 등을 통한 경영부담 완화, 물가안정 대책, 소상공인 정책자금 및 신용보증 확대를 통한 자금난 해소, 대형 마트 등 대기업들의 사업 확장에 따른 소상공인 보호 등의 소상공인 대책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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