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 유동성이 풍부해지고 주식시장과 분양시장이 반짝 오름세를 보이면서 핵심상권을 중심으로 상가분양이 활기를 띠고 있다.
그러나 상가에 입점하려는 상인들의 실제 수요나 임대료 가격은 아직도 뚜렷한 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분양과 임대 시장의 분위기가 꽤 다르다는 지적이다. 연도별 비교를 해 봐도 상가시장에 대한 전반적인 전망은 아직도 밝지 않은 편이다.
국토해양부는 지난달 발표한 자료에서 "상가투자는 소비심리 하락으로 인한 공실 증가와 분양시장의 침체에 따른 투자수익률 하락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지난해인 2008년 투자수익률은 연 10.91%였으나 올해 기대수익률은 단지 0.5%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연도별로 2005~2007년 각각 8.66%, 8.14%, 8.20%였던 것을 감안하면 극도의 침체가 예상된다는 해석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상대적으로 자본력이 있는 임대인들은 수도권 핵심상권의 상가를 경쟁적으로 분양받고 있어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지난달부터 분양한 반포자이 상가는 한 달도 되기 전에 대부분의 상가가 분양을 마쳤다. GS건설 관계자는 "은행과 병원이 가장 먼저 분양을 받았고 층별로 1~2개 점포를 남겨놓고는 거의 모두 분양이 됐다"고 밝혔다.
3월 말 진행된 판교신도시 주공 상가 입찰에서는 34개 점포 중 6개만 유찰되면서 82.4%의 최종 낙찰률을 보였고, 총 117억원(낙찰가격 총액)이 유입됐다.
인천 송도 국제도시 커낼워크 상업시설 청약 열기도 뜨거워 총 343개 점포 공급에 400명을 웃돈 숫자가 청약에 참여했다.
업계에선 올해 들어 금리인하, 토지보상과 800조원에 이르는 단기 부동자금 등과 더불어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가속화 등 규제완화가 핵심상권 상가분양에 온기를 불어넣었다고 해석하고 있다.
최근 각 상가의 '권리금'(호가 기준)도 빠르게 오르고 있다. 상가컨설팅업체인 점포라인이 서울시내 총 1068개 점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올해 4월의 점포 권리금 평균 가격은 1억1679만원으로 지난 2007년 9월(1억595만원)과 2008년 9월(5212만원)에 비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는 점포의 크기와 관계 없이 권리금의 평균 가격을 조사한 것으로, 임대자들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핵심상권 넓은 면적의 임대건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대홍 점포라인 팀장은 "불안해하던 예비창업자들이 창업해야 한다는 위기의식이 발현됐고, 98년 IMF 금융위기 이후 내성이 생겨 상대적으로 쉽게 지갑을 여는 소비자들의 행태변화 등이 상가시장의 활성화에도 기여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장 회복으로 보기엔 성급하다는 지적이 더 많은 것도 사실이다.
'삼성타운 효과'가 있는 서초동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여전히 1층의 황금입지에도 텅텅 비어있는 상가가 널려 있기 때문이다. 최고의 상권으로 꼽히는 강남역 뉴욕제과 인근과 청담동 로데오거리 인근의 상가들도 벌써 반년 이상 비어 있는 곳들이 즐비하다.
분양 후에도 입점이 없어 발을 동동 구르는 곳도 많다. 화려한 건축으로 주목받으며 분양 열기를 일으켰던 강남역 부근 부띠끄모나코의 경우도 여전히 상당수 상가가 비어 있다. 박대원 상가정보연구소 소장은 "제2롯데월드 등으로 호재가 많은데도 잠실재건축 단지의 상가들은 여전히 1층도 비어 있는 곳이 많다"면서 "지역이나 상권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본격적인 회복으로 보려면 아직 한참은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선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