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경기회복 분위기를 타고 고공행진을 거듭했던 서울 강남·서초 등 대규모 상권의 임대보증금이 5월 들어 급락세다. 창업시장이 5월부터 계절적 비수기에 접어드는데다 최근 남유럽발 재정위기로 시장 분위기가 한풀 꺾인 탓이다. 올초 신축 강남 상권을 중심으로 ‘안테나샵’ 유치 경쟁으로 폭등했던 임대보증금이 5월 들어 안정화한 것도 또 다른 이유다.
전문가들은 본격적인 휴가시즌에 돌입하는 7∼8월은 매출이 급감하는 만큼 임대 상가를 알아볼 때는 5∼6월은 피하는 것이 낫다고 조언한다.
■휴가시즌 안테나샵 ‘몸사리기’
11일 상가점포거래업체인 점포라인에 따르면 5월 서울 강남구 상가의 3.3㎡당 임대보증금은 122만8000원으로 지난 4월(170만6000원) 대비 39% 급락했다. 서초구는 5월 기준 117만8000원을 기록해 지난 4월 133만3000원에서 13.2%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강남구와 서초구 상권은 봄철 창업시즌을 맞아 올초부터 급등세를 이어온 만큼 충격이 크다.
강남구의 임대보증금은 지난 1월 107만3000원에서 2월 113만2000원으로 상승한 후 3월 173만9000원으로 한달 새 60만원(34.9%) 급등했다. 서초구는 3.3㎡당 임대보증금이 지난 2월 94만원에서 3월 111만9000원을 거쳐 4월 133만3000원까지 상승했다가 한달 동안 15만5000원이 빠졌다.
예를 들어 강남구는 지난 3월 3395만원이던 공급면적 66㎡ 상가 점포의 임대보증금이 한달 새 5217만원으로 급등한 후 두달 만에 3682만원으로 주저앉은 셈이다.
전문가들은 올초 강남상권에 경쟁적으로 진입을 시도한 ‘안테나샵’이 계절적 비수기인 7∼8월이 다가오면서 몸을 사리는 것으로 풀이했다. 부동산경기 침체와 남유럽발 금융위기 등으로 경기회복 시그널이 약화된 것도 한 이유다.
■상가주, 월세를 ‘올려달라’
임대보증금이 하락한 반면 월세는 상승세로 돌아섰다. 지난 4월 강남구 상가점포의 월평균 임대료는 406만원으로 전월(331만원) 대비 75만원 급등했다. 서초구도 287만원에서 330만원으로 43만원 올랐다.
2∼3월 초가 창업시즌이라면 4∼5월은 본격적으로 매출을 거두는 시즌. 상가주들이 임대보증금은 낮추더라도 현금수입이 기대되는 만큼 보증금을 낮추는 대신 월 임대료를 올리는 전략을 택하고 높은 임대보증금 때문에 강남권 진입을 꺼렸던 창업자들은 매출 기대에 따라 임대료 상승으로 타협을 한 셈이다.
점포라인의 정대홍 팀장은 “강남구는 강남3구 가운데서도 임대보증금과 임대료 수준이 현격히 높다”면서 “최근 경기회복세로 창업자 수가 큰 폭으로 늘었지만 높은 가격 때문에 꺼리는 사람이 많다”고 덧붙였다.
임대보증금이 가장 높았던 지난 4월 서초구의 임대보증금은 강남구의 78%, 송파구는 강남구의 절반 수준(50.2%)에 불과하다.
정 팀장은 또 “창업시장도 학교 입학시즌 등이 겹치는 3월이 이슈가 가장 많다”면서 “2∼3월에는 창업수요가 몰리면서 가격이 급등하고, 4∼5월 들어서는 수요가 빠지면서 보증금이 급락한다”고 말했다.
■송파구는 소폭 반등
한편 강남3구 가운데 송파구는 소폭 반등했다. 강남역과 고속버스터미널 등 서울 전역을 대상으로 하는 ‘광역’ 상권인 강남과 서초와는 달리 송파구는 인근 주택가를 대상으로 하는 ‘지역상권’인 만큼 부침이 적기 때문이다. 더욱이 잠실롯데월드와 석촌호수 등은 여름철 휴가시즌이 비수기라기보다는 성수기에 가깝다는 것도 한 이유다.
점포라인 정 팀장은 “강남구는 서울 전역을 담당하는 광역상권인 만큼 브랜드를 알리는 매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면서 “안테나샵은 한 장소에서 오래 매장을 운영하는 사례가 적은 만큼 손바뀜이 많이 일어난다”고 귀띔했다. 상가를 신규 계약할 때 상가주들이 계약조건을 상향 조정하는 것이 일반적인 만큼 손바뀜이 많은 지역일수록 임대보증금은 올라간다는 설명이다.
반면 주택가와 오피스가 혼재한 송파구의 경우 5∼10년 이상 장기 입주 점포가 대다수다. 올해로 입점 5년째를 맞는 ‘위너스치킨’ 송파점 배성웅 사장(45)은 “이 지역은 주택가로 이루어져 있어 고정고객 확보가 용이하다”면서 “더욱이 주변에 먹자골목이나 롯데월드·석촌호수 등 위락시설이 있어 여름철에도 안정적으로 매장을 운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오금동 오금역 인근 신훈철 사장(43)은 “송파구는 (월 임대료 등) 강남구보다 창업비용 부담이 적다”면서 “저녁시간에는 소규모 오피스 직장인들이 퇴근하면서 매장에 들르고 주말에는 주택가의 배달 주문으로 꾸준히 매출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