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이 가장 발달한 서울에서도 초특급으로 꼽히는 4곳의 상권이 있다. 바로 강남역, 종로, 홍대, 명동이다. 이들 상권은 98년 외환위기, 08년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변함없는 집객력을 과시하며 여전히 전국 최고 수준의 점포시세를 유지하고 있다.
모두 초특급으로 인정받고 있는 지역이고 어떤 아이템으로 시작해도 성공률이 높은 곳이지만 이들 상권의 위상에도 격차는 존재한다. 유동인구 계층과 특화된 업종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들 상권 간 점포시세 격차는 얼마나 될까. 또 각 상권에서 잘되는 업종은 무엇일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 올해 들어 점포라인에 등록된 4개 상권 소재 점포 931개를 분석해봤다.
점포 비용 1위는 ‘종로 상권’
분석 결과에 따르면 4개 상권 중에서도 점포 비용이 가장 많이 들어가는 곳은 종로 상권인 것으로 파악됐다. 종로 상권의 점포 시세는 2억843만원. 점포 면적 1㎡당 가격으로 환산하면 143만3001원, 3.3㎡( 3㎡)기준으로는 473만7215원에 달했다. 즉 66㎡ 점포를 인수하기 위해서는 평균 9474만4300원을 지불해야 한다는 의미다. 동일한 기간에 등록된 서울 및 수도권 소재 전체 매물의 1㎡당 시세는 종로 상권의 69%(98만4809원) 수준에 그쳤다. 66㎡ 점포 인수 시 필요한 자금은 6511만 1632원으로 종로와 비교 시 약 3000만원 가량 차이가 난다.
명동 상권은 기업들이 홍보 및 시장분석을 위해 A급 입지마다 진출해 있고 해당 점포들은 매우 높은 시세를 자랑한다. 이번 조사는 자영업자 간 점포 양수도 매물을 대상으로 한 것이어서 기업이 임차한 점포는 조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종로 다음으로 비싼 상권은 홍대. 홍대 상권은 평균 시세 1억8985만원으로 기타 지역에 비해 저렴해 보이지만 평균 점포 면적이 타 상권 대비 적어 1㎡당 시세 133만5655원을 기록해 종로 다음 순위를 차지했다. 아울러 전국에서 가장 비싼 상권으로 손꼽히던 명동은 1㎡당 시세가 124만6882원으로 4개 상권 중에서 가장 낮았다. 강남역 상권은 128만1007원으로 명동보다 조금 높은 수준이었다.
보증금은 종로, 권리금은 홍대
종로 상권이 국내 최고라는 명동을 제칠 수 있었던 이유는 전국에서도 가장 높은 수준의 보증금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종로 상권의 평균 보증금은 7021만원, 1㎡당 시세로 보면 48만2709원에 달했다. 이어 강남역 상권이 6455만원, 1㎡당 42만4503원, 홍대가 5096만원, 1㎡당 35만8520원 선으로 나타났다. 명동은 4844만원, 1㎡당 29만9049원으로 종로상권의 60% 수준에 그쳤다.
권리금은 홍대 상권이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 지역 점포들의 평균 보증금은 1억3888만원. 1㎡당 금액으로는 97만7065원에 달했다. 홍대 상권 다음으로 높은 곳은 종로 상권으로 평균 권리금은 1억3821만원이었다. 1㎡당 금액으로는 95만223원. 명동 상권이 1㎡당 94만7771원으로 뒤를 이었다. 명동 상권의 평균 권리금은 1억5352만원으로 4개 지역 중 가장 높았으나 이는 점포들의 평균 면적이 타 지역 대비 9.9~19.9㎡ 넓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강남역 상권은 평균 권리금 1억3024만원, 1㎡당 85만6504원으로 조사돼 4개 지역 중에서는 권리금 수준이 가장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권별 잘 되는 업종
4대 상권은 소비층이 유사하지만 지역적 특성이 상이하고 각 상권에 대한 기업과 대중의 인식이 달라 소비 트렌드에서는 유사하면서도 조금이나마 서로 다른 경향을 보인다. 그렇다면 각 상권마다 좋은 수익을 내고 있는 업종은 어떤 것이 있을까. 각 상권 매물을 다시 업종별로 나눠 월 수익률을 조사한 결과 강남역 상권과 종로 상권에서는 Bar와 PC방, 명동상권에서는 미용실과 분식점, 홍대 상권에서는 Bar와 퓨전주점이 상대적으로 높은 월 평균 수익률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역 상권의 Bar는 14.82%(2412만원), PC방은 11.97%(1525만원)의 높은 수익률(월 평균)을 올리고 있었고 종로 상권에서도 Bar가 10.2%(1754만원), PC방이 8.92%(1739만원)의 수익률을 기록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명동 상권에서는 미용실이 21.24%(2974만원), 분식점이 13.60%(1065만원)의 높은 수익률을 올리고 있었고 홍대 상권에서는 Bar가 11.78%(1852만원), 퓨전주점이 8.94%(1713만원)의 수익률을 보였다.
이같은 편차는 구체적으로 각 상권으로 유입되는 소비층의 성향이 특화되어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강남역과 종로 상권에는 각 지역을 대표하는 학원 시설이 있고 대중교통편이 고도로 발달돼 있어 직장인과 학생층 인구가 집중된다는 공통점이 있다. 또 명동 상권에는 외국인 관광객과 패션에 관심이 많은 2~30대 여성소비자의 집중도가 높고 홍대는 최신 트렌드를 향유하는 20대 초중반 남녀 소비자들의 집중도가 높아 각각 잘 되는 업종이 조금씩 다르다는 것이다.
점포라인 정대홍 팀장은 “이들 4대 상권에 점포를 얻어 창업하는 것은 성공률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지만 문제는 점포비용 및 운영비용 지출이 과대해진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정 팀장은 “명동 상권의 경우 16.52㎡( 17㎡) 정도의 조그만 점포를 얻으려 해도 권리금으로 많게는수천만원을 준비해야 한다”며 “개인 사업자가 진입하기에는 턱이 조금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정 팀장은 “그러나 철저한 자금운용 계획을 통해 비용 부담을 점진적으로 줄이고 아이템과 점포 궁합을 고려해 사업에 충실하게 종사하면 어느 상권보다도 성공률이 높기 때문에 신중하면서도 과감한 결단이 요구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