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리금은 그 용어와 개념, 법적 성격에 대해 규정하는 실체법이 없다. 하지만 권리금은 세법과 판례를 통해 그 존재를 입증하고 있다. 즉 권리금은 세법상 기타소득으로 분류되고 권리금 수령자는 부가가치세를 납부하는 것으로 납세의무를 지킬 수 있다.
또 대법원에서는 상거래 관행이라는 차원을 넘어 실정법상의 권리(재산권)로 인정하고 있다. 다만 사법상 권리와는 다르게 본다. 이것은 권리금이 임대차 계약에 수반되는 권리이므로 원칙적으로 임대차계약의 일부로 보지만 반환청구는 할 수 없다는 의미다.
이상에서 본 것처럼 권리금은 법적근거가 없다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실제 자영업자 간 거래 시 활발히 오고가는 실체로 인정받고 있으며 이에 따라 권리금을 둘러싼 분란도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용산 참사다.
이에 점포라인은 고객과 잠재적 창업자, 나아가 일반 대중들의 권리금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권리금을 둘러싼 분쟁사례를 소개하고 이를 통해 유사 사례 발생 시 누구나 대처방안을 쉽게 강구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편집자 주]
#5. A씨는 2년 간 카센터를 운영하던 중 계약만료 기간이 도래함에 따라 재계약을 추진했다. 임대 조건은 보증금 2000만원, 월세 140만원이었다. 그런데 A씨가 재계약 의사를 밝히자 임대인이 이를 거부하며 매매를 해야 하니 가게를 비워달라고 요구했다. 이 점포는 필지 소유주가 2명인 상태이며 A씨는 이중 1명과 계약해 점포를 사용해 왔다.
이후 임대인은 A씨와 재차 접촉해 필지 소유주 2명과 각각 보증금 1000만원, 월세 70만원으로 재계약을 하되 임차인 권리행사를 하지 못하고 필지 및 점포 매매 성사 시 4개월 안에 가게를 비우는 조건을 제시했다. A씨는 입점 시에는 걱정 말라고 해서 권리금까지 지급하며 들어왔는데 이런 상황이 돼 힘들다며 상담을 요청했다.
상담을 맡은 법률구조공단은 A씨에게 '재계약 시점이 되었다면 임대인의 조건대로 계약하는 수 밖에 없다'고 답변했다. 구조공단은 권리금이란 원래 법적으로 주장할 수 없는 권리고 이를 근거로 임대인에게 대항할 수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기존 임대차계약기간이 종료됐다면 임대인이 원하는 조건으로 계약하거나 계약을 체결하지 않는 등의 선택을 해야 하고 법적으로 구제할 방법은 없다는 것이다.
이번 판례는 임대차계약 기간 만료 후 재계약이 어려워지면서 갈등이 생긴 경우다. 이번 사건의 경우 임대인이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 기회를 빼앗거나 방해한 일이 없었고 정당히 임대차계약 기간이 만료됨에 따라 재계약 조건을 달리한 것이다. A씨 입장에서는 억울한 측면이 있지만 입점 시 영업기간 연장을 걱정하지 말라는 임대인 측의 약속을 계약서에 명시하지 않았고 결국 권리금을 날리게 됐다.
이번 판례가 시사하는 것은 임대차계약기간에 대한 보장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업종마다 특성이 달라 적절한 재계약 기간의 연한은 각자 다르다. 이번 사건의 경우 임차인의 업종은 카센터였고 카센터 업종은 특성상 한 곳에서 영업을 오래 해야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재계약 기간을 2년으로 설정한 것은 미래를 대비한 고려가 부족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따라서 최소 영업기간을 업종 특성에 맞춰 설정한 뒤 이를 계약서에 제대로 명시할 수 있어야 한다. 반대로 7년 가량의 영업기간을 설정해 퇴거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경우가 역으로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사전에 치밀한 계획이 필요하다. 또 계약기간의 증감에 대해 임대인과 조절할 수 있는 특약을 삽입해두는 것도 이런 경우를 방지할 대책이 될 것이다. [이미지출처 = 비즈플레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