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을 맞은 '베이비 부머(baby boomer)'들이 창업 시장에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은퇴 이후를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탓에 소규모 음식점이나 PC방 같은 '생계형 소자본 창업'에 편중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베이비 부머는 6 · 25전쟁 직후인 1955년부터 가족계획정책이 도입된 1963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로 713만명에 이른다. 이들 가운데 1955년생이 지난해 처음 정년(만 55세 기준)을 맞았다.
10일 한국경제신문과 나이스신용평가 조사에 따르면 올 상반기 서울과 6개 광역시에서 설립된 신설법인은 1만8917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2%(2040개) 증가했다. 연령별로는 50대 이상 창업자 비중이 처음으로 30%대(5800개)를 넘어섰다.
특히 베이비 부머들이 속한 50대가 창업한 법인 수가 급증세를 타고 있다. 2009년 상반기 50대가 창업한 법인 수는 2693개였으나 올 상반기엔 3839개로 42% 급증해 같은 기간 30대가 창업한 법인 수 증가율(18%)을 크게 웃돌았다. 베이비 부머의 창업 열기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분야 등 벤처 창업에 뛰어들고 있는 20~30대보다 더 뜨겁다는 얘기다.
이들은 전기 · 기계 · 섬유 · 금속 등 고용 창출 효과가 큰 제조업이나 부가가치가 높은 정보기술(IT) 업종보다는 소규모 자본으로 회사를 차릴 수 있는 서비스 · 유통 분야에 몰리는 경향이 뚜렷했다. 창업 컨설팅 회사 '점포라인'의 정대홍 팀장은 "베이비 부머들이 여유 자금을 마련하지 못한 때문"이라며 "중소형 음식점,PC방 등 생계형 창업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2009년 상반기 전체 창업 가운데 60%를 차지했던 서비스 · 유통 분야 비중은 지난해 64%,올 상반기엔 66%로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반면 전기 · 섬유 · 금속 등 제조업 부문은 같은 기간 27~40% 줄어들었다. 중소기업청이 지난달 조사한 전국의 신설 법인 가운데서도 15%가 소규모 서비스업에 집중된 것으로 집계됐다.
자본금 규모를 보면 5000만원 미만 창업자 비중이 2009년부터 72%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들의 평균 자본금도 2009년 상반기 3800만원에서 지난해 2940만원,올해 2400만원으로 큰 폭으로 축소됐다. 점포라인이 지난 5월 창업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전체 응답자의 50%가 3000만~8000만원으로 창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남윤형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앞으로 5~6년간 정년 퇴직한 베이비 부머들의 소규모 창업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들이 중견 · 중소기업에 재취업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