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불황에도 불구하고 2011년은 예년에 비해 점포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던 한 해로 기억될 전망이다.
점포수요 증가 현상은 특히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로 인한 자영업자 증가, 몇몇 주요 업종에 대한 창업자 증가 등 우리 사회의 주요 이슈들과 구조적으로 단단하게 연결된 양상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점포수요 증가가 경기회복의 신호탄으로 해석돼선 곤란하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 올해 들어 창업자가 급증하면서 일시적으로 업계가 활발해 보일 순 있지만 이로 인해 자영업계 내부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또 내수경기가 여전히 불안하기 때문에 내수경기가 다시 침체될 가능성이 높아 2008년 당시 관찰된 권리금 폭락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는 점 역시 주지의 사실이다.
서울을 중심으로 2011년 점포시장을 되돌아 봤다.
서울 소재 점포매물 1만1개(평균면적 148.76㎡)를 분석한 결과 평균 권리금은 1억564만원에서 1억1814만원으로 11.83%(1250만원)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연 평균 권리금이 1억1000만원을 넘어선 것은 2008년 이후 올해가 처음이다.
권리금은 자영업자들이 점포 운영권을 거래할 때 해당 점포가 지닌 프리미엄에 대해 주고받는 금전으로 바닥 권리금(상권 및 입지 프리미엄), 영업 권리금(매출 및 수익 프리미엄), 시설 권리금(인테리어 및 시설 프리미엄)으로 세분된다.
권리금은 기본적으로 영업 활성화 정도와 정비례하는 속성을 가지고 있으며 공급과 수요의 변동량에 따라서도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거래동향 지표로도 활용된다. 따라서 권리금이 올랐다는 것은 매출 및 수요 증가 등으로 점포 가치가 전반적으로 상승했음을 의미한다.
권리금과 함께 평균 보증금과 월세도 지난해에 비해 오름세를 보여 이를 뒷받침했다. 연평균 보증금은 지난해 4476만원에서 4798만원으로 7.19%, 월세는 261만원에서 273만원으로 4.6% 각각 올랐다.
이 같은 상승세는 단위면적(3.3㎡)당 권리금을 보면 보다 분명해진다.
올해 등록매물의 3.3㎡당 권리금은 262만745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95% 증가했다. 2008년 국제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2009년 이후 2년 연속 증가세를 보이며 불황 이전의 수준을 회복해가고 있는 양상이다.
같은 기간 단위면적당 보증금과 월세도 각각 101만5524원에서 106만4395원으로 4.81%, 5만9216원에서 6만561원으로 2.27%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점포 시세가 이처럼 오름세를 보인 가운데 점포매물 수는 이례적으로 급감했다. 올해 등록된 매물 1만1개는 2008년 이후 가장 적은 것으로 지난 해 같은 기간에 비해 44.27%(7943개) 줄어든 것이다. 특히 최근 4년 간 매물 수가 가장 많았던 2009년의 1만9731개에 비하면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권리금의 경우 서울 25개 구 중 지난해에 비해 가장 많이 오른 곳은 구로구였다. 구로구 소재 점포들의 평균 권리금은 지난해 8945만원에서 올해 1억2552만원으로 40.32%(3607만원)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구로구 점포 권리금이 오른 것은 디지털단지 효과를 톡톡히 봤기 때문. 내수경기 불황에도 불구하고 디지털단지 직장인을 대상으로 적잖은 매출을 올리면서 일각에서는 여타 이름난 상권보다 더 실속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구로구 다음으로 권리금이 많이 오른 금천구 역시 구로구와 비슷한 경우다. 금천구 권리금은 지난해 7890만원에 그쳐 서울 25개 구 중 두 번째로 낮았지만 올해 들어 3479만원(44.09%) 올라 당당히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증가율로 따지면 금천구가 1위다.
구로·금천 지역의 권리금 상승세는 다른 곳의 권리금 변동 현황을 보면 더 실감이 난다. 권리금이 오른 20개 구 중 3000만원 이상 오른 곳은 구로·금천이 유이하다.
나머지 18개 구 중 10개 구는 권리금 증가폭이 1000만원을 넘지 않았고 나머지 8개 구 역시 1000~1500만원 오르는 데 그쳤다. 구로·금천 다음으로 권리금이 많이 오른 곳은 국내 굴지의 상권 명동이 자리한 중구. 그러나 중구 역시 1705만원(14.39%) 올랐을 뿐이다.
반면 권리금이 가장 많이 떨어진 곳은 이태원 상권이 자리 잡고 있는 용산구였다. 용산구 권리금은 지난해 1억1527만원에서 올해 1억46만원으로 1481만원(12.85%) 하락해 낙폭이 가장 컸다.
이태원 상권의 유명세를 감안하면 다소 의외의 결과. 그러나 상권의 노화상태가 가볍지 않고 외형확장이 어려운데다 인근의 꼼데가르송길로 인구가 유출되는 등 권리금 하락 요인이 존재한다. 꼼데가르송길 역시 앞으로 상권 형성에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한데다 나오는 매물 수가 적어 일부 점포의 권리금 증가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인 하락세를 막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이태원 상권 초입에 상가 건물이 새로 들어서는 등 분위기가 바뀌고 있고 기존의 건물과 점포들 역시 리모델링을 통해 변화를 모색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하락세가 길게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점포 보증금과 월세는 올랐다는 점도 참고할 부분이다.
권리금이 내려간 5개 구 중 나머지 4개 구는 전반적인 권리금 상승세에 힘입어 하락폭이 0.4~3.5% 선에 그쳤다. 다만 강남구(-0.45%)와 서초구(-0.72%)가 권리금 하락지역에 속해 있는 것이 눈에 띄는 부분.
점포라인 김창환 대표는 “지역별 권리금 현황은 예비 창업자는 물론 현재 해당 지역에서 영업 중인 기존 자영업자들도 꼭 알고 있어야 하는 사항”이라며 “이를 통해 권리금 관련 피해를 예방하고 나아가 능동적인 거래가 가능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