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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게재일 : 2012-01-30 조회수 : 2959
젊은이 떠난 신촌 상권, 중국인이 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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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게재일 : 2012-01-30 조회수 : 2959
젊은이 떠난 신촌 상권, 중국인이 살렸다

[2012 달라지는 상권 지도]
2000년대 중반부터 침체, 대형쇼핑몰 생겨도 회복안돼
2~3년 전부터 중국인 발길… 하루 관광버스 30~40대, 1200~1500명 손 큰 쇼핑

지난 25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정문 인근의 한 의류매장. 가판대에 놓인 옷들을 이리저리 들어보던 중국인 남녀 4명이 상점 주인 김모(54)씨와 손가락을 펼쳐 가며 한창 흥정을 하고 있다. 중국 칭다오에서 온 장지에(23)씨는 "이곳이 한국 젊은이들이 최고로 치는 패션 거리라고 들었다"며 그 자리에서 6만원을 주고 니트와 티셔츠 등 3벌을 구입했다.

장씨 일행은 인근 구두 가게 등을 더 둘러보다가 양손에 옷 꾸러미를 든 채 신촌 기차역 앞에 주차된 45인승 관광버스에 올랐다. 주차장에는 중국·홍콩 등에서 온 관광객을 태우고 온 버스 10대가 빽빽하게 서있었다.

1990년대 '젊음의 거리' 또는 '패션의 거리'라는 이름을 뒤로하고 2000년대 중반부터 긴 침체기를 겪은 신촌·이대 상권이 최근 몰려드는 중화권 관광객들 덕분에 부활 조짐을 보이고 있다.

◇홍대·온라인몰에 밀린 신촌 상권

연세대 정문 앞 연세로부터 명물거리, 이화여대 정문 앞으로 이어지는 신촌·이대 상권은 1990년대 후반까지 서울의 '황금 상권' 중 하나였다. 하지만 2000년대 중반 지하철 두 정거장 거리에 있는 홍익대 앞에 젊은 층이 열광하는 클럽 문화가 조성되면서 젊은 소비자들의 발길이 신촌에서 홍익대 쪽으로 옮아갔다.

상가 정보업체 '점포라인'에 따르면 홍대 상권에서는 3.3㎡당 상가 권리금이 2009년 314만원에서 지난해 333만원까지 오른 반면, 신촌·이대 상권에서는 같은 기간 권리금이 291만원에서 254만원으로 떨어졌다.

젊은 층의 소비 패턴이 바뀐 것도 타격이었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옷을 사는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13.2㎡( 13㎡) 안팎의 작은 의류·구두·액세서리 매장이 밀집한 이대 앞 상권을 찾는 수요자는 크게 줄었다. 2006년 이후 밀리오레M과 예스APM 등 대형 쇼핑몰이 잇따라 들어서면서 한때 손님이 늘어날 거란 기대감이 높아진 적도 있었지만 허사였다. 기존 의류 매장과 차별화하지 못해 손님이 줄면서 상인들이 가게를 접는 경우가 속출했다. 이 쇼핑몰들은 지금도 텅 빈 점포가 많다.

◇중국 관광객들이 가져온 반전

신촌·이대 상권에 숨통을 틔운 것은 중국·홍콩·대만 등 중화권 관광객들이었다. 중화권 관광객들 사이에서 '이대 정문 앞에서 사진을 찍으면 부자가 된다'는 소문이 돌면서, 젊은 소비자가 떠난 자리를 관광객들이 메우기 시작했다. '이화(梨花)'가 중국어로 '돈이 들어온다'는 뜻의 '리파(利發)'와 비슷하다는 이유다. 또 저렴하면서도 한국 여대생들이 즐겨 찾는 독특한 옷과 액세서리가 많다는 점도 관광객들의 발길을 끌었다. 최근 하루 평균 45인승 버스 30~40대가 이 지역을 오가며 관광객 1200~1500명이 쏟아지고 있다.

중화권 관광객이 몰려들면서 이곳 매장 풍경도 변했다. 소규모 의류매장이나 화장품 할인점 대신 관광객들이 선호하는 대형 프랜차이즈의 화장품 가게가 늘었다. 점포 곳곳에 중국어 광고지나 가격 안내표가 붙었고, 중국인 유학생을 아르바이트생으로 채용하는 점포도 늘었다. 이대 정문 앞쪽에 있는 더페이스샵에는 매장을 찾는 손님 중 60%가 중화권 관광객이며, 이들이 하루 매출의 절반을 올려주고 있다고 했다.

◇자생력 갖추는 게 과제

전문가들은 신촌·이대 상권이 예전 모습을 찾으려면 관광객에게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특별한 볼거리가 없어 유행에 따라 관광객들이 다른 상권으로 쉽게 옮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대 앞 상권은 이미 관광객이 많이 다니지 않는 몇몇 골목에 빈 가게도 10여곳이 넘는다. A공인중개사무소 이모(45) 실장은 "보증금 1000만원에 100만원 수준까지 내려간 가게도 찾는 사람이 없다"며 "상권 자체가 달라졌다기보다 관광객 눈에 잘 띄는 목 좋은 자리만 덕을 본 것"이라고 했다.

상가뉴스레이다 선종필 대표는 "이미 들어서 있는 쇼핑몰에 대형 마트나 브랜드 파워를 갖춘 매장을 입점시키는 등 국내 소비자의 발길을 끌 수 있도록 자생력을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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