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친 대신 대학병원에 들러 검사결과를 확인하고 처방전을 받아 약국으로 향하던 바우 씨는 모친의 당부를 떠 올렸다.
약을 짓게 되면 반드시 후문에 있는 A약국에서 지으라는 모친의 당부 말씀이 있었던 것. 바우 씨는 후문으로 나와 약국들을 살펴봤다.
후문 바로 옆에는 신축빌딩 1층의 B약국이 있었고 모친이 말씀하신 A약국은 골목 안으로 들어가야 하는 허름한 약국이었다.
언뜻 보기에는 B약국으로 손님이 몰릴 것 같았지만 현실은 정반대였다. 깨끗한 B약국은 파리만 날리고 있는 데 반해 A약국에는 처방전을 받아 든 손님들이 연신 들락거리고 있었던 것.
바우 씨는 집으로 돌아와 모친의 설명을 듣고서야 그 까닭을 알 수 있었다.
원래 그 일대를 주름잡던 약국은 깨끗하고 화려한 B약국이었다. 그러나 B약국 건물 전체가 재건축되면서 잠시 문을 닫게 됐고 환자들은 어쩔 수 없이 A약국으로 가야 했다.
A약국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승부를 걸었다. 승부수는 노인 분들 잘 챙겨드리고 친절하게 응대하는 것만이 아니었다고.
일반 약국의 태반은 처방된 약 성분을 계산해 일괄적으로 포장하거나 캡슐 채로 손님에게 내밀기 마련. 그러나 A약국은 매 끼니마다 먹을 약을 따로 포장함으로써 일일이 따로 챙기지 않아도 손쉽게 복용할 수 있도록 했다.
즉 A약국은 고객의 Needs를 찾아내고 여기에 완벽히 부응했던 것이다. 결국 B약국은 재개장 했지만 과거의 영광을 A약국에 넘겨주게 됐다.
바우 씨는 “창업준비 중 겪게 된 일이라 예사롭게 보이지 않았다”며 “고객의 입장에서, 고객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게 무엇인지를 정확히 파악하는 게 정말 중요한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