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인점 가맹 시 영업사원 말만 믿고 계약금을 덜컥 송금했다가 곤욕을 치르는 사례가 빈번해 예비 자영업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 사례
충남에 거주하는 A씨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고향의 한 아파트상가를 분양 받아 치킨집을 개업하기로 했다. 불황이어서 안정적인 체인본부를 알아보던 A씨는 믿음직하다고 생각되는 모 브랜드 영업사원과 접촉하게 됐다고.
이 영업사원은 계약금을 먼저 송금하면 A씨 고향지역의 매장개설 우선권을 가질 수 있다고 주장했고 A씨는 급한 마음에 계약금으로 500만원을 지불했다.
그러나 문제는 추가 자금. 계약금을 송금한 후에야 창업 조건을 검토해 본 A씨는 가능한 대출을 모두 받더라도 해당 체인점의 가맹조건을 도저히 맞출 수 없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계약금의 반환을 요구했다.
그러나 체인본부는 계약금을 송금한 사실 자체가 계약 성사를 의미하므로 계약을 포기할 경우 계약금은 위약금으로 귀속된다며 반환을 거부했다.
A씨는 '정보공개서를 받지도 못했거니와 자세한 여건을 들어보지도 않은 채 계약금을 송금해버린 사실이 후회스럽기만 하다'며 허탈해 했다.
이럴 경우 A씨는 반환금을 돌려받을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받을 수 있다. A씨는 계약에 앞서 정보공개서를 받지도 못했고 숙고기간을 가지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가맹사업법은 체인본사로 하여금 가맹 희망자에게 정보공개서를 제공하고 14일의 숙고기간이 지나기 전까지는 가맹계약을 체결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이 같은 절차를 어긴 계약은 위법에 의한 것이므로 원천적으로 무효라는 게 법리적 해석이다. 다만 현실은 법으로만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A씨는 민형사 고소를 통해 계약금을 돌려받아야 한다.
하지만 500만원이라는 액수를 찾기 위해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소송을 진행한다는 것은 어리석은 행위이므로 소액재판제도의 활용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소액재판제도는 500만원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금전의 지급을 목적으로 재판을 신청할 수 있는 제도로 물품대금, 손해배상 등 비교적 단순한 사건에 많이 적용된다.
절차도 간편하다. 법원에 소장이 접수되면 법원 측은 접수 즉시 14일 이내에 변론기일을 정해 준다. 심리는 원칙적으로 1회의 변론기일에 종결하게 되어 있으므로 당사자는 모든 증거를 최초의 변론기일에 제출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재판에 출석하지 않은 쪽에는 불리한 결과가 초래된다. 피고가 참석하지 않으면 즉석에서 원고 승소 판정이 내려지고, 원고는 2회 불출석 후 1개월 내 재판일 지정신청을 하지 않으면 소송 자체가 취소된다.
재판이 진행되면 원고와 피고는 각자의 주장을 하고 증거를 제출한다. A씨의 경우 정보공개서의 미수령과 숙고기간이 없었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부각시키면 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가맹사업법이 시행된지 상당 기간이 지났음에도 아직 정보공개서 자체를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며 '예비창업자들은 하고자 하는 업종에 대한 정보를 최대한 모아봐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