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의 애로사항은 수없이 많다. 시간 약속 지키지 않는 거래처, 측량할 길 없는 재고관리, 심지어는 흔히 말하는 ‘진상’ 피우는 야속한 고객까지. 열거한 것 이외에도 수많은 애로사항들이 존재하지만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견뎌낼 수밖에 없다는 게 상인들의 고충이다.
이런 상인들의 어깨를 더욱 처지게 하는 게 있으니 다름 아닌 ‘신용카드’다. 카드 사용자가 국민적 수준으로 늘어나며 동반 상승한 카드 사용률이 이제는 소상공인의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카드 수수료 때문. 최근 자영업 단체들이 나서 실력행사를 통해 수수료를 내렸지만 여전히 부담이 되기는 마찬가지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상인들은 되도록 현금계산을 유도한다. 그러나 5000원 짜리 식사, 담배 한 갑, 떡 한 봉지를 사면서도 카드를 내미는 손님이 거의 대부분이다시피 해 울며 겨자먹기로 손님을 받거나 아예 판매를 거절하는 경우도 종종 나오고 있다.
서울에서 실내포장마차를 운영하는 A씨는 “가장 열 받는 경우는 한 명이 현금을 걷어서 카드로 계산할 때”라며 “미칠 것 같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카드 이용은 시대의 흐름이자 대세다. 소비자들로선 카드를 사용하면 따로 소득공제용 현금영수증을 발급받을 필요가 없어 편하다. 국가 역시 국민의 소비내역이 투명해 짐에 따라 세수 확대 등 여러 가지 긍정적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격이다.
소비자들의 신용카드 결제는 막을 수 없는 시대 흐름으로 봐야 한다. 이처럼 막을 수 없는 흐름이라면 차라리 유연하게 대처하는 게 어떨까. 손님이 신용카드 낸다고 인상 찌푸릴 게 아니라 오히려 더 신속하게 결제를 해준다면?
소비자 역시 카드를 내면서 점주 눈치를 어느 정도 보기 마련이므로 이런 점주의 모습에 큰 호감을 느끼기 마련. 안산에서 주점을 운영 중인 B씨는 “지출 수수료 얼만지 계산기 두드려 볼 시간에 인사를 한 번 더 한다”고 했다.
수수료가 떼이건 말건 엄연한 매상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인천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C씨도 마찬가지. 만 원짜리 긁어도 감사하며 받는다는 C씨는 “카드 없었으면 밥 먹으러 올 손님이 아니라는 생각 때문에 열심히 서비스 한다”고 했다.
결국은 생각의 차이다. 수수료는 얼마 되지 않는 마진을 감안했을 때 눈엣가시다. 하지만 나머지 98%의 금액은 분명한 매상이라는 점을 더 크고 높게 보는 것이 스트레스 안 받고 건강히 장사하는 방법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