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호프는 오르고, 편의점은 내리고’.
지난해 상가 권리금 변화로 본 업종별 명암이다.
점포라인과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이 지난해 말 서울 주요 상권에 있는 8191개 점포를 22개 업종으로 분류, 권리금을 조사한 결과다. 이에 따르면 서울 시내 상가의 평균 권리금은 1년 새 16%(1999만원) 오른 1억2753만원으로 나타났다
권리금이 가장 많이 오른 업종은 치킨호프다. 2012년 같은 기간보다 5424만원 올라 45% 증가했다. 85㎡(이하 전용면적) 크기 상가에 입점하려면 임대료 외에 평균 1억7472만원의 권리금을 부담해야 한다.
의류점(2283만원, 29%), 피자전문점(2291만원, 26%), 호프·맥주(2374만원, 21%), 퓨전주점(2442만원, 21%) 등도 많이 올랐다. 의류점과 피자전문점의 경우 52㎡ 크기 점포를 빌리려면 이전 세입자에게 권리금으로 각각 9983만원, 1억832만원을 줘야 한다.
가라앉은 경기 탓에 취업을 못하거나 은퇴한 사람들이 치킨호프·피자전문점 등 창업하기 쉬운 업종으로 몰리면서 권리금이 오르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갑이 가벼워진 직장인들이 회식 장소로 가격 부담이 적은 호프나 퓨전주점을 선호하는 것도 이유다.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권강수 이사는 “이른바 ‘치맥’(치킨+맥주) 바람이 불면서 장사가 잘되는 가게가 늘고 있다”며 “올해는 겨울올림픽·월드컵·아시안게임 같은 대형 스포츠행사까지 열려 치맥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반면 편의점(-2600만원, -27%), 미용실(-1633만원, -25%), 피부미용실(-1540만원, -19%), 노래방(-1387만원, -11%)은 권리금이 떨어졌다. 편의점은 매출이 꾸준하고 관리가 쉬운 편이라 선호도가 높은 업종이었지만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점 간 갈등이 드러나면서 권리금이 하락했다. 미용실은 대형 프랜차이즈에 밀려 동네상권이 시든 영향이다.
권리금은 상가 임대 때 임차인끼리 관행적으로 주고받는 돈이다. 이전 세입자가 점포를 운영하면서 닦아 놓은 인지도나 확보한 고객 같은 무형의 가치와 시설에 대한 보상 성격을 갖고 있다. 따라서 유동인구와 단골손님이 많을수록, 시설 상태가 좋을수록 권리금은 올라간다. 상가정보연구소 박대원 소장은 “권리금이 비싸다는 것은 영업수익이 좋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해당 점포 가치의 기준이 된다”고 말했다.
음식점·옷가게 같은 자영업을 하려는 사람이라면 권리금은 현행법상 관련 법 규정이 없어 보호받지 못한다는 점을 알아둬야 한다. 예컨대 2011년 피부미용실(99㎡)에 입점하면서 이전 세입자에게 7786만원의 권리금을 지불했더라도 지금 이사를 한다면 새로 들어온 세입자에게 6246만원만 받을 수 있다. 1540만원의 손실을 보는 것이다.
권리금에 관련된 내용을 계약서에 별도로 명시하더라도 적용할 법이 없기 때문에 무의미하다. 부동산컨설팅업체인 탑스리얼티 경국현 대표는 “우선 이전 세입자가 소득세를 내도록 권리금을 관할 세무서에 신고해 권리금을 음지에서 양지로 끌어내야 한다”며 “실질적으로 권리금을 보호할 수 있도록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 이사는 “마음에 드는 상가가 있더라도 권리금을 무리하게 주는 것은 위험하다”며 “주변 상가보다 유난히 권리금이 비싸다면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