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제품 대리점주 A씨는 본사가 판매실적이 저조할 경우 3개월 단기계약을 체결하거나 해지하겠다고 위협해 손해를 감수하고 주문하지 않아도 될 물품까지 주문했다. B씨는 본사로부터 문자로 주문량을 할당받고 필요하진 않았지만 그만큼의 수량을 주문할 수밖에 없었다. C씨는 판매목표를 달성하지 못하자 본사로부터 주문한 만큼의 물건을 공급받지 못했고, 또 할인제품에 대한 할인혜택도 받지 못했다.
서울시는 지난해 5월부터 갑-을 관계 논의가 본격화 된 이후, 유제품 업계의 불공정거래 관행에 대한 개선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지난 7월부터 9월까지 서울시 673개 대리점에 대한 <유제품 가공본사-대리점간 불공정거래 현황 실태> 전수조사를 실시하였다.
조사내용은 ①주문하지 않은 상품의 제품구매 강요 ②주문내역 임의 변경 및 열람 거부 ③부당한 반품거부 ④떡값제공 등 부당한 강요 ⑤판촉사원의 인건비 부담강요 여부 등 5개 항목이었으며, 항목별로 <많이 개선>, <조금 개선>, <변함없음>, <악화>, <경험 없음>을 선택하게 하였다. 분석대상은 673개 대리점 중 본사가 직영하는 123개 대리점과 조사에 불응한 258개 대리점을 제외한 292개 대리점주의 응답을 대상으로 하였다.
조사결과 가장 큰 문제가 됐던 일명 ‘밀어내기’와 ‘떡값제공 등 부당한 강요’는 전반적으로 많이 개선이 된 것으로 조사되었으나, ‘반품거부’와 ‘판촉사원 인건비 부당 전가’ 등 잘못된 관행은 일부 유제품 본사를 중심으로 여전히 남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먼저, 본사로부터 주문하지 않은 상품, 예컨대 유통기한 50% 이상경과 등 정상 판매가 어렵거나, 비인기제품을 공급받거나 주문량 이상의 제품구매를 강요받는 일명 ‘밀어내기’ 관행에 대해선 <개선> 65.8%, <경험 없음> 26.4%로 조사되어 ‘밀어내기’ 관행이 많이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응답자의 7.5%인 23개 대리점은 <변함없거나 악화되었다>고 응답함으로써, 잘못된 ‘갑-을 관계’에 대한 사회적 논쟁거리에도 불구하고 ‘밀어내기’ 관행이 일부 유제품 업계를 중심으로 여전히 남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둘째, 본사가 주문내역에서 제품의 종류나 수량을 임의로 변경하거나 주문내역 관련 서류와 정보의 열람을 거부하는 관행에 대해선 <개선> 59.6%, <경험 없음> 33.9%로 조사되어 ‘주문내역 임의변경’ 관행도 ‘밀어내기’ 와 함께 다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주문내역 임의변경’이 ‘밀어내기’를 위해 발생했던 불공정거래 관행이었기 때문에 ‘밀어내기’가 줄어들면서 함께 개선된 것으로 분석되었으나, 19개 대리점은 주문내역 임의변경 관행이 <변함없거나 악화되었다>고 응답해 향후에도 지속적인 개선 노력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셋째, 제품 공급시 본사 잘못으로 제품이 파손됐거나 유통기한 임박 및 경과 물품에 대해 반품을 부당하게 거부하는 경우, 또 반품비용을 대리점으로 전가하는 관행에 대해선 <개선> 49.7%, <경험 없음> 38.6%로 조사되어 ‘밀어내기’나 ‘주문내역 임의변경’ 보다 <경험 없음>의 응답비율은 상대적으로 높았으나, 전체의 11.7%인 34개 대리점이 <변함없거나 악화되었다>고 응답하여 타 항목에 비해 불공정거래 관행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에 참여한 한 전문가는 “대리점주가 밀어내기는 불공정거래 관행으로 명확히 인식하고 있는 반면, 반품거부에 대해서는 유통기한이 짧은 유제품의 특성상 불공정거래 관행으로 인식하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하고, 불공정거래 관행에 대한 대리점주의 적극적인 인식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보았다.
넷째, 본사나 지점의 직원이 거래와 무관한 명절떡값, 소개비, 회식비 등을 강요하는 관행에 대해선, 전반적으로 <개선>됐다는 응답이 37.7%로 조사되어 조사대상 5개 문항 중 가장 낮은 개선을 보였으나, <경험 없음> 비율이 57.9%로 높았음을 고려할 때 다른 분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불공정거래 관행이 적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특히, <악화되었다>고 응답한 곳은 한 곳도 없었다.
마지막으로 본사로부터 위탁판매를 하고 있는 대형마트의 판촉사원 인건비 전부 또는 일부를 대리점이 부담하도록 하는 관행은 <개선> 33.6%, <경험 없음> 52.4%로 조사되어 ‘부당한 떡값 요구’보다 개선의 정도가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특히 전체의 14.0%인 41개 대리점이 <변함없거나 악화되었다>고 응답하여 ‘반품거부’와 함께 불공정거래 관행이 가장 많은 분야로 조사되었다.
특히 대리점 주는 위탁판매인임에도 불구하고 마트 납품시 분실, 파손, 매장 내 훼손 등의 판매액은 위탁판매수수료 결제시 제외된다고 했다.
기타 의견을 살펴보면 현재 대리점주의 가장 큰 관심사는 본사와 대형마트‧편의점‧다이렉트 고객 및 도·소매업체와의 직접거래로 인한 판매처 감소였으며, 이러한 판매 감소를 대리점법으로 규제해 줄 것을 요청하는 것이 가장 많았다.
서울시는 이번 실태조사를 통해 그간 많은 개선이 있었지만 여전히 불공정사례가 남아 있는 것이 확인됐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남양유업 방지법’으로 알려진 대리점 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정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시는 유제품대리점 실태조사 결과 및 대리점 주와의 간담회에서 제기된 일부 유제품 본사의 불공정피해 사례에 대해 조사를 요청하는 공문을 공정거래위원회에 발송했다.
한편 서울시는 중소상공인이 겪는 불공정 피해에 대해 무료 법률상담서비스를 제공하는 불공정피해 상담센터(02-2133-5561∼2, http://economy.seoul.go.kr/tearstop)를 운영하고 있으며, 이와 더불어 주요업계를 대상으로 한 불공정 모니터링을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배현숙 서울시 소상공인지원과장은 “고질적인 불공정 행위가 이루어지는 업종에 대해 관계기관과의 협업 및 정기적인 실태조사를 지속적으로 실시하여 불공정행위가 근절될 수 있도록 노력을 한층 더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