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정보창업 뉴스성공창업을 위한 관련 뉴스들을 전해드립니다.

전체 글번호 : 8096
기사바로가기
기사 게재일 : 2015-01-08 조회수 : 4380
'권리금 보호法' 표류… 商街 세입자들 분통

찜하기

찜 보기
기사 게재일 : 2015-01-08 조회수 : 4380
'권리금 보호法' 표류… 商街 세입자들 분통

서울 관악구 봉천동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던 한모(38)씨는 지난달 말 건물주에게 가게를 넘겨줬다. 건물주가 "계약을 연장해 줄 마음이 없으니 가게를 비워 달라"고 일방적으로 통보했기 때문이다. 2009년 점포 운영을 시작하면서 들였던 권리금 1억6000만원과 인테리어 비용 8000만원은 한 푼도 건지지 못했다. 건물주가 상가 임차인(賃借人)의 권리금을 보호해주는 새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기 전에 한씨를 내보내고 새 세입자로부터 권리금을 챙기자는 속셈이었다. 한씨는 "상가 권리금을 보호한다는 법안이 빨리 통과만 됐더라도 이렇게 눈 뜨고 당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상가 임차인의 권리금을 법으로 보호하는 방안이 국회에서 장기 표류하면서 상가 임대차 시장에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9월 24일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발표했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100일 넘게 손을 놓고 있다가 이달 8일 처음으로 법안을 심의할 예정이다.


법 시행이 지연되면서 상가 시장에서는 세입자들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상가 권리금 규모는 총 33조원으로 추정된다. 상가 권리금 분쟁은 목 좋은 위치에 있어 공실 발생 가능성이 적고 건물주가 새로운 세입자를 쉽게 구할 수 있는 곳에서 주로 발생한다. 이렇게 건물주의 방해로 인한 피해 가능성이 있는 권리금 규모만 약 1조3000억원에 달한다.

 

◇재건축 상가·계약 보장 기간이 쟁점


상가 세입자의 권리금을 법으로 보호하는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은 정부가 작년 11월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의 의원입법 형식으로 발의했다. 주요 내용은 보증금 규모에 관계없이 최초 5년간 계약 갱신권을 보장하고, 세입자의 권리금을 법으로 보호하는 것이다. 권리금 회수를 방해하는 건물주에게 손해배상 책임도 지운다.


야당은 상가 권리금을 보호한다는 큰 틀에는 동의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안이 소상공인 등 세입자 보호에 역부족이라며 재검토를 주장하고 있다. 서영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정부안보다 세입자의 권리를 더욱 강화한 법안을 별도 발의한 상태다.


여야(與野) 간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건물주가 재건축·리모델링을 원할 때 세입자의 권리금을 보호할 의무를 면제받도록 한 것이다. 반면 서영교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재건축 등의 이유로 세입자가 퇴거(退去)할 경우 일정한 보상비를 주는 방안을 포함하고 있다.


세입자가 건물주에게 계약 갱신 청구를 요구할 수 있는 기간도 대립을 낳고 있다. 정부·여당은 현재처럼 보장 기간을 5년으로 유지하되 보증금 제한(서울 기준 4억원 이하)을 없애자는 주장이다. 반면 야당은 보장 기간을 10년으로 늘려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야당은 또 연간 임대료 인상 폭에 제한(연 9%)을 두는 보증금 범위도 지금보다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역삼동 상가 임대료 3개월 만에 30% 올라


문제는 국회가 이런 논쟁을 지속하는 사이 법안 통과 지연에 따른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는 점이다. 재계약을 포기해야 할 정도로 큰 폭의 임대료 인상을 요구하는 경우도 상당수다. 또 건물주가 계약을 갱신해주는 대가로 권리금을 요구하지 않겠다는 각서(覺書)를 쓰도록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서 치킨 가게를 운영하는 김모(여·48)씨는 "건물주가 별다른 이유도 없이 재계약 대가로 월세를 100만원 높여 달라고 요구했다"고 말했다.


실제 권리금 보호 방안 발표 이후 일부 상권에서는 임대료가 급등한 것으로 확인됐다. 상가 정보업체 '점포라인'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역삼동 일대 월 임대료는 지난 9월 ㎡당 평균 2만3400원에서 12월엔 3만2000원으로 석 달 새 30% 올랐다.


김승종 국토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단 법안을 통과시켜 권리금을 법의 보호 테두리 안에 넣어놓고 문제점을 나중에 고쳐 나갈 수 있다"며 "법 통과가 늦어진다면 선량한 세입자들의 피해만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