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소재 점포 평균 권리금이 사상 처음으로 1억 원 밑으로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권리금이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것은 짧게 보면 2013년부터 시작된 베이비붐 세대의 창업 열풍이 수그러든 데 따른 것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진입장벽이나 차별화 요소가 거의 없는 요식업 위주 창업이 두드러지면서 수익성이 악화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 2015년 수도권 점포 권리금 9165만원... ‘역대 최저’
자영업자 간 점포거래소 점포라인(www.jumpoline.co.kr)은 올해 들어 자사DB에 매물로 등록된 수도권 점포 1만4090개(평균면적 128.92㎡)를 조사한 결과 평균 권리금이 전년 대비 23.96% 떨어진 9165만원으로 집계됐다고 31일 밝혔다.
이처럼 수도권 소재 점포 평균 권리금이 1억 원 밑으로 떨어진 것은 점포 권리매매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8년 이후 올해가 처음이다. 국제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1억491만원)에 비해서도 12.64%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 3개 지역 모두 지난해에 비해 권리금이 떨어진 가운데, 낙폭이 가장 큰 곳은 경기도로 조사됐다. 경기도 소재 점포 평균 권리금은 지난해 1억1901만원에서 8981만원으로 24.54%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어 서울이 1억2072만원에서 9182만원으로 23.94%, 인천이 1억2470만원에서 9755만원으로 21.77% 하락했다.
권리금은 물론 보증금과 월세도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수도권 점포의 올해 평균 보증금은 역대 두 번째로 낮은 4563만원으로 집계됐다. 연평균 점포 보증금이 올해보다 낮았던 해는 국제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이 유일했다. 올해 평균 월세는 277만원으로 역대 최저 수준까지 내려가진 않았지만 2013년 이후 310만원 대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낙폭이 적지 않다.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권강수 이사는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와 맞물려 활성화됐던 점포 시장에 후폭풍이 불었고 이 때문에 자영업 체감 경기는 국제 금융위기 당시보다 더 냉랭한 상황”이라며 “현장에서 체감하는 자영업 경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에 향후 상가 임대차 시장에도 공실률이 증가하는 등 악영향이 갈 수 있다”고 분석했다.
◆ 주요 29개 업종 중 24개 업종 권리금 하락... 최대 낙폭 업종은 ‘떡볶이/튀김’ 전문점
업종별로는 내수경기 침체와 업종 특성으로 인해 희비가 엇갈린 모습을 보였다. 육아문화와 연관성이 깊은 키즈카페, 개성과 입지 장점, 경쟁력을 모두 갖춘 이색 카페, 대표적인 창업 스테디셀러인 당구장과 PC방 정도만 권리금이 오르거나 보합세를 보였을 뿐, 대다수 업종에서 권리금이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2년 간 매매 의뢰건수가 150개 이상인 주요 29개 업종 점포를 따로 추려 조사한 결과, 권리금 낙폭이 가장 큰 업종은 소자본 창업 아이템으로 인기를 끌었던 떡볶이/튀김 전문점이었다. 이 업종 평균 권리금은 지난해 1억3090만원에서 올해 6272만원으로 52.09% 하락하며 반 토막 났다. 매물 수도 지난해 40개에서 올해 186개로 급증했다.
의류판매점 매물이 지난해 142개에서 올해 240개로 100개 이상 늘어나며 권리금도 지난해 1억3672만원에서 6587만원으로 51.82% 떨어졌고, 패스트푸드 전문점 권리금도 2억9053만원에서 1억5631만원으로 46.2% 내렸다.
이어 일본풍 주점으로 각광받던 이자까야 권리금이 지난해 1억3230만원에서 올해 8551만원35.37%, 돈까스/우동 전문점이 1억2166만원에서 8152만원으로 32.99%, 피자전문점이 1억680만원에서 7704만원으로 27.87%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밖에 불황에 강한 업종으로 각광받았던 제과점 권리금이 지난해 2억2106만원에서 올해 1억6064만원으로 27.33% 내린 것으로 조사돼 눈길을 끈다. 제과점은 창업비용이 상대적으로 비싸고 제빵 기술을 필요로 해 진입장벽이 존재하지만 그만큼 꾸준하고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업종으로 높은 평가를 받아왔다.
이 때문에 국제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에도 오히려 권리금이 오르는 등 강세를 이어왔으나 지난 2년 간 제과점 창업에 나선 베이비부머가 적지 않고 프랜차이즈 본사의 제품 개발로 제빵 기술 보유에 따른 진입장벽이 낮아지면서 경쟁이 심화, 여건이 예전 같지 않은 상황이다.
◆ 권리금 오른 5개 업종 중 상위 2개가 ‘카페’ 업종... “커피만 가지곤 안 되는 시대”
한편 조사대상 29개 업종 중 5개 업종은 내수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권리금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상위 2개 업종이 모두 카페 업종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와 비교해 권리금 상승폭이 가장 큰 업종은 키즈카페였다. 이 업종 권리금은 지난해 8819만원에서 올해 1억912만원으로 23.73% 올랐다. 키즈카페는 육아라는 공통 관심사를 가진 학부모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커뮤니티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 또 부모가 아이를 데리고 편하게 갈 만한 다중이용시설이 거의 없어 내수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영업이 활발하다는 분석이다.
키즈카페에 이어 권리금 상승폭이 큰 업종은 카페였다. 카페 업종의 권리금은 지난해 8204만원에서 올해 9090만원으로 10.8% 올랐다. 카페 업종은 획일화된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과 달리 점주의 개성이 두드러진 이색 점포가 주를 이룬다. 주요 상권의 A급 입지에 넓지 않은 점포를 주로 임차함으로써 비싼 월세를 피하고 유동인구 접근성을 극대화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형태로 창업할 경우 인건비와 월세 등 고정 지출은 줄이면서 박리다매를 통한 매출 확대로 양호한 수익성 확보가 가능해진다.
이어 당구장 권리금이 지난해 6339만원에서 올해 6546만원으로 3.27%, PC방 권리금이 1억962만원에서 1억1265만원으로 2.76%, 피부미용실 권리금이 5742만원에서 5802만원으로 1.04%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점포라인 염정오 상권분석팀장은 “아이템만 가지고 성공적인 창업을 바라는 것은 무모하며 타 점포와의 차별화 요소가 있어야 한다”며 “창업을 계획 중인 예비 자영업자들은 수익이 검증된 점포를 인수받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좋고 무권리 점포를 찾는다면 지역 내 유명 랜드마크 주변이나 관공서 인근, 역세권 등 입지 장점이 분명한 물건을 골라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