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서울·수도권 상가 권리금이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31일 상가정보업체 점포라인이 올 들어 매물로 등록된 서울·수도권 상가 1만4090곳을 조사한 결과 평균 권리금은 9165만원으로, 지난해보다 24%(2888만원)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권리금이 1억원 밑으로 내려온 건 이 업체가 조사를 시작한 2008년 이후 처음이다. 권리금은 상가 임대 때 임차인끼리 주고받는 돈이다. 이전 세입자가 갖춘 시설과 상가 인지도, 고객 같은 무형 가치에 대한 일종의 보상이다. 유동인구가 많고 장사가 잘 될수록 권리금이 올라간다.
권리금이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건 내수소비 침체, 자영업 여건 악화로 창업 수요가 줄어든 탓이다.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권강수 이사는 “자영업 체감 경기가 세계 금융위기 때보다 냉랭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여기다 진입 장벽이 낮은 떡볶이·치킨집 등 외식업종 위주로 창업이 두드러지면서 폐점률이 높아진 점도 한몫 했다. 조사대상 29개 업종 중 5개 업종만 권리금이 올랐을 뿐 대부분 하락했다.
권리금 낙폭이 가장 컸던 업종은 소자본 창업 아이템으로 인기를 끌었던 떡볶이·튀김 전문점이다. 평균 권리금은 지난해 1억3090만원에서 올해 6272만원으로 1년 새 반 토막(-52.1%) 났다. 의류판매점(1억3672만원→6587만원)과 패스트푸드점(2억9053만원→1억5631만원)도 각각 51.8%, 46.2% 내렸다. 반면 권리금이 가장 많이 오른 업종은 키즈카페다. 지난해 8819만원에서 올해 1억912만원으로 23.7% 올랐다. 어린 자녀를 둔 학부모 수요가 늘어난 영향이다.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이 아닌 이색카페(8204만원→9090만원)와 당구장(6339만원→6546만원)은 각각 10.8%, 3.3% 상승했다.
같은 기간 서울·수도권 상가의 평균 보증금(4563만원)은 17.4%(960만원) 떨어졌다. 월세도 319만원에서 277만원으로 13.2% 내렸다. 염정오 점포라인 상권분석팀장은 “무작정 아이템만 갖고 창업에 나서기보단 업종별 전망을 따져본 뒤 수익성이 검증된 상점을 인수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