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수도권 소재 점포 평균 권리금이 1억원 밑으로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2013년부터 시작된 베이비붐 세대의 창업 열풍이 올해 수그러든 데다 외식업 위주의 창업이 두드러지면서 수익성이 악화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31일 자영업자 간 점포거래소 점포라인이 올해 들어 자사DB에 매물로 등록된 수도권 점포 1만 4090개(평균면적 128.92㎡)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평균 권리금이 전년 대비 24.0% 떨어진 9165만원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수도권 소재 점포 평균 권리금이 1억원 밑으로 떨어진 것은 점포 권리매매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8년 이후 처음이다. 이는 2008년 국제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1억 491만원)에 비해서도 12.6% 더 낮은 것이다.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 3개 지역 모두 지난해에 비해 권리금이 떨어진 가운데, 낙폭이 가장 큰 곳은 경기도로 조사됐다. 경기도 소재 점포 평균 권리금은 지난해 1억 1901만원에서 8981만원으로 24.5% 하락했다. 이어 서울이 1억 2072만원에서 9182만원으로 23.9%, 인천이 1억 2470만원에서 9755만원으로 21.8% 내려갔다.
권리금과 함께 보증금과 월세도 내렸다. 수도권 점포의 올해 평균 보증금은 2008년 이후 역대 두 번째로 낮은 4563만원으로 집계됐다. 연평균 점포 보증금이 올해보다 낮았던 해는 국제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이 유일했다. 올해 평균 월세는 277만원으로 2013년 이후 310만원대를 기록했던 것을 고려하면 낙폭이 적지 않다.
권강수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는 “최근 자영업 체감 경기는 국제 금융위기 당시보다 더 냉랭한 상황”이라며 “현장에서 체감하는 자영업 경기가 어렵기 때문에 향후 상가 임대차 시장은 공실률이 증가하는 등 더욱 악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업종별로 보면 대부분의 업종에서 권리금이 떨어졌다. 점포라인이 최근 2년 간 매매 의뢰건수가 150개 이상인 주요 29개 업종 점포를 따로 추려 조사한 결과, 권리금 낙폭이 가장 큰 업종은 소자본 창업 아이템으로 인기를 끌었던 분식 전문점이었다. 이 업종 평균 권리금은 지난해 1억 3090만원에서 올해 6272만원으로 52.1% 하락하며 반토막났다. 매물 수도 지난해 40개에서 올해 186개로 급증했다.
의류판매점도 매물이 지난해 142개에서 올해 240개로 100개 이상 늘어났고, 권리금도 지난해 1억 3672만원에서 6587만원으로 51.8% 떨어졌고, 패스트푸드 전문점 권리금도 2억 9053만원에서 1억 5631만원으로 46.2% 내렸다.
이어 일본풍 주점으로 각광받던 이자카야 권리금이 지난해 1억 3230만원에서 올해 8551만원(35.4%), 돈까스·우동 전문점이 1억 2166만원에서 8152만원(33.0%), 피자전문점이 1억 680만원에서 7704만원(27.9%)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조사대상 29개 업종 중 권리금이 오른 업종은 단 5개뿐이었다. 지난해와 비교해 권리금 상승폭이 가장 큰 업종은 키즈카페였다. 이 업종 권리금은 지난해 8819만원에서 올해 1억 912만원으로 23.73% 올랐다. 부모가 아이를 데리고 편하게 갈 만한 다중이용시설이 거의 없어 내수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영업이 활발하다는 분석이다.
키즈카페에 이어 권리금 상승폭이 큰 업종은 카페였다. 카페 업종의 권리금은 지난해 8204만원에서 올해 9090만원으로 10.8% 올랐다. 카페 중에서도 획일화된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과 달리 점주의 개성이 두드러진 이색 점포의 권리금이 더 많이 올랐다.
이어 당구장 권리금이 6339만원에서 6546만원으로 3.27%, PC방 권리금이 1억 962만원에서 1억 1265만원으로 2.76%, 피부미용실 권리금이 5742만원에서 5802만원으로 1.04% 올랐다.
염정오 점포라인 상권분석팀장은 “창업을 계획 중인 예비 자영업자들은 수익이 검증된 점포를 인수받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좋고 무권리 점포를 찾는다면 지역 내 유명 랜드마크 주변이나 관공서 인근, 역세권 등 입지 장점이 분명한 물건을 골라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