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경기 침체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美금리인상 및 中경제쇼크 등 외부 악재가 겹치면서 부동산 시장이 어수선해짐에 따라 불황에 강한 ‘섬 상권’이 재조명되고 있다.
‘섬 상권’은 특정 지역에 다양한 업종의 상가가 고도로 집중됨에 따라 섬 모양처럼 형성된 상권을 의미한다. 한 곳에서 외식·쇼핑·문화생활 등의 복합소비가 가능하기 때문에 지역 소비층의 외부 유출이 거의 없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통상 인근 대규모 주거지역이나 학교·관공서 등에서 도보로 접근 가능한 곳에 조성되며 상권 범위가 주변 부동산에 막혀 한정적이고 확장이 어렵기 때문에 넘치는 수요에 비해 상가 물량이 제한적이다. 따라서 매수·임차 수요가 꾸준하며 불경기에도 매출이나 임대 시세에 큰 변화가 없다.
▲불황에 강한 ‘섬 상권’… 광명 철산역·안산 중앙동·안양1번가
광명시 철산동에 위치한 ‘철산 로데오거리’는 이 같은 ‘섬 상권’의 전형을 보여주는 곳이다. ‘철산역 상권’으로도 불리는 이 곳은 4면이 7000여 가구 규모의 대단지 아파트로 둘러 싸여 있고 상권에 대형마트와 시장, 극장 등 유력한 인구유입시설이 들어서 있는데다 ‘오리로 854번 길’을 중심으로 상업시설이 집중돼 있다.
권리금이나 임대료 수준도 같은 수도권 남부지역에 비해 높다. 상가정보업체 점포라인에 따르면 지난 2015년 철산동 점포 평균 권리금은 1억2908만원으로 수도권 남부의 8947만원에 비해 44.27%(3961만원) 높았고 월세도 343만원으로 수도권 남부의 260만원에 비해 31.92%(83만원)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곳 권리금은 2008년 이후 1억1000만원 밑으로 떨어진 적이 없다.
이 밖에 경기도 안산의 ‘중앙동 상권’이나 안양의 ‘안양1번가 상권’도 전형적인 ‘섬 상권’으로 분류된다. 이들 상권 역시 주변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 있고 도보 접근이 쉬운데다 넓지 않은 범위에 상가가 집중돼 있어 주말이면 불야성을 이루는 등 임대업과 자영업 여건이 모두 좋다.
안산 중앙동 상권은 북쪽과 동쪽으로 8000여 가구 규모의 아파트가 인접해 있고 서쪽으로는 안산시청과 경찰서 등 관공서, 오피스타운이 위치해 있다. 상권 자체가 1990년대부터 활성화됐지만 남쪽이 지하철 4호선 중앙역으로 막혀 있어 상권 범위는 지금과 대동소이하다. 지난해 평균 권리금은 수도권 남부 지역보다 33%(2953만원) 높은 1억1900만원 선이었다.
안양1번가 상권은 동북쪽에 5000여 가구의 대단지 아파트가 밀집해 있고 나머지 3면도 빌라 및 단독주택 등 주거시설로 둘러 싸여 있다. 지하철 1호선 안양역이 상권과 직면해있고 백화점과 극장, 대형쇼핑몰이 상권 가까이에 입지해 있어 인근 거주민은 물론 외부에서 유입되는 소비층이 많다. 지난해 평균 권리금은 1억800만원으로 역시 수도권 남부지역 대비 20.7%(1853만원) 높았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상가 시장에서도 ‘섬 상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수요가 공급보다 많아 경기 영향을 거의 받지 않기 때문에 자영업자 입장에서는 권리금 회수가 용이하고 투자자는 공실률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겉모양만 ‘섬 상권’으로 보이는 지역도 다수 존재하기 때문에 투자나 임차를 결정할 때 현장답사를 거치는 등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주변 아파트 가구 수는 많지만 걸어가도 될만큼 가까운 거리에 성격이 비슷한 상권이 있어 수요가 분산되는 상권, 반대로 가구 수가 적어 충분한 배후소비층이 형성되지 않은 상권, 별다른 인구유입 시설이 없어 신규 수요창출이 어려운 곳은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점포라인 염정오 상권분석팀장은 “특히 ‘섬 상권’에 있어서는 안정성을 더해주는 배후소비층이 상당히 중요하기 때문에 가구 수, 소득 수준, 주요 인구유입 시설 등의 요소도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