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편에서 우리는 창업의 맥락을 알아보는 것으로 창업이라는 막연한 주제의 구체화를 시작했다.
창업의 맥락은 사회?문화?역사?경제 등 여러 배경에서 찾을 수 있지만, 다양한 지표를 반영하면서도 비교적 접근이 쉬운 우리나라 자영업자의 현황을 기초로 했다. 국가적으로 다양한 제도와 시스템들이 창업 시장의 안정성을 담보하고 있으니 ‘창업이 두려운 것일 수는 있지만, 불안해 할 필요가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번에는 가상 캐릭터 ‘라인’ 씨의 창업 분투기로 창업 입문편을 마무리해 보자. 아래 박스에 라인 씨의 신상명세와 함께 어떤 조건에서 창업을 결심했는지 알 수 있는 자료들이 제시되어 있다. 라인 씨의 창업 분투기를 엿보기 전에, 그의 Persona를 살펴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 창업을 준비하게 된 배경 : 3년 전, 건강검진에서 위암을 발견(2기)해 치료 목적으로 퇴사 : 본인은 치료하면서 자녀 양육 담당, 아내는 가정 경제 담당 : 암 치료는 잘 되었지만 나이와 건강 때문에 취업이 어려움 : 더 늦으면 사회 복귀가 영영 어려워질 것 같은 불안감 | Personality 온화하고 느림 긍정적 집중력 목표 지향적 이론적 환경 순응형 때때로 조급 약간의 과시 욕구 |
신상정보 성명 : 라 인 나이 : 47세(만 45세) 전직 회사원(대기업) 주소 : 서울시 용산구 가족 : 아내, 딸(8세, 6세) 창업 준비 : 3개월 키워드 : 자녀 양육, 아내 건강 : 대출금 상환 | 창업 동기?목적 : 딸들에게 일하는 아빠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 아내가 건강이 나빠져 직장생활을 장기간 계속하기 어려움 : 창업에 성공해서 친구들에게 건재함을 보여주고 싶어서 : 아파트 대출금을 갚고 더 큰 집으로 이사갈 예정 | |
스킬/니즈 : 창업계획 수립 : 창업 적성 분석 : 업종?상권 분석 : 창업 절차에 따라 준비해야 할 부분의 체크리스트 | 선호하는 업종 1. 서비스업 2. 소매점 3. 휴게음식점 |
전업주부 라인 씨
올해 큰 딸은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라인 씨는 직장 생활을 하며 가정 경제를 책임지는 아내 대신 가사와 양육을 담당하고 있다. 유치원에 다닐 때는 아빠가 같이 있는 것을 좋아했는데 학교에 다니면서부터 친구들 가정과 다르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 말로 표현하지는 않지만, 엄마나 아빠가 하는 일을 물어보곤 해 가끔 위축될 때가 있다.
라인 씨가 투병생활을 마치고 회사로 돌아갈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처음 암 진단을 받고 6개월간 휴직을 했다. 3개월간 항암을 했는데 결과가 좋지 않았다. 복직을 앞두고 상태가 좋지 않아 치료에 집중하기로 하고 퇴직했다. 다행히 작은 딸은 여전히 아빠랑 함께 있는 것을 무척 좋아하고 심지어 엄마보다 더 좋아한다. 딸들 돌보며 전업주부로 사는 것이 익숙해진 느낌이다.
라인 씨 창업을 결심하다.
아내가 아프다. 회사 업무 특성상 야근이 많은데 요즘은 부쩍 컨디션이 좋지 않다. 아파트 대출금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고정 수입이 없어진다는 것은 정말 큰일 중 큰일이다. 전업주부 생활이 나쁘지 않지만 이 상태를 지속해서는 안 되겠다는 강렬한 느낌이 왔다.
라인 씨는 창업을 결심했다. 물론 그동안 취업을 위해 기울인 노력도 상당했지만 쉽지 않겠다는 결론에 도달한 때문이다. 경력에 공백이 생긴 이유를 설명하다보면 암 치료를 이야기하게 되는데, 건강을 되찾아 취업하고자 하는 자신의 의지와 열정은 관심 밖이었다. 높이 평가 받았던 자신의 업무 역량도 ‘암이 전이되면’이라는 일방적 전제하에는 무가치하기 마련이다.
시장을 파고 들다.
라인 씨는 대체로 긍정적이라 암도 잘 이겨냈는데, 막상 본인이 창업을 하려고 하니 ‘세상 막연하다’는 느낌이 몰려왔다. 기술개발이 전제되거나, 브랜딩이 필요한 사업들은 오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만 성패를 알 수 있는 아이템이다. 시간과 싸워야 하는 창업은 라인 씨의 아파트 대출금 상환 일정이 허락하지 않는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자영업 창업이다. 운영 중인 프랜차이즈를 인수하면 창업과 동시에 월수입이 보장될 것 같았다. 일단 프랜차이즈 창업을 결정한 라인 씨는 자영업이 가장 좋은 도피성 같았다. 그래서 본격적인 창업 준비에 들어갔다.
상품기획, 상품개발을 담당하던 라인 씨는 계획서 작성에 탁월하다. 시장분석, 마케팅전략, 사업성 예측 같은 실질적 분석에도 탁월하다. 이전 업무 습관대로 여러 자료의 검색에 1개월, 자영업 시장 조사에 1개월, 업종 조사에 1개월, 지역도, 업종도, 예산도 확정하지 못한 채 3개월이 쏜살같이 지났다. 시장 조사를 하고 분석을 하면 할수록 창업이 어렵다는 말이 실감났다.
적용 불가능한 창업 입지 분석
그렇다면 라인 씨의 접근은 무엇이 잘못되었을까? 라인 씨가 처음 알아본 것은 경쟁자! 자영업자가 얼마나 많나 하는 것인데 그것은 라인 씨의 평소 업무 스타일이었다. 경쟁관계를 분석하는 것.
용산구에 거주하는 라인 씨는 내심 용산구를 1순위로 두고 있다. 2016년 기준으로 25개구 중 24번째로 자영업자가 적다. 재개발이 완료된 지역과 재개발 지역으로 대비되며 창업 예산부터 업종까지 확연한 차이가 날 것 같았다.
남산자락에서부터 한강변까지 산과 강을 모두 끼고 있는 용산구는, 미군이 해방 이후부터 상당한 부지를 기지로 사용한 것과 더불어 지리?환경적 요인으로 인한 층고 제한, 용적율 제한이 불가피 했다. 저밀 개발 분위기의 전환은 단대이전과 미군기지 이전이었다. 재개발이 시작된 것이다. 2000년대에 들어서며 주상복합아파트 개발이 확산되며 외부 인구의 유입이 활발해졌다. 재개발 완료 지역과 재개발 지역은 경제 규모부터 수준이 다르다는데 어려움이 있다.
‘용산전자상가’가 지역 대명사이던 시절이 있을 만큼 용산구 관내에 타 상권들은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산발적으로 형성된 상권은 집중도가 낮아 근린 형태의 발달이 보일 뿐, 흡인력을 갖춘 시설이나 환경 요소를 발견하기 어려웠다. 최근 뜨고 있는 해방촌 역시 경리단 길에서 밀려 온 유동인구들이 있지만, 지역 특성으로 인해 중대형 상권으로 발전하기 어렵다.
라인 씨가 고민한 것은 기존 상권 중심의 입지였다. 이태원동, 한남동, 보광동, 이촌동, 용산역과 신용산역 숙대입구와 숙대역, 후암 시장이다. 그러나 2000년 이후 용산은 느리지만 꾸준하게 변화하고 있다. 용산역을 중심으로 해서 용산역 아이파크몰, 신용산역 태평양 사옥, 한강대교 북단 LG 사옥이 속속 입주했다. 또한 주상복합 붐을 불러온 용산시티파크 주변으로는 주상복합군락을 이루고 있다. 한남더힐의 임대분양과 분양 전환으로 주변은 고급 주택지와 고급 상권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인다. 기존 상권들은 건물이 낡았지만 시설과 영업권리가 높고 신축건물은 임대료가 높다.
라인 씨는 생각했다. ‘동네 창업도 쉬운 게 아니구나!’ 소상공인 상권정보시스템, 서울특별시 자영업지원센터에서 많은 정보를 얻어 방향성은 찾을 수 있었지만 라인 씨가 찾는 잘되는 프랜차이즈 사업장 정보는 얻을 수 없었다. 전문가의 도움이 절실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창업은 결혼이다.
창업은 결혼이다. 첫째, 일회성이 아닌 긴 여정이라는 점에서, 둘째, 시작보다 과정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셋째, 단편일 수도, 장편일 수도 있다는 점에서 창업은 결혼과 같다.
결혼식보다 결혼생활이 중요하고 개업보다 경영(영업)활동이 중요하다. 그럼에도 초보 창업자의 목표는 개업에 있다. 긴 호흡으로 바라보지 못한다면 단편적 시각으로 결정해 버릴 수 있다. 당장 좋은 것이 항상 좋지는 않다. 그러기에 필요한 것이 전문가이다. 전문가는 당연히 창업자의 개인사를 잘 알지도 못하고 잘 알아야 할 의무도 없다. 전문가는 창업자가 갖는 문제의 핵심을 찾아내고 보편타당한 솔루션을 제공한다. 전문가의 도움은 듣는 귀가 있을 때 필요한 것이다. 자신을 객관화하지 못하고 결과에 책임질 마음이 없다면 불필요하다. 스스로 질문해보자. 개업이 목표인가! 경영(영업)이 목표인가!
점포라인 연구소장 한 연 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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