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로 내수시장이 불황을 겪으면서 가장 큰 피해를 본 계층은 영세 자영업자들이다. 올해 들어 경제위기로 폐업하는 자영업자가 증가하면서 상반기 자영업자 수는 570만명으로 최근 5년래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자영업 위기가 가속화하고 있는 것이다.
매출 급감으로 가뜩이나 힘든 상황에서 떨어지지 않는 임대료는 영세 자영업자들을 나락으로 내몰고 있다. 점포라인이 지난해 8월과 올해 8월 서울 지역 1042개 상가를 대상으로 임대료를 비교한 자료에 따르면 성동구(66%), 관악구(15%), 동작구(12%) 등 7개구 임대료는 경제위기에도 오히려 큰 폭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큰 폭으로 임대료가 하락한 지역도 있지만 종로구나 강남구 등 기존 임대료가 비싼 지역이 주를 이룬다. 이에 비해 임대료가 급상승한 지역은 주로 영세 자영업자가 많이 모여 있는 곳이었다.
정대홍 점포라인 과장은 '경제위기로 종로구 등 임대료가 떨어진 지역도 많지만 이곳은 대체로 임대료가 전국 최고 수준으로 높은 지역'이라며 '상대적으로 임대료가 낮았던 성동구 등에서 상승률이 높게 나타나 영세 상인들 고통이 심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땡값 처리' '10년 전 가격으로 모십니다' 등 생계형 마케팅이 기승을 부리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임대료가 계속 올라가는데 매출은 개선되지 않는 '사면초가' 상황이 지속된다면 영세 자영업자들 몰락이 더욱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정부에서도 폐업 영세 자영업자에게 세금을 감면해주고 소상공인 저리 대출 등 자영업자들을 살리기 위한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정책이 자영업자 살리기에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고 부정적인 견해가 많다.
정부 관계자는 '임대료 문제가 영세 자영업자들 수익구조에 직접적이고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그렇다고 개인 간의 사적인 계약에 정부가 개입할 수도 없는 노릇이어서 고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