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창업 시즌을 맞아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의 상가 권리금이 급등하고 있다. 상가 신규 분양시장에서 대규모 준공 후 미분양 물량으로 분양가격이 할인을 거듭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전문가들은 경기 회복세를 타고 실수요가 몰리면서 상가 임대가는 치솟겠지만 매매시장은 부동산 경기 침체로 고전을 면치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상가 권리금 1년 새 20%급등
11일 창업 및 상가정보 전문업체인 점포라인에 따르면 올해 3·4분기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지역에서 거래된 상가점포의 권리금은 ㎡당 평균 77만4588원으로 지난해 동기(64만5806원)에 비해 20%가량 올랐다. 이는 지난 2·4분기(72만2349원)에 비해서도 7% 오른 것이다.
지난해와 동일한 조건의 공급면적 84㎡짜리 상가를 얻으려면 권리금으로 1081만원가량 더 줘야 한다.
특히 전반적인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가을철 창업수요가 몰리면서 권리금 및 임대보증금도 급등세다. 7∼8월 휴가철이 지나면서 소비심리가 살아나기 시작한 가운데 하반기 연말 수요에 맞춰 소비지출이 늘어날 것이란 기대감이 창업수요에 반영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권강수 대표는“통상 점포 권리금은 여름과 겨울 비수기에 떨어졌다가 가을 경기가 살아나는 추석 연휴 열흘 후에 가장 많이 오른다”면서 “추석 이후 유동인구가 많아 매출액이 늘어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권 대표는 “눈치 빠른 수요자들은 비수기에 상가를 알아보고 성수기 직전에 개업하는 방식을 택한다”고 귀띔했다. 권리금이 저렴한 비수기인 8월에 계약을 하고 9월에 인수한 후 한달 동안 내부공사를 마치고 10월 성수기에 개업을 하는 방식이다.
다만 상가주인의 임대수익률에 해당하는 월 임대료는 약보합세다. 창업수요는 늘었지만 매달 월세를 낼 정도로 경기가 호전된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점포라인 정대홍 팀장은 “권리금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데 비해 월 임대료는 오히려 1∼2% 정도 떨어졌다”고 말했다.
■매매가 3.3㎡당 최대 2000만원 할인
서울과 수도권의 상가 임대시장이 회복기에 접어든 데 비해 분양시장은 오히려 위축되고 있다. 아파트 등 주택시장이 위축되면서 ‘풍선효과’로 수혜를 입었던 지난해와는 분위기가 사뭇 다른 셈이다.
더욱이 서울 강남권은 물론 인천 송도와 청라, 경기 남양주, 화성 동탄 등 수도권의 대규모 준공 후 미분양 상가들이 몰린 지역을 중심으로 3.3㎡당 최대 2000만원까지 할인하는 등 파격적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실제 경기 김포시 장기동 S아파트 단지 내 상가는 분양가를 3.3㎡당 최대 379만원까지 인하했다. 경기 용인시 수지구의 S근린상가는 준공 후에도 미분양이 이어지면서 상가분양 계획을 아예 변경해 3.3㎡당 분양가를 최대 800만원까지 낮췄다. 인천 부평구의 Y근린상가는 1층 점포의 분양가를 3.3㎡당 2190만원까지 내렸다.
상가뉴스레이다 선종필 대표는 “올해 들어 상가시장은 반값 할인분양, 확정수익제 등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지 않는 한 계약이 쉽지 않다”면서 “부동산과 관련된 투자자산은 주택은 물론 상가와 오피스텔까지 ‘관망세’가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권 대표는 “순수 창업에만 드는 비용이 1억∼1억5000만원, 건물 매입비까지 합치면 5억원 이상의 목돈이 든다”면서 “실수요의 창업수요와 투자목적의 상가매매를 단순비교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오는 2011년부터는 상가 매매시장의 판도도 서서히 호전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부터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되는 만큼 퇴직자 창업 및 상가투자 수요로 옮겨가는 데 좀 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