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리금은 그 용어와 개념, 법적 성격에 대해 규정하는 실체법이 없다. 하지만 권리금은 세법과 판례를 통해 그 존재를 입증하고 있다. 즉 권리금은 세법상 기타소득으로 분류되고 권리금 수령자는 부가가치세를 납부하는 것으로 납세의무를 지킬 수 있다.
또 대법원에서는 상거래 관행이라는 차원을 넘어 실정법상의 권리(재산권)로 인정하고 있다. 다만 사법상 권리와는 다르게 본다. 이것은 권리금이 임대차 계약에 수반되는 권리이므로 원칙적으로 임대차계약의 일부로 보지만 반환청구는 할 수 없다는 의미다.
이상에서 본 것처럼 권리금은 법적근거가 없다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실제 자영업자 간 거래 시 활발히 오고가는 실체로 인정받고 있으며 이에 따라 권리금을 둘러싼 분란도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용산 참사다.
이에 점포라인은 고객과 잠재적 창업자, 나아가 일반 대중들의 권리금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권리금을 둘러싼 분쟁사례를 소개하고 이를 통해 유사 사례 발생 시 누구나 대처방안을 쉽게 강구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편집자 주]
#4. A씨는 점포 임대차 계약이 완료되어 보증금을 반환받고 퇴거했다. 퇴거 시점에서 1개월이 지난 후 새 점포를 임차해 영업을 하려 했으나 간판이 너무 낡아 교체 필요성이 생겼다. A씨는 고민 끝에 이전 점포에서 쓰던 간판을 회수하려 했으나 막상 가보니 새로운 임차인이 해당 간판의 내용을 변경해 사용하고 있었다.
A씨는 이 간판에 대해 "이전 임차인으로부터 권리금을 주고 승계받은 것이며 퇴거 당시 소유주가 철거하라는 말이 없어 그냥 두고 나온 것"이라며 "이 간판을 회수할 수 있는 법적 권리가 알고 싶다"고 상담해왔다.
이에 상담을 맡은 법률구조공단에서는 "퇴거 후 1개월이 경과하도록 간판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지 않은 것은 묵시적으로 간판 소유권을 포기했다는 것으로 인정될 여지가 있어 반환청구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이어 "다만 묵시적으로 간판에 대한 소유권을 포기한 것으로 인정되지 않을 경우에는 반환청구가 가능하다"고 답변했다.
이번 판례는 권리매매를 통해 입점한 자영업자가 이후 승계자를 구하지 못해 임대차 계약이 완료되어 퇴거한 경우다. 임대차 계약 만료 시 임차인은 해당 점포를 원상복구해 둘 의무가 부과되는데 이 과정에서 건물주의 의견이 없었기 때문에 A씨는 간판을 그대로 두고 퇴거한 것이다.
A씨는 원상복구 과정이 진행됐다면 간판도 떼어 가져왔을 것이라는 취지로 상담을 받은 것으로 보이지만 구조공단에서는 권리에 대한 의사표시가 1개월 간 없었기 때문에 간판 재사용은 물론 철거를 했다 해도 A씨가 손해배상 등 청구를 할 수 없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번 판례가 시사하는 것은 두 가지다. 하나는 계약서 상 점포의 원상회복 문제고 또 하나는 권리금 지불의 댓가로 승계받은 점포 시설의 소유권 유지 여부다.
통상 계약서에는 점포 사용 후 계약기간 만료 도래시점에서 점포 상태를 원래대로 해두라는 사항이 기재된다. 비록 건물주가 원상회복을 하라는 의사표시를 하지 않았다 해도 이 사항은 여전히 유효한 것이다. 이번 분쟁 역시 이에 대한 임대인과 임차인의 불명확한 처리 때문에 발생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점포 폐업 시 이 부분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이전 점포에 방치하고 온 시설물에 대한 권리 문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권리매매의 경우 점포 내 있는 모든 시설과 물품을 양도·양수 하지만 이후 임차인을 구하지 못해 임대차 계약 만료로 퇴거할 때, 해당 시설 및 물품의 소유권과 관리 의무는 모두 최종 권리금 지불자가 가지고 있다. 따라서 시설을 방치하고 퇴거하는 것보다는 처리할 것은 처리하고 남길 것은 남기는 능동적인 자세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