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말 전 국민을 충격 속에 빠뜨렸던 ‘쥐식빵’ 사태는 결국 경쟁 브랜드 제과점 운영자의 조작극으로 끝났다. 그러나 이번 사태가 가져온 파급효과는 컸다. 대목이라 할 수 있는 연말연시 전국의 제과점 매출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후 프랜차이즈 제과점 시장의 현실에 대한 관심도도 부쩍 올라갔다. 사실 경기를 타지 않고 사계절 꾸준히 매출이 발생한다는 프랜차이즈 제과점은 퇴직자들에게 지속적으로 사랑받는 아이템으로 꼽힌다. 운영자가 관련 자격증이 없어도 전문 기술자를 채용하면 창업이 가능하고 운영에도 별다른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여 40~50대 창업자들의 높은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이다.
프랜차이즈 제과점은 최근 ‘오븐후레쉬’, 즉 생지라고 하는 반제품 형태의 빵 반죽을 공급받아 매장 내 오븐에서 직접 구워내는 방식이 크게 증가하는 추세다. 통계청이 지난해 발표한 ‘2009년 기준 서비스업 부문 통계조사 결과’에 따르면 제과점의 선전을 확인할 수 있다. 일식 음식점(-10.1%), 분식·김밥전문점(-2.9%) 등 상당수 업종의 매출이 떨어진 반면 제과점은 전년에 비해 17.4% 매출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점포거래 전문 ‘점포라인’의 조사결과에서도 제과점의 권리금은 지난해 초 1억 6370만 원에서 연말 1억 9930만 원으로 21.75% 증가해 창업자들의 스테디셀러 아이템임을 입증했다. 그러나 ‘쥐식빵’ 사태에서 알 수 있듯 이러한 장밋빛 결과가 모든 제과점 창업자들에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한 인터넷 창업 카페에는 제과점 창업에 대한 관심만큼이나 많은 사람들의 경험담이 올라와 있다.
분당에 거주하고 있는 한 회원은 “10년여 전 어머니와 함께 한 프랜차이즈 제과점을 운영한 적이 있다. 제과점 운영이 쉬워 보이지만 내막을 들여다보면 결코 그렇지 않다. 아침 일찍 문을 열어 늦게까지 점포를 지키고 있어야 하고 더운 여름에는 매출이 급감한다. 또 반품도 쉽지 않은 데다 인테리어의 경우 본사에서 지정한 특정 업체를 이용해야 했으며 상권이 보호되지 않아 인근에 같은 브랜드의 점포가 또 생기는 것을 지켜만 보고 있어야 했다. 당시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했는지 모른다”고 털어놨다.
프랜차이즈 제과점 창업을 준비 중이라는 다른 회원은 “선두 브랜드를 방문해 상담을 해보니 창업비용이 최소 3억 5000만 원이더라. 점포 위치가 좋으면 권리금도 만만치 않다. 최소 금액이 1억 원이고 2억 원이 넘는 곳도 허다했다. 소자본 창업자는 꿈도 못 꿀 업종”이라고 답답한 심정을 남겼다.
실제 제과점 창업에는 어느 정도의 비용이 들고 수익은 어느 정도 될까. 선두 브랜드인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를 살펴보면 56㎡ 점포를 기준으로 했을 때 파리바게뜨의 경우 본사보증금 1000만 원, 가맹비 500만 원, 기획관리비 300만 원, 교육비 150만 원, 가구 1100만 원, 간판 1000만 원, 장비 3700만 원, 오픈비용(이벤트 집기류) 500만 원, 인테리어 3.3㎡당 210만~270만 원(외부공사 미포함), 기타 1000만 원(에어컨 전기증설 외), 포스(POS) 임대 400만 원(구매형태에 따라 변경) 등 1억 3200만~1억 4500만 원(부가세 별도) 정도가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뚜레쥬르도 같은 규모의 점포를 창업하는 비용은 1억 4000만~1억 5000만 원선으로 비슷한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매출이 잘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A급 점포의 경우 본사보증금이 두 배 이상 뛰어오르기도 한단다. 여기에 점포 임대료까지 포함하면 4억~5억 원은 있어야 창업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많은 창업비용에도 불구하고 선두 브랜드의 경우 안정적인 매출을 기대할 수 있다는 생각에 아직까지도 많은 예비 창업자들이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렇게 많은 비용을 투자한 만큼 과연 수익이 나올까. 공정거래위원회에 등록한 정보공개서에 따르면 2009년 말 파리바게뜨 서울지역 가맹점의 평균 매출액은 6억 6289만 원, 부산지역 가맹점의 평균 매출액은 6억 1540만 원 정도라고 한다. 뚜레쥬르는 같은 기간 기준 서울지역 가맹점의 평균 매출액이 4억 9430만 원, 부산지역 가맹점의 평균 매출액은 4억 6177만 원 정도였다. 월평균 매출로 따지면 3800만~5500만 원 정도를 기록하고 있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마진율은 반제품이냐 완제품이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한다. 업체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통상 반제품의 수익률은 55%, 완제품은 30%선. 완제품과 반제품의 구성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마진율이 달라지는 것이다. 여기에 재고 유무, 카드사 할인(점주 부담), 임대료, 인건비, 공과금에 따라 많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고 한다.
인건비의 경우 기사 월급이 평균 200만 원 정도인데 매출에 따라 인원 투입을 결정하게 된다. 순수익률은 12~15%라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한 달 평균 3000만 원 정도의 매출을 올리는 제과점이라면 점주의 순수익이 300만~400만 원 정도인 셈이다. 매출이 이보다 더 떨어지거나 임대료 인건비 등 고정 지출 부담이 더 커진다면 수익은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여기에 간과하기 쉬운 것이 바로 점포 리뉴얼 비용이다. 대부분의 프랜차이즈 제과점에서는 점포 노후화를 우려해 창업 후 60개월(5년)마다 점포 인테리어를 다시 꾸미도록 관련 내용을 계약서에 포함시키고 있다. 비용은 3.3㎡당 250만~300만 원 정도지만 실제 공사를 하게 되면 66㎡ 규모 점포의 경우 1억 원을 훌쩍 넘기기 일쑤라고. 본사에서는 점주들의 비용부담을 우려해 월매출에서 리뉴얼 비용을 감가상각하도록 하고 있지만 이 역시 어느 정도 매출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한 일이다.
때문에 5년이 되었을 때 리뉴얼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결국 점포를 넘기게 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등록된 명의변경 점포 수는 파리바게뜨가 2009년 195건, 뚜레쥬르가 123건이었다. 계약해지(계약기간 중 폐점)나 계약종료(계약기간 만료)를 한 점포 수는 파리바게뜨 66건, 뚜레쥬르는 87건으로 나타났다.
서울 송파구의 한 독립제과점 업주는 “인근에 프랜차이즈 제과점이 생길 때마다 매출이 40~50% 정도 급감한다. 독립제과점의 경우 인건비를 줄여 1인 운영체제로 버텨낼 수 있지만 기존에 운영하고 있던 대기업 제과점의 경우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주변 매장 역시 주인이 여러 번 바뀐 것으로 안다. 결과적으로 창업자만 피해를 입는 셈”이라고 말했다.
점포라인 이정한 컨설턴트는 “제과점 창업은 안정적이지만 초기 투자금액이 높기 때문에 초기 수익률이 높지 않아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때문에 다른 어떤 아이템보다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포스(POS)를 통해 기존 매출을 꼼꼼히 확인하고 직접 현장에 나가 상권, 입지 등을 확인한 후 신중한 결정을 내릴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