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영등포구 타임스퀘어 주변 상가에서 커피숍(99m²)을 운영하는 박모 씨는 2009년 말 권리금 1억 원에 상가를 내놓았지만 매매가 성사되지 않았다. 그러나 2010년 들어 이 지역 상권이 크게 살아나면서 지난해 말에는 권리금 1억3000만 원을 줄 테니 가게를 팔라는 제안도 받았다. 동아일보가 점포거래 전문기업인 점포라인 및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과 공동으로 서울 시내 25개구 소재 점포매물 3만5192개의 2009년 권리금과 2010년 권리금 변동률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서초구(8.6%)와 영등포구(6.2%) 도봉구(5.7%) 송파구(5.6%) 강남구(4.1%) 순으로 권리금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업종별로는 스크린골프방의 평균 권리금이 2억3170만 원에서 4673만 원(20.2%) 오른 2억7843만 원으로 강세가 두드러졌다. 서울시내 점포 평균 권리금은 1억740만 원에서 1억839만 원으로 소폭(0.92%) 증가했다. 》
○ 강남 3구 강세, 중구는 울상
상가 권리금은 책정 기준이 따로 없다. 하지만 지역별과 업종별로 업황이 즉각적으로 반영되는 것이 특징이다. 이 때문에 권리금은 ‘상권’과 ‘업종’의 현황을 가장 잘 나타내는 지표로 사용된다.
2010년 지역별 권리금 평균치를 2009년과 비교해보면 강남 3구의 반등과 영등포구의 약진이 눈에 띈다. 강남 3구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권리금이 크게 떨어졌다가 지난해 큰 폭으로 반등했다. 영등포구는 ‘타임스퀘어’를 중심으로 상권이 살아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도봉구는 과거 저평가됐던 점이 장점으로 부각돼 권리금이 오른 것으로 보인다.
반면에 중구는 2009년 1억4237만 원에서 지난해 1억1738만 원으로 권리금이 17.55%나 급락했다. 강북구(―16.7%), 서대문구(―12.3%), 금천구(―11.5%), 구로구(―11.1%) 순으로 권리금이 떨어졌다. 점포라인 정대홍 팀장은 “중구의 핵심 상권인 명동의 현재 월세 시세가 너무 비싸다는 인식 때문에 상권 매력이 떨어졌다”며 “명동 이외 지역도 인근 종로 등으로 상권을 빼앗기는 추세”라고 말했다.
서대문구가 부진한 이유는 ‘신촌 상권’이 인근 ‘홍대 상권(마포구)’으로 옮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홍익대 부근 지역은 단순한 쇼핑 공간이 아니라 음악과 미술 등이 함께 있는 문화 지역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지며 호재로 작용했다.
서울시 25개 구 중 평균 권리금이 오른 구는 서초 영등포 송파 강남 도봉 용산 광진 마포 동작 등 9개 구이며 나머지 16개 구는 권리금이 내렸다. 단위면적(1m²)당 권리금은 2009년 65만 원에서 2010년 72만9000원으로 12.2% 상승했다. 서대문(―5.6%), 강북(―0.7%), 중구(―1.1%) 등 3개 구를 제외한 모든 구가 올랐다. 평균 권리금에 비해 단위면적당 권리금이 많이 오른 것은 평균 상가 면적이 줄었기 때문이다.
○ 스크린골프방-비디오방 인기
지난해 서울 및 수도권 지역에서 권리금 액수가 가장 큰 폭으로 오른 업종은 스크린골프방이었다. 창업 수요가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조사결과 지난해 매물로 나온 스크린골프방 534개의 평균 권리금은 2억7843만 원이었다. 전년 2억3170만 원보다 4673만 원(20.2%) 올랐다.
레스토랑은 2009년 1억5340만 원에서 지난해 1억9948만 원으로 30.0%(4608만 원) 올라 권리금 증가율로는 1위. 사양길에 접어든 것으로 보였던 비디오방의 평균 권리금이 7442만 원에서 9796만 원으로 2354만 원(31.6%)이나 오른 점은 눈에 띄었다.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권강수 이사는 “비디오방의 권리금 상승은 1년여 전부터 본격적으로 확산된 멀티방 창업수요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멀티방은 비디오나 DVD 등 영화 상영뿐 아니라 노래방, PC방, 게임방의 기능을 한곳에 넣은 곳이다. 이에 비해 일식전문점(―3701만 원)과 의류점(―3234만 원), 편의점(―2257만 원) 등은 하락 폭이 컸다. 지난해 8월 비브리오 패혈증 확산 소식으로 어패류 소비가 감소한 점이 일식전문점 권리금 하락의 한 원인으로 꼽혔다.
한편 스크린골프방 등 시설 투자비가 높은 업종의 권리금 강세는 올해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권강수 이사는 “시설업은 창업 자금의 상당 부분을 인테리어와 시설 및 집기에 투자하고 이를 관리, 운영하면서 수익을 창출하는 업종”이라며 “리스크가 낮으면서도 운영이 어렵지 않아 은퇴자들의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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