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형 부동산 대표 격인 상가 투자가 위기를 맞고 있다. 든든한 노후 재테크 수단이 되기는커녕 임차인을 구하지 못해 상가 점포를 놀리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것. 당연히 수익률도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노후 대비용 투자 대상이 갈수록 좁아지고 있는 셈이다.
24일 매일경제신문 의뢰로 점포 매매 중개업체인 점포라인이 총 4500여 개 점포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계약 기간이 만료됐는데도 신규 임차인을 구하지 못해 장기 공실 상태인 점포 비율은 지난 1분기(1~3월) 기준 전체 매물 중 7.69%인 것으로 나타났다. 임대 대상 상가 100곳 중 7~8곳이 고질적인 '공실의 늪'에 빠져 있다는 얘기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 2.77%, 2009년 1.40%에 비해 큰 폭으로 오른 것이다. 직접적 배경으로는 수급 불균형이 지목된다. 국내 상가 점포 공급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최근에는 판교신도시에 이어 광교신도시, 서울 강일지구 등 신규 택지지구에서 아파트 입주가 속속 진행되면서 이들 지역을 중심으로 신규 상가 공급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국세청이 올해 초 기준시가를 고시한 상가 점포 수는 총 44만2318개. 이는 5년 전인 2006년 초와 비교해선 무려 43%나 증가한 것이다. 이처럼 상가 공급은 늘어나고 분양가도 올랐지만 상가 수요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자영업자 수는 2002년 619만명에서 2009년 571만명으로 급감했다.
대형ㆍ전문업체로 쇼핑 수요 이탈, 온라인 구매 확산 영향으로 도소매업 등 국내 자영업자들이 지속적으로 시장에서 퇴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도소매와 음식숙박업 사업체 가운데 종업원 4명 이하인 영세업체 수 역시 2000년 143만개에서 2008년 133만개로 크게 감소했다. 상가 점포에 대한 신규 임차 수요는커녕 기존에 존재하고 있던 수요마저 빠른 속도로 수그러들고 있는 셈이다.
설상가상으로 상가 투자 수익률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전국 매장용 빌딩 투자 수익률은 2003년 14.09%에서 지난해 6.85%로 반 토막 났다.
실제 운영 중인 상가 투자 시뮬레이션 결과 투자자 관심이 가장 높은 곳 중 하나인 판교 내 상가 수익률도 은행 이자율을 2%포인트가량 앞서는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감가상각과 관리비용, 공실 가능성 등을 감안하면 은행 저축보다 밑질 수도 있다는 계산이다. 상업용 부동산 전문가들은 상가의 빈자리를 원룸이나 도시형 생활주택, 오피스텔 등이 메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한 입지 조건에 따라 투자자 집중도와 투자 수익률이 극과 극 양상을 달리는 '양극화' 현상도 뚜렷해질 것으로 관측했다.
박대원 상가정보연구소장은 '상가 공급이 수요를 추월하면서 전반적인 수익률 수준이 하락한 게 사실'이라며 '투자할 때 입지별로 임차 수요와 수익률 측면에서 큰 차이를 보이는 점을 감안해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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