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 시장의 겨울은 유난히 길었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시장이 대부분 타격을 입긴 했지만,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1년도 안 돼 회복세를 보였던 주택 시장에 비해 상가, 오피스 등의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침체를 쉬이 극복하지 못했다.
이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들어간 기업체 및 물가 상승세에 따라 허리띠를 졸라멘 소비자들로 인해 내수 소비시장의 회복세가 더뎠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서울ㆍ수도권 곳곳에서 통째로 매각되는 근린상가가 속출했고, 경매시장에서 감정가의 20~30% 선에서 겨우 낙찰되는 사례도 흔하게 나타났다.
하지만 올 들어 수도권 상가시장에서도 회복세가 감지되는 분위기다. 지난해부터 은퇴자들을 중심으로 상업용 부동산에 관심을 돌리는 투자자들이 하나 둘 늘기 시작하더니, 올해 1분기를 기점으로 상가 권리금 및 매매가가 상승세로 돌아선 것은 물론 근린상가의 공급도 예년에 비해 훨씬 풍성해졌다.
특히 LH가 공급하는 단지내 상가의 경우 최저 입찰가 대비 100% 이상의 낙찰가로 팔리는 경우가 잦아지고 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도 "상가시장의 완연한 회복세를 말하긴 아직도 불안요소가 있지만 지난 연말을 기점으로 바닥은 지난 것으로 보인다"며 "오랜 침체를 지나 드디어 상가 시장에도 봄이 도래할 듯 하다"는 전망을 조심스레 내놓고 있다.
상가시장의 봄을 맞아 내 자산 규모에 맞는 상가 투자법을 알아봤다.
상가를 중심으로 한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봄기운이 물씬 풍기고 있다.
가장 두드러진 지표는 권리금 및 매매가 추이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점포거래 전문기업인 점포라인과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에 따르면 올 1분기 수도권 상가의 권리금 및 매매가가 금융위기 이전 수준의 가격을 회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점포당 평균 권리금은 지난해 동기대비 1,900만원이 올랐으며, 1㎡당 매매가도 116만3,488원으로 조사돼 전년 동기대비 약 24만원이 올랐다.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회복된 주요 이유는 은퇴자들을 중심으로 한 수요 증가를 꼽는 전문가가 많았다.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다 대표는 "700만명에 달하는 베이비부머 가운데 2013년까지 100만명의 인구가 은퇴를 대기중이다"며 "이중 대부분이 노후자금 마련에 곤란을 겪고 있어 이들 중 상당수가 필요에 의해 자영업자가 되거나 부동산 임대 사업자로의 전환을 꾀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실제 부동산 세미나 등을 진행하다 보면 은퇴 이후를 준비하는 분들이 많다"면서 "하반기부터는 상업용 부동산의 임대ㆍ임차 수요 증가가 가시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산 1~2억원 소액투자자라면 LH단지내 상가를=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급하는 단지내 상가는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서 첫손 꼽히는 소액 투자상품이다. LH가 사업시행자이므로 사업의 안전성이 기본적으로 확보된 셈이며, 저렴한 공급가ㆍ안정된 단지내 상권 등으로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LH단지내 상가에 대한 수요자들의 관심은 지난해부터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20일까지 진행된 수원 광교, 오산 세교 등 3개 지구에서 나온 LH단지내 상가는 31개 점포중 30개가 낙찰돼 총 96.8%의 낙찰률을 보였다. 평균 낙찰가율은 입찰가 대비 175.4%였으며, 특히 수원 광교에서는 예정가 1억7,000만원의 상가가 6억원에 낙찰돼 최고 360.1%에 달하는 낙찰가율이 나오기도 했다. 청라지구에서 공급된 20개 점포도 모조리 주인을 찾았다.
LH단지내상가 중 인기 상가를 가려내기 위해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하는 부분은 배후 단지의 가구수다. 단지내 입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상가이기 때문에 최소 500가구 이상의 배후 가구를 둬야 기본적인 수요가 창출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말이다. 가구수가 적으면 수요가 없고 단지내 상가 업종 수도 제한돼 아예 다른 상권으로 수요자 이탈이 일어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배후수요가 탄탄하고 입지가 좋아도 예정가 대비 낙찰가는 150%를 넘지 않는 범위내에서 낙찰받는 것이 좋다는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LH가 제시하는 예정가는 주변 임대료 수준 등을 고려해 수익률 7%에 맞춰 제시되므로 이보다 크게 높은 가격으로 낙찰받게 된다면 은행 금리보다 못한 수익률을 거둘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근린상가 상층부도 저렴하게 접근할 수 있는 상업용 부동산이다. 업계 관계자는 "1층 기준 3.3㎡당 1억원까지 책정된 강남권 최요지 상가라해도 5층, 6층 등 상층부로 올라가면 최소 절반 이상 가격이 떨어진다"며 "다만 이같은 가격 경쟁력에도 불구하고 집객력이 떨어지는 단점을 보완할 수 있도록 업종 선택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4~5억대 자산가라면 근린상가나 주상복합 상가 노려볼 만=4~5억대 자산을 가진 투자자라면 알짜 입지에서 공급되는 근린상가나 주상복합ㆍ오피스텔의 저층부 상가를 노려볼 만하다. 투자 금액이 다소 크지만 그만큼 높은 월세를 받을 수 있어 노후자금 마련을 준비하는 은퇴 예정자들의 관심이 높다.
이 같은 상가 투자 지역으로 주목받고 있는 곳은 경기 판교와 광교 지역. 판교의 경우 신분당선 동판교역이 올해 개통 예정에 있어 우수한 상권이 형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올 하반기부터 입주를 시작하는 광교 지역 역시 폭넓은 수요와 개발 호재를 바탕으로 수요자들 사이에 관심이 높다.
주상복합 및 오피스텔 저층부 상가도 눈여겨볼 만하다. LH단지내 상가가 단지내 입주민만을 주수요층으로 하는 것에 비해 주상복합이나 오피스텔의 저층부 상가는 상층부 입주민 수요를 기본으로 한데다 외부 수요까지 끌어올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고액 상가 투자시 가장 유의할 점은 역시 분양가 수준이 적정한지를 꼼꼼히 따져봐야 하는 일이다. 알짜 입지의 근린상가 및 주상복합ㆍ오피스텔 저층부 상가는 대부분이 1층 기준으로 3.3㎡당 5,000만~7,000만원선에서 책정된다. 3.3㎡당 1억원선까지 책정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그러나 비싼 분양가에 걸맞는 적정한 수익률을 거둘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판교에 이어 최근에는 광교가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지만 두 지역 모두 개발이 더디게 진행되는 것에 비해 분양가가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다"며 "광교의 경우 하반기부터 7,000여가구의 입주가 진행되지만 그 외에 추가 입주시기까지는 아직 멀어 상권형성에 곤란을 겪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요즘 같은 금리 상승기에 대출 레버리지 비율이 30%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투자에 나서야 한다는 조언도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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