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방 권리금이 4개월 연속 떨어지면서 연초 대비 800만원 이상 줄었다.
3일 점포거래전문기업 점포라인이 올해 등록된 PC방 매물 1477개 중 서울·수도권에 위치한 776개(평균면적 171.90㎡)를 선별해 PC방 권리금 월별 시세를 조사한 결과 1월 9315만원에서 4월 8496만원으로 819만원(8.79%)이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PC방은 여러 업종 중에서도 창업이 쉽고 이후 운영도 어렵지 않다는 인식이 많아 퇴직자, 주부, 청년 등 연령과 성별에 상관없이 가장 선호되는 업종이다. 특히 지난 98년 외환위기 당시 경제가 어려웠을 때 오히려 급성장하는 등 불황기에도 영업이 잘 돼 안정적인 수익을 원하는 창업자가 가장 먼저 고려하는 업종이기도 하다.
따라서 최근 몇 개월 간 PC방 업종의 권리금 역시 9000만~9300만원선을 유지하며 경기 상황과 무관한 흐름을 보여 왔다. 주요 고객층이 10~20대 학생층과 30~40대 남녀고객이기 때문에 방학 시즌을 기준으로 소폭의 시세 변동은 있었지만 지금처럼 4개월 연속 권리금이 내린 것은 다소 이례적인 일이라는 게 업계 전문가의 말이다.
PC방 권리금 하락은 지난 4월29일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된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 개정안에는 PC방 등 공공장소에서의 흡연을 전면 금지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업계에서는 PC방은 업종 특성상 고객 중 흡연자 비율이 80%선에 달하는데 흡연이 금지될 경우 기존 고객층의 이탈로 인한 매출 격감이 불 보듯 뻔하다고 한 목소리를 낸다. 일각에서는 이렇게 영업이 악화된 PC방이 많아져 무더기 폐업 사태로 이어질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또 각 업소는 개정안 이전의 허가 기준에 맞춰 에어커텐, 칸막이, 환풍기 등을 시설해야 했는데 여기에는 1000만원 가까운 비용이 들어간다. 그러나 개정안이 적용되면 이 부분에 대한 시설 권리를 주장할 수 없게 된다. 자연스럽게 권리금이 내려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아울러 청소년들의 게임 과몰입을 방지하기 위한 '게임 셧다운제'도 PC방 업종에 대한 전망을 어둡게 한다는 지적이 있다. '게임 셧다운제'는 16세 미만 청소년들이 심야시간(자정~오전 6시) 동안 온라인 게임을 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12시가 넘으면 16세 미만 이용자의 계정은 자동으로 접속이 해제되는 식이다.
PC방은 원래 오후 10시 이후로는 청소년이 이용할 수 없는 장소다. 그러나 어떤 형태로든 게임 시간에 제한이 가해지면 유저들의 게임에 대한 관심과 흥미가 떨어지고 이는 장기적으로 PC방 매출의 감소로 이어진다는 것이 점주들의 의견이다.
이에 따라 창업계에서도 PC방을 인수하는 창업자가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인수창업은 기존의 시설물을 함께 인수하는 형태기 때문에 기준 자체가 바뀌는 현 시점에서 그렇게 매력적인 선택은 아니라는 것이다.
정대홍 점포라인 팀장은 "기존의 PC방을 인수하려는 문의나 수요는 아직 있지만 점차 줄어들거나 권리금 절충 폭을 더 크게 가져가려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며 "개정안 적용이 아직 2년 정도 남았기 때문에 짧은 시간에 큰 변화가 일어나기보다는 조금씩 적응하며 연착륙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