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형 소자본창업비중이 확대되고 있다. 창업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업종도 줄어드는 추세다. 점포거래 전문기업인 점포라인이 지난 5월부터 한 달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450명의 절반이 3천만~8천만원으로 창업한 것으로 확인됐다. 진출업종도 비전을 잃은 PC방·분식점·소형판매점 등에 치우친 양상이다.
무한경쟁시대에 부응한 소자본창업이 세계적인 추세인데 한국은 발군의 성적을 시현하고 있다. 창업관련 국제연구단체인 '글로벌창업모니터(GEM)'가 매년 발표하는 자료에 따르면 세계주요 27개국 중 우리나라가 늘 상위권에 랭크된 것이다. 한국이야말로 세계유수의 창업천국인 것이다. 덕분에 자영업자수는 매년 급증해서 자영업체당 평균인구수의 경우 지난해 말 기준 음식점 1곳당 114명이고 의류판매점은 595명이며 부동산중개업소는 650명 등이다. 한마디로 과포화상태다. 창업의 질적인 측면에서도 비관적이다. 참신한 아이디어로 승부를 거는 하이리턴 타입의 '기회형 창업'이 바람직하나 분식집·PC방·편의점 등 경쟁력 없는 '생계형 창업'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니 말이다.
자영업의 경영수지가 갈수록 악화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근래 들어 자영업체 10곳 중 8곳이 적자고 자영업 창업자 중 절반 가까이가 창업 후 2년도 못돼 문을 닫는 실정이다. 1999년 이후 지난 10년간 1인당 국민소득은 2배로 증가했으나 자영업자의 20%는 소득이 무려 35%나 축소됐다는 국세청의 발표가 시사하는 바 크다. 자영업 침체가 양극화의 주요인으로 자리매김한 점도 주목거리다.
그동안 정부는 자영업에 대해 세제혜택은 물론 천문학적 규모의 자금을 지원해 왔다. 창업절차 간소화 내지는 자영업의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경영교육, 컨설팅은 물론 전통시장 현대화 등 인프라 구축작업도 병행했다. 그럼에도 자영업환경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는 것이다. 근본 원인은 고용없는 성장과 유통시장 자유화였으나 이에 대한 효과적 대처는 소홀한 채 변죽만 울리는 격이었으니 말이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자영업 부채가 한국경제 불안의 새로운 뇌관으로 부상한 상황이다. 고물가·고금리는 또 다른 복병이어서 정부의 노력만으론 역부족이다. 신자유주의의 최대수혜자인 대기업들의 상생경영을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