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컨설팅 업체가 또 사기사건에 연루된 정황이 드러나 대표이사가 구속되는 등 홍역을 치르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공연기획 사업에 투자하라며 창업희망자들에게 수십억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로 창업컨설팅업체 M사 대표 김 모씨(36)를 구속하고 컨설팅업체 및 공연기획사 관계자 50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수사대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2009년 10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자신들이 운영하는 컨설팅회사 4곳에 찾아온 창업희망자들을 상대로 '유명 연예인이나 예술가가 참여하는 공연·전시기획 사업에 투자하면 최고 55%의 투자수익을 보장하겠다'고 유혹하는 수법으로 92명에게 총 86억1000만원을 받아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수법은 불과 1~2개월 전 알려진 유사수신 사기와 동일한 패턴이다. 투자수익을 적법하게 보장해줄 수 있는 곳은 금융위원회가 인가한 금융기관 뿐이다. 이외의 개인이나 단체가 투자수익을 보장하면서 투자금을 유치하는 것은 모두 불법행위다.
조사결과 투자금 가운데 35억5000만원은 실제 공연과 전시 준비에 사용됐지만 대부분 적자를 기록했고 원금회수에도 실패했다. 나머지 50억여원은 구속된 김 씨 등 컨설팅업체 대표들이 가로챈 것으로 드러났다.
업체 대표들은 이 돈으로 강남의 최고급 주상복합 아파트를 임대해 가사 도우미를 고용하고 고급 외제차를 굴리며 룸살롱을 드나드는 등 초호화생활을 즐겼으며 이미 40억원 이상을 써버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사건은 최근 창업성공률이 더욱 낮아지면서 안정적인 투자처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종잣돈을 모아 창업에 나서려고 해도 어려워진 경제 상황과 소비위축 때문에 선뜻 결정하기가 어려운 상태다.
피해자들은 돈만 투자하면 창업에 따르는 노력과 수고가 없어도 고수익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솔깃한 제안을 거절하지 못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 피해자들은 '개인 창업은 위험하지만 공연사업에 투자하면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꼬드김에 넘어갔다고 입을 모았다. 피해자들은 수익을 위해 대출받은 돈, 퇴직금, 결혼자금 등을 쏟아부었지만 원금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점포라인 정대홍 팀장은 '이런 사건들은 1차적으로 투자금을 불법적으로 끌어모으려고 했던 업체에 잘못이 있지만 창업에 따르는 노고는 피하고 수익만 내려고 했던 피해자들의 안일한 생각에도 2차적인 잘못이 있다'고 논평했다.
정대홍 팀장은 '창업에 수반되는 노력과 고통이야말로 돈을 벌어주는 가장 중요한 수단'이라며 '요즘 창업으로 성공하기 어렵다 해도 연구하고 노력하면 극복할 수 있는 만큼 더 이상의 유사수신 사기 피해자는 나오지 않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