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수수료율을 둘러싼 자영업계와 신용카드사 간 감정의 골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지난 9월 말부터 시작된 자영업자들의 대규모 집회에도 불구하고 생색내기에 그쳤던 카드사들이 대기업 거래처의 수수료 인하 요구는 즉시 수용하고 나선 것.
지난달 30일, 삼성, 신한카드 등 7개 카드사는 현대자동차의 카드 수수료 인하 요구를 일제히 수용했다. 수수료는 1.75%에서 1.7%로 0.05%p 떨어졌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자영업자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며 집단 반발하고 있다.
지난 9월 잠실에서 10만명 규모의 자영업자들이 모여 카드수수료 인하를 요구하고 나선 것은 물론, 이후로도 집회 및 시위가 이어지며 수수료 인하를 위해 노력한 자영업자들은 본체 만체하고 대기업 거래처의 거래중단이라는 한마디에 즉시 수수료를 낮춰준 카드사에 분노를 느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수원시에서 안경점을 운영 중인 정 모씨(41)는 경인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대기업에만 수수료율을 파격적으로 낮춰주고 영세 상인들은 나 몰라라 하는 카드사의 차별적 행태를 참을 수가 없다"며 "가게 문 닫고 서울까지 가서 항의해봤자 결국 헛수고로 돌아갔다"고 울분을 토했다.
문제는 카드사의 이 같은 결정이 카드 수수료 인하 움직임을 더욱 키울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별 관심 없던 자영업자들까지 카드 수수료 이슈에 눈뜨게 되면서 일각에서는 카드사가 자충수를 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 상황.
전국소상공인단체연합회는 "그간 소상공인들의 수수료 인하에 대해 경영난 운운하며 불가 입장을 고수하던 카드사들의 주장이 얼마나 허구였는지를 그대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논평했다.
이처럼 사태가 진행되면서 자영업계에서는 '카드 안받겠다'는 움직임이 점차 커질 징후도 나타나고 있다. 특히 수수료율이 높은 카드들에 대해서는 안받는다는 안내문을 미리 영업장 출입문에 게재하는 방법 등이 논의되고 있다.
점포라인 정대홍 팀장은 "카드 수수료 인하에 대한 자영업계의 요구는 이미 오래전부터 있어 왔던 것이지만 최근 그 수위가 높아진 것은 어려운 내수경기 사정 때문"이라며 "매출은 떨어지고 수익도 감소하는 데 월세와 수수료는 내릴 줄 모르는 구조적 문제가 자영업자들을 벼랑으로 내몰고 있다"고 말했다.
정대홍 팀장은 "자영업자 수가 많다 해도 이미 생업에 나선 사람들"이라며 "관련부처에서는 이 부분에 대한 진정정 있는 고민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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