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필자가 아파트형 공장 안에 있는 교육 업체에 특강을 하기 위해 방문한 적이 있다. 공장이라는 선입견과 달리 강남의 빌딩 같은 쾌적하고 넓은 최신식 사무 공간에 상당히 놀랐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두 시간에 걸친 특강 이후 점심을 먹기 위해 1층 식당으로 내려갔다. 그런데 너무나 길게 서 있는 줄 때문에 외부에서 식사를 할 수밖에 없었다. 아파트형 공장에 자리 잡은 회사들은 구내식당이 없는 곳이 있지만 식사 외에 물건을 구입하려고 할 때는 아파트형 공장 안에 있는 점포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즉 1층 상가는 거의 독점적인 영업 공간인 것이다.
요즘 지어진 아파트형 공장은 일반적인 제조 업종뿐만 아니라 지식산업, 연구·개발 등 최첨단 업종의 입주가 오히려 많다. 일반적으로 제조 업종은 유동인구가 많지만 소비 규모는 작을 수 있다. 반대로 지식산업이나 연구·개발 업종이 주로 분포한 공장은 유동인구는 적지만 소비 규모가 커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뜻이다.
구로디지털단지 안에 상주하는 인구는 무려 14만 명에 이른다. 이 지역에서는 불황에도 끄떡없는 직장인 점심 수요와 저녁 회식을 노린 중저가 외식업이 인기다. 이런 지역에 자리 잡은 아파트형 공장은 화이트칼라와 골드칼라 직군, 즉 소득수준이 받쳐주는 사무직들이 많다. 상가로선 안정적인 영업이 가능한 것이다.
아파트형 공장 상가는 커피 프랜차이즈와 편의점·구내식당·문구점·안경원 등 직장인들이 자주 이용하는 독점 업종을 노리는 것이 좋다. 목 좋은 상가는 분양을 앞두고 바닥 권리금이 형성되기 때문에 선점 경쟁이 치열하다. 이런 아파트형 공장 내 상가만 전문적으로 거래하는 부동산 업체들에 문의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아파트형 공장의 대표 주자라고 하면 대륭포스트타워·코오롱밸리 같은 단지다.
직장인 대상 업종 유리
아파트형 공장은 수도권 지역의 제조업 활성화와 중소 제조업체의 입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건립된 아파트 형태의 기업용 건물을 말한다. 업무 시설 외에도 총면적의 30~50% 정도가 휴게실과 구내식당, 상가 등의 지원 시설을 갖추게 되어 있다. 하지만 실질적인 상가 비율은 전체 면적의 10% 정도밖에 안 된다.
대다수의 주상복합 상가는 주거와 상업 시설이 7 대 3의 비율이다. 하지만 아파트형 공장 내 상가는 9 대 1의 비율로 상가 비율이 훨씬 낮아 안정적인 임대 수익이 가능하다. 아파트형 공장은 벤처기업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직원들이 하루 24시간 숙식을 해결할 때가 많아 고정 고객 확보하기가 쉽다.
상가 정보 업체인 점포라인 조사에 따르면 실제 아파트 형 공장이 밀집해 있는 구로구는 지난해 권리금이 36.7% 정도 치솟을 정도로 상인들의 열렬한 구애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 정도면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명동이나 신촌·동대문, 젊은이들의 거리인 홍대입구, 전통적 상권 강세 지역인 강남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이다. 권리금이 비쌀수록 그만큼 대기 수요가 많다는 뜻이고 상권도 잘 형성돼 있다고 보면 된다.
서남권 일대 상가 유망
최근 서남권 일대에 대형 쇼핑몰들이 잇따라 오픈하면서 여의도에서 영등포, 신도림역으로 이어지는 상권이 큰 축으로 형성되고 있는 것도 눈여겨볼만하다.
2009년 발표된 서남권 르네상스 계획에 따르면 2020년까지 단계별로 서남권을 비즈니스·환경·문화가 조화된 신경제 거점 도시로 발전시킨다는 복안이다. 서남권을 4개 경제 중심축으로 나눠 각각 특성에 맞게 개발하는 프로젝트로 구로·영등포·강서·양천·금천·관악·동작구 등 7개 구가 사업 대상지에 포함된다. 영등포~신도림~가산~시흥 지역은 지식·창조·문화산업의 허브로 조성되고 여의도~양화~가양~마곡~김포공항으로 연결되는 지역은 국제 금융과 바이오메디(생명공학·의료) 산업의 중심축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여의도~영등포~목동 축은 인천경제자유구역과 연계된 업무 복합 공간으로 조성할 예정이다. 서울대~숭실대~중앙대를 잇는 지역은 연구·개발(R&D) 밸리로 조성해 정보기술(IT)·생명공학(BT) 등의 산업 중심지로 발전시킨다는 구상이다. 서남권 르네상스 계획 중 일부만 실현된다고 하더라도 이 일대 아파트형 공장 안 상가 투자는 유효하다.
서남권 르네상스의 중심축인 여의도·영등포·신도림 상권이 이어지면서 파급효과가 예상되는데, 중·장기적으로 보면 서남권 상권은 강남권에 버금가는 상권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이런 연유 때문이지 IT 기업이 본사를 옮길 때 십중팔구는 서울 디지털산업단지 내에 자리 잡는다. 수많은 회사들이 현재 들어가는 비용의 절반으로 두 배 이상 넓은 사무실을 쓰기 위해 강남을 탈출해 디지털단지 일대의 아파트형 공장으로 향하고 있는 것이다.
지하철 1·7호선 가산디지털단지역 부근 28만5000여㎡의 땅에는 2013년까지 고급 주상복합 아파트와 호텔, 컨벤션센터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결과적으로 서울 서남권 업무·문화·상업의 중심지로 탈바꿈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 일대 아파트형 공장 안 상가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
유의할 점도 있다. 지하나 2층 상가는 간판을 달지 못하거나 위치가 너무 후미져 사람들이 잘 찾지 못하는 곳도 많기 때문에 투자에 앞서 꼼꼼히 따져야 한다. 또 분양률, 유사 업종 분석, 상가 위치, 고분양가 여부 등도 꼼꼼히 살펴야 한다.
또한 상가는 일반 투자자가 대상이기 때문에 업무 시설에 입주하는 기업들에 주는 세제·금융 지원 등의 혜택이 없다. 실제 장사를 할라치면 주5일 근무제 적용 사업체가 많은 만큼 주말과 휴일은 건물 안의 상주 인원이 빠져나가 텅 빌 때가 많으므로 주변 지역 수요층까지 끌어들일 수 있는 업종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