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경기가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국면을 맞이한 가운데 가격파괴 마케팅이 부활할 조짐을 보여 일선 점주들의 근심이 커지고 있다.
국민의 소비심리가 위축된 가운데 1500원 짜리 국수 가게, 1900원 짜리 돈가스 가게 등 저렴한 단가로 무장한 점포들이 문전성시를 이루는 등 10년 전 모습을 방불케 하고 있는 것.
지난 98년 IMF 당시에도 1인분에 1800원 짜리 삼겹살이나 2900원 짜리 냉면집이 선풍적인 인기를 누린 바 있다.
10년 전과 다른 모습이 있다면 한 끼 식사로 국한됐던 양상을 벗어나 테이크아웃 커피 등 음식업 전체 분야로 퍼져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한 때 유행처럼 번졌던 4~5000원 짜리 커피 한 잔을 들고 다니는 모습은 온데간데 없어졌다. 대신 1500~2000원 짜리 아메리카노를 테이크아웃 해가는 모습을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 같은 가격파괴 마케팅은 국내 경기가 당분간 호전될 기미가 없다는 현재 사정을 감안하면 들불처럼 확산될 공산이 크다.
문제는 가격파괴 마케팅이 지닌 여러 가지 단점들이다. 가장 큰 단점은 주변 상권을 망가뜨린다는 것. 때문에 가격파괴 점포가 입점하면 주변 점주들은 인상을 찌푸릴 수밖에 없다고.
부산에서 주점을 운영하는 A씨는 "가격 파괴점이 들어와 한동안 바글바글 하더니 미성년자까지 받아가며 뽑을 거 다 뽑고 3개월 만에 철수하더라"며 "그 3개월은 인내가 뭔지를 알게 해주는 시간들"이었다고 회상했다.
A씨는 "곱게 철수하면 좋은데 그 점포가 빠진 뒤로 한동안 고객들의 상권 접근 자체가 줄어들더라"며 "3개월을 못 버티고 사라진 경쟁점포 수도 꽤 된다"고 털어놨다.
서울 강남에서 주점을 운영 중인 B씨는 "단가를 낮추면 어쩔 수 없이 서비스가 소홀해진다"고 지적한 뒤 "이런 매장들은 대부분 상도를 어기기 마련"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B씨는 "가격 파괴 전문점에 대항하는 방법은 고급 서비스와 이벤트를 통해 수준을 차별화하는 길 뿐"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또 한 점주는 "가격파괴 마케팅은 암환자에게 모르핀을 투여하는 그야말로 최후의 판매전략이 아닌가 싶다"며 "가격파괴는 결국 부메랑이 되어 점주 자신에게 돌아올 것"이라는 견해를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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