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소재 점포의 보증금, 권리금, 월세(임대료)가 지난해보다 크게 올랐다. 물가는 오르는데 금융권 금리가 낮다보니 임대사업으로 수익을 얻으려는 사람들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눈에 띄는 것은 업종별 점포 권리금 추이다. 상품이나 서비스 등 내적요인보다 갑을논란, 소비트렌드 등 외적요인에 따라 권리금이 오르거나 감소했다.
올해 업종별 점포 권리금은 내적요인보다 외적요인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상품이나 서비스에 의한 것이라기보다 사회적인 이슈에 따라 권리금이 증가하거나 감소했다.
점포라인과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이 올해 매물로 나온 서울 소재 점포 6332개를 업종별로 분석한 결과, 편의점 권리금이 지난해(9373만원)보다 올해(6773만원) 27.74 %(2600만원) 하락했다. 전체 업종 가운데 가장 큰 하락률을 보였다.
갑을논란에 따라 권리금 엇갈려
이런 결과는 올해 불거진 편의점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점 간의 갈등이 사회적 이슈로 부각된 것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음료 등을 납품하는 업체와 대리점 간 갈등이 알려진 후 편의점 이미지가 크게 추락했다.
편의점은 그동안 불경기에 강한 업종으로 꼽혔다. 매출이 꾸준한 데다 관리가 쉬워 창업수요가 지속적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불거진 갑을논란 등으로 당분간 창업수요를 회복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미용실과 노래방 등의 권리금도 하락했다. 미용실은 지난해 6286만원에서 올해 4653만원으로 25.98% 감소했고, 피부미용실은 같은 기간 7786만원에서 6246만원으로 19.78% 떨어졌다. 노래방은 11.58%, 레스토랑은 3.58% 감소했다.
외적요인만으로 권리금이 떨어진 건 아니다. 소비트렌드 변화로 권리금이 오른 경우도 있다. 치킨호프 권리금은 지난해(1억2048만원)보다 46.02%(5424만원) 오른 1억7472만원을 기록했다. 치킨호프 업종이 활기를 맞은 것은 '치맥(치킨과 맥주)'이 크게 인기를 끌었기 때문이다. 갓 튀겨낸 치킨에 시원한 맥주를 즐기려는 소비자의 발걸음이 권리금을 오르게 한 것이다.
소비트렌드의 변화에 발맞춰 변신에 성공한 의류점의 권리금도 상승했다. 의류점이 소비자가 드문 소규모 편집매장 대신 인파가 몰리는 유명 상권의 입지 좋은 점포로 들어갔기 때문이다.
의류점 권리금은 지난해 7700만원에서 올해 9983만원으로 29.65% 증가했다. 치킨호프 업종에 이어 두번째로 높은 증가율이다. 다만 같은 기간 의류점의 월세가 228만원에서 323만원으로 41.67%(95만원)나 증가한 것은 고정비용이 늘었음을 의미한다. 장기적으로 볼 때 높은 임대료가 수익창출을 방해할 수 있다.
뒤를 이어 피자전문점 권리금이 지난해 8541만원에서 1억8332원으로 26.82% 증가했고, 맥주전문점은 같은 기간 21.94%, 퓨전주점은 21.84% 올라갔다.
김창환 점포라인 대표는 "물가상승과 A급 상권 입지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권리금과 보증금, 월세 또한 꾸준히 오르고 있다"며 "특히 상가를 매입해 임대수익을 얻으려는 투자자고 늘고 있다"고 말했다.
권리금 없는 신규 상가 활용할 만
창업을 할 때 권리금이 부담된다면 (권리금이 없는) 신규 상가를 알아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다만 점포 권리금은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하기 때문에 철저하게 알아보고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권강수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는 "신규 분양 상가의 경우 주변에 상권이 형성됐는지, 임차인이나 이용 고객이 선호하는 입지인지 알아보고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