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음식을 준비할 시간적 여유가 부족한 맞벌이 부부나 소규모 가족 사이에서 최근 수요가 늘고 있는 인터넷 제수음식 대행 서비스. 거래가 인터넷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제품을 만드는 현장을 직접 볼 수 없다는 점을 악용해 위법행위를 한 업체 12곳이 서울시에 적발됐다.
예컨대, A업소는 전국에 10개가 넘는 지점이 있는 것처럼 각 지점 전화번호까지 올렸으나 실제로 전화를 걸면 모두 1개 업소로 착신되게 하는 식으로 영업을 하다 적발됐다. B업소는 홈페이지에 있는 주소(강남구 삼성동 소재)로 찾아가보니 업소가 아예 존재하지도 않았다. F업소는 홈페이지에 고사상, 차례상 차림 전문점으로 소개해 영업하면서 실제로는 가정집에서 미신고 영업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 민생사법경찰과(이하 '특사경')는 설 성수식품 제조업소 83개소에 대해 지난 1월 28일부터 2월9일까지(약 2주간) 기획수사를 펼친 결과, 12개소에서 「농수산물의 원산지표시에 관한 법률」, 「식품위생법」, 「전자상거래법」 등 15건을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11일(수) 밝혔다.
특사경은 전체 83개소를 현장점검 및 탐문한 결과 절반에 가까운 40개소는 업소가 존재하지 않았으며, 나머지 43개소에 대해 ▲위생관리 및 식재료관리 상태 ▲원산지 표시 위반 ▲유통기한 경과제품 보관·사용 ▲저질저가 식재료 사용 ▲무표시 ▲무신고 여부 등을 중심으로 수사했다고 설명했다.
적발된 위반 유형을 보면 마치 여러 개의 지점이 있는 것처럼 가상의 전화번호를 등록하고 실제로 전화를 걸면 실제 영업하는 1개 업소로 착신되게 하는 신종 판매수법이 7건으로 전체 위반건수의 절반 가까이 차지했다. 시는 이들 업소에 대해서는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약칭: 전자상거래법)에 의거해 관할 행정관청에 통보할 예정이다.
이어서 ▲유통기한 경과제품 사용‧보관(3건) ▲원산지 거짓 또는 혼동 표시(2건) ▲미신고(2건) ▲표시기준 위반(1건) 순으로 나타났다. 시는 적발된 12개 업체 가운데 7명을 형사입건하고, 이와 별도로 10개 업체는 관할 관청에 행정처분(과태료) 의뢰할 예정이다.
시는 핵가족화 및 여성의 사회 활동 증가로 제수음식 전문 대행업체를 이용하는 가정이 늘어나면서 소비자불만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며, 설 명절을 앞두고 인터넷을 통한 제수음식 주문‧판매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어 이번 기획수사를 실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A업소는 유통기한이 3년6개월 이상 지난 감자가루, 1년 5개월 지난 튀김가루 등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 7가지 및 미표시 제품 3가지를 보관하다 적발됐고, D업소는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 7가지, E업소는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 2가지를 각각 보관하다가 적발됐다.
B업소는 차례상, 제사상에 오르는 산적, 육탕, 탕국 등에 사용하는 호주산 쇠고기를 '뉴질랜드산 또는 호주산', '뉴질랜드산'으로 거짓 또는 혼동 표시하다가 적발됐다. C업소는 가공용 미국산 쌀을 국내산과 혼합해 떡국떡, 절편 등을 제조·가공해 유통하면서 '국내산'으로 거짓 표시했다. F업소는 영업신고도 하지 않고 일반 가정집에서 음식을 조리해 판매했으며, G업소 역시 어육을 제조·가공해 판매하면서 영업신고를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최규해 서울시 민생사법경찰과장은 "최근 가족의 규모가 작아지고 여성의 사회활동이 증가하면서 인터넷을 통한 제수음식 주문·판매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어 온라인 판매업소의 식품안전관리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며 "온라인 주문시에는 식품영업신고를 한 업체인지, 가까운 곳에서 신선하게 유통되는지 등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