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을 하고 있는 A씨(여, 40대): 길거리에 뿌려진 명함 대부광고 전단을 보고 2014년 12월 피의자에게 500만원을 대출 받았다. 이후 가게 사정이 나빠져 대출금 상환이 지체되자 사채업자들은 일명 ‘꺽기’ 대출을 권유 하였다. 이런 식으로 몇 번의 대출이 반복되자 채무액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고 결국 감당할 수 없는 빚을 떠안게 됐다.
수사 결과 A씨는 현재까지 8300만원의 대출금을 상환하였으나 여전히 6천5백만원의 채무가 남아있는 상황이며 A씨는 수사 과정에서 갚아도 갚아도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사채를 두고 조폐공사에서 돈을 찍어내더라도 이런 식이라면 갚을 수 있겠냐며 절박한 마음에 사채에 한번 손을 댄 것이 인생을 이렇게 망가뜨릴 줄 몰랐다고 말하며 후회의 눈물을 흘렸다.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의 특별사법경찰(이하 특사경)이 서민을 울리는 각종 불법 대부업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지자체 최초로 대부업 수사 전담팀을 꾸려 첫 기획수사를 펼쳤다.
서울시는 '15년 팀을 구성, 올해 2월부터 기획수사에 착수해 대부업법 위반 행위업소 13곳을 적발하고 22명을 형사 입건했다고 밝혔다.
이번 수사는 '15년 11월 특별사법경찰 직무범위 확대에 따라 기존 '민생사법경찰과'가 '민생사법경찰단'으로 확대·승격된 후 이루어진 첫 성과로, 박원순 서울시장도 2016년 신년사를 통해 “서민의 눈에 눈물을 흘리게 하는 자는 새롭게 출범한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을 통해 엄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들은 대부분 신용불량자, 영세 자영업자 등 은행에서 정상적으로 돈을 빌릴 수 없는 사람들을 노려 최저 133%에서 최고 2,437%에 이르는 살인적인 이자율을 적용해 폭리를 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변칙적인 방법을 이용한 대부 행위도 적발됐다. 휴대폰을 신규개통 하도록 해 이를 돈으로 바꿔주는 휴대폰깡을 비롯해 카드깡, 소액결제 등 다양한 행태의 불법 영업 업소도 철퇴를 맞았다.
이번에 적발된 13개 업소는 ▲무등록 불법 대부업소이면서도 명함형 전단지 광고물을 무단 배포해 광고하고 고리를 취한 업소(4곳) ▲휴대폰을 신규개통하도록 해 이를 현금으로 바꿔주는 방식의 '내구제' 대부업소(8곳) ▲허위로 물건을 구매해 이를 휴대전화 소액결제나 카드로 결제하도록 하고 수수료를 뗀 현금을 빌려주는 형식의 대부업소(1곳)다.
첫째, 명함 전단지 광고 무등록 불법 대부업소들은 주로 오토바이를 이용해 '일수 대출', '싼 이자' 등의 문구를 강조한 명함 형태의 광고 전단지를 무작위로 도로에 뿌려 고객을 끌어모았다. 일부 업소는 타인 명의로 정식업체인 양 등록했지만 실제 사무실은 다른 곳에 차려 불법 영업하는 등 단속에 대비한 치밀함을 보이기도 했다.
특사경은 이들 전단지 배포 오토바이를 차량으로 뒤쫓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판단, 오토바이를 빌려 단속하는 등 끈질긴 추적 끝에 불법 대부업자의 사무실을 찾아내 적발하는 성과를 거뒀다.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명함 형태의 대부 광고의 약 85%가 무등록 대부업소의 불법광고지만 이들 대부분 오토바이를 이용해 무작위로 배포해 단속이 쉽지 않고 현장에서 즉시 체포한다 하더라도 본인들은 단순 아르바이트생이라며 업소나 업주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해 수사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이들 무등록 불법 대부업자들은 금년 3월 개정된 대부업법에 따라 법정 최고금리가 연 34.9%에서 27.9%로 인하, 대부업계의 대출 심사가 까다로워진 틈을 타 은행에서 정상적으로 돈을 빌릴 수 없는 이들을 대상으로 고리의 대금을 편취했다. 채무자가 중도에 원리금을 상환하지 못하는 경우 일명 '꺽기' 등의 반복적인 대출을 통해 무서운 속도로 채무액을 늘리기도 했다.
'꺽기'는 연체이자를 갚기 위해 기존 대출에 추가로 금액을 빌려 일부는 연체 이자로 충당하도록 하는 대출형태다. 계속 되는 꺽기로 채무액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밖에 없다.
장부를 압수한 무등록 대부업소 4곳에서만 총 대부금액 41억 2천여 만 원 규모에 이르는 피해사례 378건을 적발했으며, 이들 업소는 길게는 2년 4개월에서 짧게는 6개월간의 불법 대부행위를 통해 총 8억6천여만 원에 이르는 이자를 받아 챙겼다.
둘째, 휴대폰 '내구제' 대부업소들은 대출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고가의 스마트폰을 신규로 개통하도록 하고 그 단말기를 즉시 매입하는 방식으로 금전을 지급하는 일명 '내구제'라 불리는 '휴대폰깡'을 통해 불법 대부업을 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내구제'란 '나를 구제한다'는 뜻으로 금융기관의 정상적인 대출을 이용할 수 없는 저신용자를 대상으로 스마트폰을 구입하도록 하는 변종 대부업을 일컫는다.
이들은 1인당 최대 4대의 휴대폰을 개통할 수 있다는 점을 이용, 필요 액수에 따라 1~4대의 스마트폰을 할부구매하게 한 뒤 대당 50~60만원 주고 매입한 후 중국 등지로 가격을 높여 팔아넘기는 수법을 이용했다. 적발된 8개 업소에서 적발된 '내구제' 개통 건수만 해도 4,099건, 매입가 20억 7천만 원에 달한다.
특히 정상적인 휴대폰 개통이 어렵고 통신요금과 단말기 할부금 상환능력이 없는 신용불량자, 통신연체자에게는 스마트폰 매입가에서 미리 연체금을 제한 뒤 대납하는 등 무리한 개통을 부추기기도 했다.
또 사들인 스마트폰의 유심칩을 중고폰에 삽입, 1주일에 10회 정도 전화 통화를 해 마치 실제로 사용 중인 휴대폰인 것처럼 꾸며 통신사로부터 판매 장려금을 타내기도 했다.
결국 이들이 연체한 통신요금이 또다시 통신사의 부실채권으로 이어지고 단말기 할부금은 단말기 지급보증을 한 보증보험사의 손실로 이어지는 등 통신시장의 유통질서를 어지럽히는 추가 피해를 가져왔다.
셋째, 휴대전화 소액결제 및 카드깡으로 적발된 대부업소는 자신들이 온라인 오픈마켓에 허위로 등록한 물건을 휴대전화 소액결제, 카드결제 등의 방법으로 결제하도록 하고 이 가운데 일정 수수료를 제외한 나머지 금액을 현금으로 지급하는 '카드깡' 방식으로 불법 대부행위를 해왔다. 적발된 규모만 해도 총 196회, 2억8천8백만 원 에 이른다.
휴대전화 소액결제의 경우 약 30%의 선이자를 제하고 나머지 금액을 현금으로 지급하는 방식으로 구매자는 한 달 뒤 휴대전화 요금과 함께 청구된 결제 대금을 갚아야 한다. 카드깡 역시 13%의 선이자를 떼고 지급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휴대전화 소액결제 방법의 경우 연이율로 환산하면 360%, 카드깡의 경우 156%에 이르러 대부업법에 정한 최고 이자율 27.9%를 크게 상회하는 이자율 위반사항에 해당한다.
서울시 특사경은 이번 적발에 이어 현재까지 수거된 광고 전단지 1만 2천여 장을 분석한 결과 250여 개의 무등록 대부업소가 활동중인 것으로 판단하고 수사범위를 확대해나가고 있다.
또 특사경 전 인력을 투입, 최근 1년 내 폐업 신고한 600여 개의 대부업소를 개별 현장 점검해 대부업소 등록 유효기간인 3년이 경과한 후에도 적법한 등록갱신 없이 영업하거나 폐업신고 후에도 불법 영업을 하고 있는 업소가 있는지 집중 단속하고 향후 지속적으로 단속 범위를 확대할 예정이다.
한편,「대부업등의등록및금융이용자보호에관한법률」(이하 대부업법) 주요 위반 형태는 크게 ▲무등록 대부(중개)업자의 불법 영업·광고 행위 ▲등록 대부업자의 명의 대여, 과다 중개수수료 수취 ▲법정이자율 위반 등으로 나타났다.
무등록업자가 불법행위 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으며, 등록업자가 법규정을 위반할 시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권해윤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장은 "계속된 경기침체와 늘어나는 가계부채 등 서민들의 어려운 경제사정을 노린 고금리 대부업체들의 불법행위가 끊이지 않고 있는 현실"이라며 "불법 대부업체를 뿌리뽑기 위해 2016년을 불법 대부업과의 전쟁 원년으로 선포하고 강력하고 지속적인 단속을 실시해 시민을 눈물짓게 하는 민생경제 침해사범 근절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