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는 방송사들의 세칭 ‘먹방 프로그램’에 잇따라 출연해 집밥 열풍을 주도하며 스타덤에 올랐지만 이미 오래전부터 성공한 사업가로 주목을 받았다.
외식업계 진출은 1993년 서울 논현동에서 문을 연 ‘원조쌈밥집’을 통해서였다. 당시 백 대표의 직함은 인테리어사업을 병행하는 목조주택사업체 다인의 사장이었다. 건축경기 불황으로 직원들 고용이 불안해지자 제때 월급이나 줘야겠다는 생각에 시작한 것이 원조쌈밥집이었다.
◆논현동 먹자골목의 창시자
백 대표가 직접 개발한 ‘대패삼겹살’은 기대 이상의 호응을 얻었다. 직원들 급여를 해결하고도 많은 수익을 남겼다. 백 대표는 이 돈을 모조리 주택사업에 쏟아부었다. 하지만 1997년 외환위기가 터지자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었다.
사업을 접고 나니 남은 것은 17억원의 빚. 그는 외식업에서 승부를 걸기로 했다. 그렇게 해서 1998년부터 논현동에 나타나기 시작한 식당 브랜드가 ‘한신포차’ ‘본가’ ‘새마을식당’ 등이다. ‘논현동 먹자골목’의 창시자가 백 대표인 것이다.
2002년부터는 가맹사업도 시작했다. 현재 직영점을 제외하고 1150곳에 이르는 국내 가맹점 숫자는 롯데리아(1296개)의 전국 가맹점 숫자와 맞먹는다.
◆중저가·트렌드·인지도 3박자
업계는 더본코리아가 사세를 급속히 확장할 수 있던 배경으로 크게 세 가지를 꼽는다. 우선 맛과 품질이 괜찮은 음식을 중저가에 내놓는다는 것이다. 지난해 3월 육가공업체인 성림쓰리에이를 25억원에 인수한 이유도 수직계열화를 통해 식재료 공급 단가를 낮추기 위한 것이었다. 권강수 창업정보부동산 이사는 “맛이 있으면서도 지나치게 고급화를 추구하지 않는 것이 백종원 매장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트렌드를 선도한다는 것 역시 강점이다. 새마을식당의 대표 메뉴인 대패삼겹살은 백 대표가 특허까지 냈다. 1L에 1500원짜리 대용량 커피를 앞세운 빽다방은 지난해부터 유사 브랜드들의 추종을 이끌어냈다.
가맹점주 입장에서 최고로 치는 경쟁력은 백종원이라는 개인의 브랜드 파워다. 더본코리아는 브랜드 광고와 가맹점 모집 영업 광고를 하지 않는다. 백 대표 개인의 인지도가 높기 때문이다. 회사 관계자는 “백 대표가 방송에 나가는 것만으로 간접광고 효과를 충분히 누리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 이익 vs 골목상권 침해
하지만 더본코리아를 질시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도 없지 않다. 특히 ‘백종원 브랜드’와 경쟁해야 하는 자영업자들이 그렇다.
서울 지하철 4호선 혜화역 4번출구 인근에 빽다방이 생긴 것은 2014년 말. 저렴한 가격에 손님들이 밀려들자 이 골목을 중심으로 개인이 운영하던 커피숍 5곳이 된서리를 맞았다. 최근 1년 사이에 모두 업종을 바꿨다. 대학로 새마을금고 건물 2층에 있던 A커피숍은 숯불고기전문점으로 바뀌었고, 다른 커피숍 자리에는 보세 옷가게 등이 들어섰다.
혜화동 B부동산 관계자는 “처음엔 가격을 내리는 방식으로 대응했지만 역부족이었다”며 “스타벅스 커피빈 등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숍과 달리 빽다방과 고객 수요층이 겹친 탓”이라고 설명했다.
백 대표의 대중적 인기가 높다 보니 아직 여론은 그다지 나쁘지 않지만 골목상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더본코리아는 중소기업기본법상 ‘최근 3년간 평균 매출 1000억원 이하’라는 기준에 따라 대기업이 아니라 중소기업으로 지정돼 있다. 매장 수를 폭발적으로 늘릴 수 있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동반성장위원회의 ‘중소기업 적합업종’ 규제를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가맹점 폭증으로 기대한 만큼 수익을 내지 못하는 점포도 있다. 정확한 상권분석 없이 백 대표의 인기만 믿고 가게를 연 점주가 많았기 때문이다.
상가관리기업인 점포라인의 이동원 팀장은 “더본코리아 매장은 박리다매로 돈을 버는 구조인데 기대한 만큼 매출이 나오지 않아 점포를 내놓는 사례가 일부 지역에서 나타나고 있다”며 “해당 점포에 더본코리아 브랜드가 사라지고 가게주인만 바뀌는 경우에는 권리금 손해를 볼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