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 부동산 시장에 경기 불황의 위기감이 감도는 가운데 올 들어 상가 권리금이 2008년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30일 점포라인에 따르면 자사에 등록된 서울·인천·경기 지역을 합친 수도권 소재 점포 매물 2만4286개를 분석한 결과 평균 권리금이 8510만원으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불거진 2008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매물 역시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이어지던 2009~2010년 이후 가장 많은 2만4286개이다. 특히 올해 12월 들어 서울 인기 상권에서는 '무권리금' 조건을 내건 매물이 줄줄이 나오면서 상가시장에서는 경기 침체에 대한 불안이 가시화되는 상황이다.
지역별로는 외곽으로 갈수록 사정이 좋지 않다. 서울에서는 지난해보다 52.2% 늘어난 1만5972개 점포가 매각 혹은 임대를 위한 매물로 나온 가운데 평균 권리금은 지난해 대비 1.78% 내린 8691만원이다.
반면 인천·경기 지역은 역대 최대 규모의 매물이 쏟아지면서 권리금 낙폭도 서울보다 컸다. 이 지역에서는 지난해의 2.3배가량 늘어난 8314개 점포가 매물로 나와 2008년 이후 가장 많았고 권리금은 지난해 대비 6.77% 내린 8161만원을 기록했다.
상가시장의 약세에 대해 업계 전문가들은 2012년 즈음 시작된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후 창업 열풍'으로 되살아났던 자영업 경기가 지난해 다시 침체기로 접어든 가운데 올 들어 시행된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법(김영란법)이 결정타로 작용했다고 분석한다.
지난해 5월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시행을 통해 임대인이 권리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자 권리금을 낮추는 대신 보증금이나 월세 임대료를 높이는 식의 가격 조정이 이뤄지는 거래 관행 변화를 감안하더라도 불경기 영향이 크다는 것이다.
염정오 점포라인 팀장은 "가게 임대차시장에서 권리금은 '매출'을 매개로 소비심리 위축 영향을 곧바로 받기 때문에 경기 변동에 민감하다"며 "겨울이 비수기인 점을 감안하더라도 12월 매물이 쌓이는 추세가 심상치 않은 데다 연말 정국 불안·김영란법 시행 등으로 전망이 밝지 않다"고 말했다. 상가 권리금이란 가게에 보증금·월세 외에 따로 붙는 웃돈이다. 주로 기존 세입자 상인이 후속 세입자 상인에게 요구하는 것으로 가게의 가치를 높인 것에 대해 일정 액수가 따라붙는 식이다.
업종별로는 희비가 갈린다. 김영란법 영향을 가장 크게 받을 것으로 지목됐던 한식점은 실제로 지난해의 1.6배가량인 2559개가 대거 매물로 나왔고 이에 따라 권리금 역시 7846만원으로 지난해보다 19%가량 떨어졌다.
학원도 불경기 여파를 맞아 '교육에는 지갑 열기를 아끼지 않는다'는 말이 무색해졌다. 장사가 되지 않는 학원들이 줄줄이 매물로 나오면서 올해 학원 점포 매물은 381개로 지난해(32개)보다 12배 급증했다.
염 팀장은 "학원 매물의 평균면적이 150㎡ 미만인 점을 감안할 때 대형 학원보다는 소규모로 운영되던 보습학원이 운영난을 견디다 못해 영업을 그만두고 점포를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프랜차이즈 카페의 경우 권리금이 상승해 주목된다. 경기가 침체기로 접어들자 안정성을 추구하는 경향이 나타난 결과로 분석된다. 점포라인에 따르면 프랜차이즈·체인 형태의 매물 권리금은 지난해 9688만원에서 1억1624만원으로 오른 반면 개인 등이 운영하는 경우는 8731만원에서 8334만원으로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