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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게재일 : 2009-02-06 조회수 : 766
눈뜬채 수억 떼이고 쫓겨나는 상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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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게재일 : 2009-02-06 조회수 : 766
눈뜬채 수억 떼이고 쫓겨나는 상인들

명의 목숨을 앗아간 용산 철거민 참사는 우리 사회의 오랜 관행이었던 상가 권리금 문제를 어떤 식으로든 해결해야 한다는 교훈을 안겨줬다.


땅 소유주에게 어마어마한 개발 이익을 남겨주고 지역의 상권을 개척해온 상인들을 빈손으로 쫓아내는 '불도저식 재개발'이 세입자들의 격렬한 저항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법 테두리 바깥에 있는 권리금을 양성화하지 않는다면 빈부격차가 더 벌어져 이번 사건보다 더 큰 사회적 갈등을 치를 수 있다는 전망은 결코 '기우'가 아니다.


권리금 양성화하지 않으면 더 큰 사회적 갈등


권리금의 일반적인 정의는 상가 임차인이 점포를 매입하면서 ▲ 그때까지 해당 점포를 터전으로 쌓아온 고객관계와 신용 등 무형적 재산 가치 ▲ 상권 등 장소적 이익 ▲ 인테리어 및 비품 비용을 포괄적으로 넘겨받으면서 이전 임차인에게 대가로 주는 돈이다.


권리금의 기원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의견들이 있지만, 일제시대에도 4대문 내에서 구두닦이와 신문팔이를 하려면 '자릿세'를 내야 했다는 기록이 있는 것을 보면 그 뿌리가 아주 깊었음을 알 수 있다.


1976년 9월 30일자 중앙일보에는 이런 기사도 실렸다.


"중구방산종합시장 진입로공사에 따라 철거되는 중구 주교동38 동신상가 의류도매부 김영길씨 등 점포임대상인 21명은 30일 적절한 보상대책과 철거시기를 연기해 달라고 서울시에 진정했다...(중략) 10~15년전 계약당시에 점포보증금은 100만원이었으나 현재는 권리금 600~700만원으로 올라 점포보증금을 올려 받아도 다른 점포를 구할 수도 없는 실정."


상가 세입자들에게는 권리금이 일종의 '전세금' 역할을 해온 셈인데, 재개발 때마다 권리금을 보상받으려는 상인들이 악착 같이 투쟁하는 것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었음을 보여준다.


최근 불황의 여파로 권리금 없이 점포를 넘기는 일이 속출하고 있지만, 서울 종로와 강남 등 주요상권의 점포들을 얻으려면 최고 5억 원 안팎의 권리금을 내야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주요상권 점포 권리금은 5억원 호가


철거민과 경찰이 떼죽음을 당한 용산구의 경우는 어땠을까?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과 점포거래 포털사이트 '점포라인'이 최근 2년간 등록된 점포매물 5만1619건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용산구는 지난해 서울에서 상가 평균 권리금이 가장 높이 오른 곳으로 기록됐다.


서울 지역 권리금의 평균상승률이 0.16%(2007년 1억516만원 → 2008년 1억533만원)로 제자리걸음을 한 반면, 용산구는 2007년 9453만원에서 지난해 1억1100만원으로 17%나 올랐다.


용산4재개발 구역의 상가 세입자 88명이 끝까지 남아서 '망루 투쟁'을 불사한 것은 자신들이 피땀 흘려 가꿔온 상권을 아무 보상도 없이 땅 주인들에게 고스란히 내주는 것에 대한 울분이 배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사고로 사망한 양회성씨는 4년 전 빚을 내서 이 지역에서 복집을 열었는데, 권리금 7000~8000만원을 포함해서 투자한 돈이 약 2억 원에 이르렀다. 그러나 재개발 조합이 제시한 보상액은 5000만원 선. 양씨는 "이 돈을 받고는 서울 어느 곳에서도 가게를 내지 못한다"고 울분을 토로하다가 20일 오전 남일당 건물 옥상에서 죽음을 맞이했다.


작년 12월 강제 철거된 용산의 한 중국음식점은 권리금과 인테리어 비용을 합쳐 1억 원에 육박하는 돈을 주고 개업했는데, 조합은 이 음식점에도 1/3 토막나는 감정가(3300만원)를 들이밀며 퇴거를 종용했다.


법에도 없는 개념 '권리금'... 책임 누가 지나


물론, 상인들에게 터무니없이 낮은 보상액이 떨어진 가장 큰 이유는 재개발조합이 상가 권리금을 전혀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조합의 한 관계자는 5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권리금은 법에도 없는 개념이고, 세입자들끼리 오간 돈을 이제 와서 땅 주인에게 물어내라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답했다.


그러나 용산 재개발의 최대수혜자가 지주 조합원들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이 권리금 분쟁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홍기돈씨가 입수한 용산4구역 조합원 권리가액 자료에 따르면, 조합원 1인당 재개발 사업으로 보상받는 금액은 3.3㎡당 7768만7918원에 달한다. 재개발추진위가 결성된 2004년의 부동산 가격이 3.3㎡당 1000만 원대였던 점을 고려하면 땅 소유주들이 4년간 7배의 이익을 남긴 셈이다.


그렇다면 재개발이 확정되기 전에 상당 금액을 권리금으로 지불했던 세입자들이 "상권은 우리가 만들었는데 정작 큰 돈은 땅 부자들에게 돌아갔다"며 볼멘소리를 내는 것도 전혀 터무니없는 주장은 아닌 셈이다. 정부와 서울시, 구청, 조합은 이들을 '떼쟁이'로 몰아세웠지만 "손해만 보지 않게 해달라"는 호소에는 애써 눈을 감았다.


이 때문에 땅 주인과 건설회사가 독식하는 재개발의 '룰'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하고, 그 출발점이 권리금 문제의 해결이라는 주장은 충분히 설득력을 얻는다.


권리금 평가가 그때그때 임의로 매겨지는 등 실체도 없는 권리금 문제를 법적으로 해결할 수 있겠냐는 회의론도 있지만, 상가 세입자의 개별 소득세를 권리금 산정의 기준으로 삼을 수 있다. 상인들의 소득세를 권리금 기준으로 삼을 경우 이들이 권리금을 제대로 받아내기 위해 탈세를 자제하고 국가의 세수가 늘어나는 '순기능'이 있다.


박대원 상가정보연구소 소장은 "권리금이 비록 법 테두리 바깥에 있지만, 시장에서는 일반화된 현상이었는데 이제는 지주와 세입자끼리 알아서 하라고 놔둘 수 없게 됐다"며 "재개발 이익을 가장 많이 가져가는 쪽이 조합원들이니 이들이 (권리금 분쟁의) 1차적인 책임을 지는 게 맞다"고 말했다.


권리금 문제, 정치권도 나서... 개선책 마련될까


여야 정치권도 용산 철거민 참사의 본질이 권리금 문제에 있다고 보고 제도 개선책 마련에 착수했다.


국토해양부는 지난달 29일 한나라당 '재개발 제도개선대책 태스크포스(TF)팀'에 "재개발 지역의 상가 세입자에게 휴업 보상금을 현행 3개월보다 더 많이 주는 방안을 검토해보겠다"고 보고했지만, 이 정도로는 세입자들이 입을 손해를 만회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한다.


한나라당 TF팀 간사를 맡은 김성태 의원은 "땅 주인들은 엄청난 이익을 거두면서 세입자들에게는 권리금과 인테리어 비용도 없이 방 빼라고 하니 화를 부른 게 아니냐?"며 "세입자들에게 손실 보상금을 적정하게 평가·개선하는 제도를 마련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같은 당 권영진 의원은 "가장 큰 이익을 보는 조합이 세입자에게 어느 정도 배려를 해주는 것이 당연하지만, 권리금 같은 것을 법제화하면 재산권 침해 논란이 생길 수 있다"며 "서울 6~7곳에 권역별 임대상가 '뱅크'를 만들어 특정지역의 개발이 이뤄지는 동안 이곳에서 장사를 하도록 하고 개발이 완료된 후 원래 지역에서 장사를 계속 하게 해주는 '순환식 재개발'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이 권리금 문제의 대안에 눈을 돌리는 반면, 민주당은 "권리금을 법적으로 보장해줄 필요가 있다"며 법 개정에 적극적인 편이다.


민주당 뉴타운대책TF팀장을 맡은 김희철 의원은 "재개발의 '직격탄'을 맞는 세입자들의 손해를 줄이지 않으면 용산 사건 같은 악순환을 피할 수 없다는 게 당의 기본 입장"이라며 "영국과 프랑스 등에서 세입자 권리금을 법제화한 사례들이 있는데, 우리 당에서도 휴업 보상금에 권리금을 포함시키는 내용의 토지보상법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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