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리금은 그 용어와 개념, 법적 성격에 대해 규정하는 실체법이 없다. 하지만 권리금은 세법과 판례를 통해 그 존재를 입증하고 있다. 즉 권리금은 세법상 기타소득으로 분류되고 권리금 수령자는 부가가치세를 납부하는 것으로 납세의무를 지킬 수 있다.
또 대법원에서는 상거래 관행이라는 차원을 넘어 실정법상의 권리(재산권)로 인정하고 있다. 다만 사법상 권리와는 다르게 본다. 이것은 권리금이 임대차 계약에 수반되는 권리이므로 원칙적으로 임대차계약의 일부로 보지만 반환청구는 할 수 없다는 의미다.
이상에서 본 것처럼 권리금은 법적근거가 없다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실제 자영업자 간 거래 시 활발히 오고가는 실체로 인정받고 있으며 이에 따라 권리금을 둘러싼 분란도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용산 참사다.
이에 점포라인은 고객과 잠재적 창업자, 나아가 일반 대중들의 권리금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권리금을 둘러싼 분쟁사례를 소개하고 이를 통해 유사한 사례 발생 시 누구나 대처방안을 쉽게 강구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편집자 주]
#1. A씨는 권리양도 매매를 통해 점포를 인수해 영업을 시작했다. 6개월이 지났을 무렵 건물주가 나타나 건물철거 시한이 도래했으니 점포를 비우라고 요구했다.
계약 당시 건물철거에 대한 어떤 이야기도 듣지 못한 A씨가 사정을 알아보니 이전 임차인이었던 B씨는 건물철거 계획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B씨는 이 사실을 A씨에게 말해주지 않았고 건물주도 A씨와 B씨 사이에 4000만원의 권리금이 오간 것을 알면서도 1년 간의 새 임대차 계약 시 철거 계획을 말해주지 않은 것이었다.
결국 A씨는 권리금을 물어내라며 건물주에게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건물주에게 A씨가 손해본권리금을 배상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인정했다. 결국 건물주는 철거로 인해 영업을 하지 못하게 되는 3개월 간의 권리금 손해액 1000만원과 지연손해금을 배상하게 됐다. (서울지법 1997년 판례)
본 건은 건물주와 기존 임차인 B씨가 A씨에게 건물철거 사실을 숨긴채 각각 임대차 계약과 권리양도 계약을 체결하는 등 기망에 의해 A씨의 손해를 유발한 사건으로 정리할 수 있다. 창업자 입장에서 이 사건은 2가지 시사점을 지닌다.
첫째로는 권리금이 비록 자영업자간 거래되는 금액이라 해도 건물주가 이를 알고 있을 때 건물주의 책임과 의무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건물주들은 임대차계약 시 권리금의 존재에 대해 언급하지 않거나 인정하지 않는다고 기록하는 경우가 많다. 이 부분은 각각 장점과 단점이 있어 계약 점포의 특수성을 고려해 유연하게 대처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둘째로는 점포 입점 시 건물철거나 주변 개발계획 등 중장기적으로 중대한 변동사항이 있는지를 미리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판례에 등장한 A씨의 경우 1년 계약 후 약 6개월 간 영업을 해왔으나 권리금을 모두 회수하지는 못한 상태였다.
향후 영업상황의 전개가 불투명하지만 계약기간대로 영업했을 경우 이미 지불한 권리금을 회수할 가능성이 높았을 것으로 판단되는 만큼 권리금 일부를 되돌려받더라도 일정부분 손해를 피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점포라인 정대홍 팀장은 “점포 인수 시 보증금과 권리금을 모두 안전하게 회수할 수 있다는 판단이 들 때 계약을 해야 하며 이 때 안전성을 고려하기 위한 사전조사는 필수 절차”라고 말했다.
정 팀장은 “그러나 초보창업자의 경우 이런 부분을 너무도 쉽게 간과한다”며 “수천만원을 들여 창업하는 것이기 때문에 신중히 결정해야 안전성을 높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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