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세권 점포와 비역세권 점포 간 권리금 시세는 그다지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임차인인 자영업자보다 임대인인 건물주 수익 추구에 더 긍정적인 모습이다. 따라서 자영업자들은 역세권 점포라면 무조건 선호하는 습관을 버려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점포거래 전문기업 점포라인이 올해 자사 DB에 등록된 서울/수도권 소재의 점포 매물 1만5065개의 위치를 역세권과 비역세권으로 나눠 분석한 결과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역세권 점포 1714개(평균면적: 171.9㎡)의 평균 권리매매 시세는 1억8165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비역세권 점포 1만3351개(평균면적: 142.14㎡)와 비교하면 3302만원(22.22%) 비싼 것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평균 보증금은 역세권이 5593만원으로 비역세권에 비해 26.68%(1280만원) 비쌌고 평균 권리금도 역세권이 1억2572만원으로 비역세권에 비해 19.17%(2022만원) 더 높았다. 일견 역세권 점포의 프리미엄이 권리금과 보증금 양면에서 돋보이는 양상이다.
그러나 평균면적 정보를 이용해 1㎡당 가격을 산출한 결과, 역세권 점포는 보증금과 월세 등 임대인과 밀접한 부분에서 강세를 보였을 뿐 자영업자와 밀접한 권리매매 시세 부분에서는 비역세권과 별다른 차이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역세권 점포의 1㎡당 권리매매 시세는 비역세권 점포의 권리매매 시세보다 1.06%(1만1060만원) 높은 105만5659원에 불과했다. 즉 3.3㎡( 3㎡)당 3만3180원의 격차가 있다는 의미지만 통상 거래되는 권리매매 금액에 비춰볼 때 미미한 수준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임차인인 자영업자와 밀접한 권리금은 비역세권 점포에 비해 오히려 1.46%(1만871원) 낮았다. 반면 점포 임대인과 밀접한 보증금과 월세는 각각 7.23%, 18.03% 높은 수준이었다. 즉 역세권 점포의 권리매매 호가 강세는 권리금이 아니라 보증금에 의한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역세권 점포는 땅값이 비역세권에 비해 비싸기 때문에 보증금에도 이 가격이 일부 반영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유동인구 등 여러 프리미엄을 누리기 위해 비싼 보증금과 권리금을 주고 역세권에 입점하는 자영업자 입장에서 이번 조사결과는 다소 의외다.
물론 평균 매출액은 역세권 점포가 19.03%(360만원) 높은 것으로 파악되지만 월세 격차가 42.74%(106만원)에 달해 수익성 측면에서 긍정적이지 못하다는 평가다. 매출은 매달 변동되지만 월세는 고정지출비용이기 때문에 매출이 떨어지기라도 하면 그만큼 자영업자에게는 부담이 늘어나는 것이다.
점포라인 정대홍 팀장은 “역세권 점포 권리금이 비역세권에 비해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은 여러 가지를 시사한다”며 “가장 큰 시사점은 역세권이라 해도 다 같은 역세권이 아니라는 것을 알 필요가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역세권이라 해도 유동인구량과 소비패턴이 역을 이용하는 고객 특성에 따라 모두 다르기 때문에 이 부분에 유의해서 점포를 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례로 특정 역의 이용인구량이 많다고 해서 무조건 이 수치만 믿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실제로 2호선 강남역(승하차인구량 1위, 2010년 상반기 기준)과 3호선 고속터미널역(승하차인구량 3위, 2010년 상반기 기준)을 이용하는 각 고객들은 역을 이용하는 목적 자체가 다를 수밖에 없다.
강남역은 사람들이 역 밖으로 나가 모이는 중심지 역할을 하지만 고속터미널역은 여행객들이 지나쳐가는 환승소의 성격이 더 강하기 때문에 지하상가 영업은 활발하지만 지상 점포 영업은 생각보다 활기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정 팀장은 “이번 조사는 각 역별 특성이 고려되지 않은 단순 분류여서 세간의 예상과는 다른 결과가 나왔지만 초보자들이 빠지기 쉬운 역세권 점포에 대한 맹신을 깨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