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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게재일 : 2016-12-28 조회수 : 11280
서울 핵심상권 `권리금 포기` 점포 속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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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게재일 : 2016-12-28 조회수 : 11280
서울 핵심상권 `권리금 포기` 점포 속출

"세로수길 대형 매장이 권리금만 3억원이었는데 지금은 제로입니다. 들어오겠다는 세입자가 없어 몸값을 낮춘 건데 아직 입질이 없네요."(강남 신사동 A공인 관계자)


"경리단길 상권에선 루프톱 바(rooftop bar)로 쓸 수 있는 건물이 한창 잘나갈 때 권리금이 1억원을 넘었는데 최근 권리금 없이 임대 매물이 나왔어요."(용산 이태원동 B공인 관계자)


대출 규제로 인해 부동산시장 전반이 위축된 데다 경기 불황까지 겹치면서 상가시장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서울 주요 핵심 상권에 권리금이 없는 임대 매물이 속속 등장하는 등 2008년 이후 최악의 한파가 들이닥치는 게 아니냐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28일 매일경제가 상가 정보업체 점포라인에 의뢰해 분석한 결과, 12월 임대·매매시장에 나온 가게(점포라인 등록 매물 기준)는 총 1283곳으로 2011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던 2011년 이후에는 1000곳 미만이었으나 다시 급증했다.


매물은 쏟아지지만 서울 주요 상권 상가시장은 '공실난과 거래절벽'에 부딪혔다. 연말 시장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가게를 새로 내려는 사람들이 관망세로 돌아서자 이달 들어서는 수억 원의 권리금을 포기하는 매물이 부쩍 늘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경의선숲길 개통으로 날개를 달아 권리금이 고공 행진을 거듭하던 홍대상권 '연트럴파크' 일대에도 무권리 점포가 다수 등장했다. 인근 동교동 C공인 관계자는 "3분기까지만 해도 권리금이 최소 2000만원에서 최대 1억원을 형성했다"며 "골목길, 지하, 2층 등 위치가 안 좋은 가게마저 5000만원 이상 권리금에도 매물이 부족했다"고 전했다. 그는 "지금은 권리금이 1000만~2000만원가량 낮아졌고 무권리 매물도 상당수여서 전용면적 40㎡ 규모 1층 점포가 권리금 없이 보증금 3000만원·월세 200만원에 나오는 식"이라고 말했다.


레스토랑이 줄줄이 들어선 강남 신사역 인근 세로수길에서는 권리금이 3억여 원이던 전용 160㎡형 1층 가게가 권리금 없이 임대 매물(보증금 1억원·월세 780만원)로 나왔다. 압구정 먹자골목에 들어선 전용 60㎡형 1층 건물은 보증금 7000만원에 월세 340만원으로 권리금이 없다. 선릉역 일대 명물거리인 '포스코사거리'에서도 1층 전용 80㎡형 가게가 보증금 1억원·월세 600만원·무권리 매물로 나왔다.


전용 60㎡ 남짓한 이른바 중형 면적 이상 점포 임대는 특히 고전하는 모양새다.


염정오 점포라인 팀장은 "불황형 장세에 전용 15~50㎡형인 소형 가게는 그나마 거래되는 반면 60㎡대 이상인 중형은 거래가 부진한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염 팀장은 "인기 상권의 1층 점포 권리금이 20%가량 내려앉으면서 3분기 대비 현재 강남역 일대 상가의 권리금은 평균적으로 1억400만여 원에서 9600만여 원, 홍대 상권은 8500만여 원에서 6700만여 원으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강남구 청담동 인근 D공인 관계자 역시 "본전이라도 건지겠다고 버티던 가게 주인들이 적자에 허덕이다가 권리금마저 포기하고 나가면서 공실로 이어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3분기 소형 매장의 공실률은 2.9%인 반면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7.3%다. 특히 중대형 상가 중 강남 청담동 일대 공실률은 11%에 이른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중형 이상 가게들은 '쪼개기 임대'에 나섰다. 범이태원 상권인 용산구 해방촌 일대에서는 전용 230㎡형 1층 점포가 '분할 임대 가능' 조건을 제시하며 매물로 나왔다. 인근 E공인 관계자는 "권리금을 없앴음에도 세입자 구하기가 여의치 않아 한 공간을 두 개로 나눠서 세입자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마포구 연세대·이대 상권과 범홍대 상권인 합정 일대에서는 '깔세'가 한창이다. 일종의 '전전세(轉傳貰)'로 원세입자가 다시 다른 세입자에게 일주일~한 달 단기 임대를 놓는 식의 거래이다.


신촌 일대 F공인 관계자는 "스포츠 용품이나 브랜드 옷가게 등 비교적 가격대가 있는 물건을 팔던 가게들이 자리를 뺀 후 세계과자 할인점이나 저가 옷·액세서리 가게 등이 드문드문 깔세 형식으로 들어온다"고 말했다.


임채우 KB국민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상가 임대시장은 비수기인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번 연말연시는 거래가 뜸할 것"이라며 "불경기에는 세입자 상인도 '저위험·저수익' 성향을 보이기 때문에 특히 중대형 매장은 소형에 비해 고전할 공산이 크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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